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장 - 황현.최치원, 시대의 최후를 기록하다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1
안소영 지음, 이윤희 그림 / 메멘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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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된 저녁밥을 먹고 책을 집었다. 여러 책 중에 저녁에 읽고 마무리할 책을 고르니 쉬운 글로 마음을 여는 안소영 님의 마지막 문장이다. 메멘토에서 안소영의 손을 빌려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이란 시리즈로 첫 번째 내놓은 책이다

 

작가가 매천야록의 황현과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의 최치원에 빙의하여 쓴 글이다. 특히 황현이 경술국치일 이후 3일간의 여정은 빙의라는 말 이외에 더 적당한 말을 알지 못한다. 황현의 영혼이 안소영에게 옮겨 있는 상태로 쓴 글이다. 독자는 읽는 내내 황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치원에게는 덜 하지만, 해인사에서 큰 스님이 마련하는 차 끓이는 과정은 옆에서 지켜본 것만 같다.

 

글 아는 사람 구실 자못 어렵네 : 매천 황현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야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망친 뒤에야 남이 망치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해친 뒤에야 외적의 공격을 받게 된다.”(맹자, 이루 상)

엊저녁에 집으로 돌아간 초승달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밤이 드리워 놓은 컴컴한 장막을 새벽 여명이 뒷걸음질로 걷어 가고 있었다.” “기록된 문자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살아 보지 못할 미래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도 뛰어넘는 힘이 있다.”

거슬러 보면 성현의 학문도 결국 그 시대의 현실에서 나왔으며, 그러하기에 당시의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진심을 담는 일이다. 글을 전한다는 것은 자신의 진심을 읽는 이에게 건네는 거다. 글은 어떠한 것에도 종속되는 수단이어서는 아니 되며, 그러하기에 진심을 담고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렵고도 고귀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황현은 네 수의 절명시와 아들에게 쓴 시를 끝으로 약을 먹고 누웠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없구나 : 고운 최치원

십 년 안에 과거에 급제 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부친의 말씀이 최치원이 세월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다. 당 나라에서 공부를 시작해 6년 만에 과거에 급제하고 주유하다 지방 말직을 맡아 20대를 보냈다. 회남 절도사의 종사관으로 지내며 토황소격문을 지어 중국 황제에게 기쁨이 되었다.

동귀(東歸)하였으나 통일 신라말 혼란을 지켜보고 육두품의 한계를 절감하여 지방 태수로 지내다 해인사에 6년째 기거한다. 길상탑지를 남겼다.

이 과정을 작가의 빙의로 읽는다.

 

황현이나 최치원, 말년이 행복하지 않았다. 작가는 역사에서 두 사람을 불러낸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부친이 겪은 어려움이 작가의 세계에 자리하고 있으리라.

 

마지막 문장은 메멘토에서 20202월 말에 내놓았다. 누가 읽어도 좋겠지만, 독서모임에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책이다. 중학생부터 어른까지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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