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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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첫 번째는 헛된 기대를 읽는다. 미국 독립당시 역할을 자랑스러워하는 가문인 할스턴 레이시의 상속과정을 그렸다. 검소함으로 일군 풍족한 재산을 상속 받게 될 외아들은 루이스다. 레이시는 상속자의 미래를 위해 많은 돈을 썼다. 루이스를 유럽으로 2년간 그랜드 투어를 보낸 거다.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기 화가의 작품을 사 올 돈과 함께 가문의 격에 맞는 미래를 기대하면서...... 루이스는 미모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트리시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떠났다.

2년간 영국, 이탈리아를 두루 살펴보는 여행 중에 루이스는 잉글랜드 청년을 만나 새로운 예술 세계에 눈을 떴다. 그가 미국에 돌아올 때 사가져 온 작품들은 아버지 레이시의 눈에는 실망스러웠고, 아들의 설명은 분노하게 했다. 아버지는 상속계획을 바꿔 아내와 두 딸에게 상속하고 상속자인 아들에게는 최소의 재산만 남기도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먼 나라로 갔다. 아버지의 사망 후 트리시와 결혼한 주인공은 뉴욕의 허름하고 외진 주택으로 이사한다. 친척이 상속재산으로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옮긴 뉴욕의 주택 1층을 갤러리로 개조하고 그랜드 투어 때 가져온 성화 등을 전시하지만 결코 대중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생활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삶에서 아내 트리시의 믿음과 격려로 살지만 딸 루이자가 죽을 때까지도 그림은 빛을 보지 못한다.

이쯤에서 단편의 제목이 헛된 기대로 정한 까닭을 눈치 챈다. 그러나 거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을 흘렀고, 루이자가 죽은 후 보잘 것 없는 뉴욕 주택을 재산을 상속 받은 후손은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진가를 알아본 화가와 판매상을 만난다.

단편 끝에 존 러스킨의 시를 붙여 놓았다.

햇살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용기를 주고,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두 번째는 노처녀.

옛 뉴욕에 성실하고 부유한 몇 개의 가문이 세력을 떨쳤다. 랄스턴 가문도 그중 하나였다. 샬롯과 델리아는 여주인공으로 사촌간이며 노처녀란 샬롯이다. 샬롯의 아버지는 로벨에서 가난한 축에 들었고 서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샬롯이 사교계에 드나들 때 폐렴에 걸렸고, 1년간 타지에서 요양하고 돌아와 탁아소에서 궁핍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샬롯 로벨은 조 랄스턴과 약혼을 발표함으로써 모두 놀라게 했다. 조는 샬롯에게 결혼을 위해 탁아소 아이들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여기서 소설의 국면이 바뀐다. 샬롯은 자기의 딸을 탁아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르던 거였다. 딸은 사촌 언니인 델리아가 젊은 시절 사귀던 클레멘트 스펜더의 아이였다. 클레멘트 스펜더가 유럽에 다녀왔을 때 델리아는 결혼한 상황이었고, 클레멘트를 마음에 품었던 샬롯과의 관계에서 딸을 낳아 기른 것이다. 샬롯의 딸 티나는 결국 삼각관계에서 태어난 클레멘트 스펜더의 아이였고, 아버지는 알지 못하고 떠난 거였다. 델리아는 남편 제임스 랄스턴과 함께한 자리에서 조에게 샬롯의 폐병을 알리고 결혼을 막는다. 샬롯은 조 스턴과 파혼하고 시골에 가서 살아야 했다.

제임스 랄스턴이 낙마사고로 죽자 델리아는 샬롯과 티나를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살아간다. 20여 년간 살아가며 티나는 델리아를 엄마로, 샬롯을 이모로 여기며 살아간다. 나이가 차서 결혼할 시기가 되었을 때 샬롯과 델리아는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두고 갈등을 겪어야 했다. 탄의 결혼식 준비를 마치고 전날 밤 누가 엄마의 자격으로 티나에게 마지막 날 조언을 할 것인가를 두고 파국으로 결말 날 듯 소설이 진행된다. 티나가 떠나가면 샬롯과 델리아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하지만, 델리아가 티나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은 둘 다에게 화해가 될 만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샬롯 이모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겠다고 약속해줘. 잊지 않고 꼭 마지막 입맞춤을 하겠다고.”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세 번째는 불꽃이다.

이웃 사람들이 변화하는 세태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주인공 헤일리 딜레인은 둔감하게 사는 올드 뉴욕 사람이다. 아내 레일라 그레이시는 사교계 출입과 그에 따르는 끼와 가출, 외도를 반복한다. 장인 그레이시는 지역 사회에서 행했던 행동 탓에 멸시 받고, 늙어가는 장인을 모시겠다는 생각에 아내는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사는 걸 피해 딴 살림을 차리는 아내 레일라.

헤일리 딜레인은 친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원칙들을 고수했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불꽃은 헤일리 딜레인이 무덤에 묻히고 10년이 지나 나이 차이가 많은 젊은 친구인 화자의 회상을 통해 풀어간다.

월트 휘트먼의 시를 덧붙였다 언제나 햇빛을 향해 서라. 그러면 그림자는 그대 뒤에 드리워질테니.”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네 번째는 새해 첫날.’이다.

첫 문장이 그녀는 항상 행실이 나빴지. 그들은 5번가 호텔에서 만나곤 했어.”라고 어머니의 회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뉴욕 5번가 호텔에서 화재가 났다. 화재를 피해 탈출한 사람 가운데 리지 하젤딘과 헨리 프레스트가 있었다. 리지의 남편은 늘 기침을 하며 살아가는 환자였다. 불륜을 들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리지 하젤딘과 탈출과정에서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 이야기, 사교 파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디스 워튼의 올드 뉴욕은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에서 201912월 본문 329쪽으로 번역해 내놓은 네 개의 단편 소설 모음이다. 국내 최초로 번역되었단다. 옮긴이는 정유선이다. 읽어가며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이 떠올렸으나 길이로 보면 중편이지 싶다. 소설의 배경도 19세기 말(자동차 대신 마차, 전기불 대신 촛불이 등장하니 당연하다. 남북전쟁 참가 군인들 이야기로도 연결된다.)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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