축출 자본주의 - 복잡한 세계 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
사스키아 사센 지음, 박슬라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 경제는 네트워크화되어 뉴욕의 증시가 코스닥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석유와 곡물에, 스타벅스와 햄버거, 코카콜라가 연결되어 있다. 양극은 서로 통한다고 한다. 극단에 있는 사례들로부터 통계자료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축출(expulsion)’이란 개념을 꺼내고 자본주의를 분석한 사스키아 사센을 만난다.

 

개념적으로 체제적인 지하 동향’(아직 이론화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다)을 파악하려 시도한다. 국가가 주도하던 케인즈주의와 평등, 공정사회 확립이라는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다. 서구에서 시작된 다()국적기업의 성장이 전통적 자본주의와 다른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간다. 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의 문제라는 지역적 관점은 과거의 시각이며, 문제는 연결되어 있고 전 세계로 확산한다.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고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 간다. 여기서 생기는 난제와 폐해는 비용의 사회화, 이윤의 사회화와 무관하지 않다.

 

케인즈주의적 논리는 노동자이자 소비자로서 인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자본주의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1세기의 자본주의는 금융의 세계화를 무기로 단순한 진보, 발전, 진화가 아닌 약탈적이라는 특성을 가져 많은 사람이 노동자와 소비자로서의 가치를 잃고 사회적으로 배제(축출)되며 궁핍해진다. 금융은 체제적 논리의 위기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남반구 후진국들은 다국적기업에 국가 경제를 열어두다 보니 외채 상환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업이 사들인 해외토지가 급격히 늘어 국가가 경영하기보다는 기업이 자원을 착취하는 공간이 되어 간다. 이렇게 21세기 자본주의 경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땅과 물이 방대한 규모로 죽어간다.

 

축출이란 지난 20년 동안 많은 사람과 기업, 장소가 우리 사회 경제의 주요 질서로부터 퇴출당하였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축출은 고도로 발전한 선진경제와 첨단기술의 산물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스키아 사센이 축출의 동력원으로 보는 것은 금융의 세계화이다. 중국과 미국은 투자 지향적인 금융 제도와 초고수익에 대한 열망이라는 시대정신을 따른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적 변화로 선진국의 아웃소싱 방식(신국제분업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나 독자는 생산기능의 아웃소싱이 일반적인 신국제분업으로 이해한다)과 금융의 변화를 주요 변수로 본다. 과거에 은행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외부에 판매한 것에 비해 현재 금융회사는 그들의 수준에 없는 것을 판매한다. 파생상품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케인즈식 경제 성장과 결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이다. , 성실한 노동 계층과 중산층의 확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은 커가고 탈산업화, 금융의 국제화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오직 글로벌 도시, 세계도시만이 권력과 힘을 발휘한다.

 

논지를 펴기 위해 80년대 이후 자본의 본원적 축적 구도가 변화되고 있음을 서술한다. 거대한 부의 편중으로 중산층이 성장하고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번창할 수 있는 체제적 역량은 사라졌다. 개인의 능력보다 복잡다단한 약탈 구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해 세계에 불평등이 만연하고 있다. 더불어 극단적인 대규모 실향(refugee), 자연재해, 무력분쟁이라는 동향이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축출을 일으킨다. 선진국의 수감인구 급증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분석한다. 1천만 명이 넘는 수감자는 출소한다고 해도 밑바닥의 삶을 살게 되니 축출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거다.

또한, 사센은 80년대 이후 무역장벽 철폐와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시장으로서의 에 주목한다. 외국인의 땅 매입은 대규모 축출을 일으키고 상품화되어 주권국가의 영토가 국제 시장의 판매대에 진열된다. IMF, WTO, 세계은행의 역할은 지역 경제를 변화시키고 주권국가의 영토권을 훼손하고 있다. 한국에서 느끼기 어려우나 외국인이 매입한 땅은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에서 플랜테이션으로 전락하고 있다.

 

끝으로, 다음과 같은 지구적 난제도 불평등의 심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미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생소한 것을 나열해 본다. 미국의 땅 1/3이 과학적 기준으로 볼 때 실제로 황폐해지고, 지구의 5개 환류가 쓰레기 소용돌이로 변해 바다를 질식시키고 있다. 생명이 삶의 공간에서 축출된다. 수많은 통계치와 사례들(뉴기니의 옥테미 광산, 시베리아 치타 광산, 납 오염, 채광 및 자원 추출 산업, 물 자원의 수탈, 해수면 상승 등)을 들어 지하 깊숙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개념적 동향(‘축출’)은 국가와 장소를 초월한다. 지구 생태계는 삶의 공간에서 점점 더 축출되고 땅과 물은 죽어간다.

 

자본에 의해 기획된 축출’. 그것이 만들어 낸 헤테로토피아적(주류사회의 밖에 있거나 주류사회에 반하는 다양한 문화로 구성된 공간) 공간을 파악하고 거대한 파괴에 대비하려면 지형적, 표면적 사실로부터 실재와 개념 사이의 공간을 사유해야 한다. 이 책은 그 공간에 대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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