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죽음 -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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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죽음

2019.12.26.

스위스 로잔 대학교 완화 의학과 교수로 독일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법시행에 앞장선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조언하는 책 낯선 죽음을 읽는다.

죽음 앞에서 보내는 사람이 곡을 어떻게 하느냐가 입방아에 오르던 과거가 오래되지 않았다. 임종단계 의료의 문제점을 다룬다. 가족해체를 경험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임종을 앞두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까닭은 두려움때문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가 깔려 있다. 공포에는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 자신이 어쩌지 못하고 생명 연장 의료 조치에 맡기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해진다. 공포는 감각적 지각을 왜곡하고, ‘실질적 정보를 회피하며, ‘대화를 방해하는데 이를 준비해야 임종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낯선 죽음은 독일의 경험과 사례가 대부분이라 우리 현실과 비교하며 읽어야 수용하거나 준비해야할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죽음은 살아있는 과정에서도 일어나는데 세포가 안에서 붕괴하는 일종의 자폭 방식인 프로그램화된 세포 죽음Apoptosis’ 진행된다. 인간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기관 일부나 심지어 기관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 특별한 것은 간, 피부, 뇌는 손상된 뒤 제한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관인 심장, , , 신장, 뇌가 기능을 상실하면 죽음을 부른다. 흡연과 당뇨병으로 촉진되는 만성 심부전은 심장 순환 죽음(돌연사) 수반한다. 폐 기능이 악화되어 만성 호흡 곤란일 때는 대부분 수면 중에 평화롭게 죽는다. 간에 문제가 있는 임종도 대체로 평화롭게 사망한다. 신장 죽음도 임종 과정은 간 죽음과 비슷하다. 뇌 죽음은 출혈, 뇌졸중으로 인한 부종과 전이처럼 뇌에 압력이 상승하는 사례와 치매와 다른 신경 변성 질환을 앓는 사례가 있는데 후자가 빈번하다. 대부분 평화롭게 죽는다. 모든 죽음의 과정이 원칙적으로 생명에 필수적인 기관들 중 하나나 여럿이 손상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출산 과정과 임종 과정에는 유사점이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경우 두 과정은 의학적 개입이 적을수록 원활하게 진행된다.(P.32) 제왕 절개 보다 자연 분만이 늘어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임종 과정에 연명 치료가 시작되어 환자와 가족에게 고통을 주고 의사와 간병인에게 좌절과 탈진을 안겨왔는데, 이에 반작용으로 자연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사고의 전환이 시작 됐다.

 

2. 임종에 대한 소망과 현실

건강 상태에서 갑자기 죽은 경우가 5%, 중병을 앓다가 2~3년 의식을 유지하고 살다가 죽는 경우 50~60%, 치매를 앓으면서 8~10년 천천히 죽어가는 경우가 30~40%. 세 번째 수치는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인다. 90% 이상이 자신의 집에서 죽고 싶어하지만 소망대로 죽은 사람은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가 독일인에게 질문한 답에 따르면, 집에서 죽기 위해서는 돈, 의사, 가족이나 친척, 자식, 딸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임종 대비책으로 딸을 여럿 낳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밝힌다.(P.44)

병원은 집중치료 장비가 있어 통증 완화와 같은 탁월한 장점이 있다. 요양원, 양로원에서는 인간 멸시를 당하는 분위기는 독일에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 세대가 부족하니 노인공동체 같은 구상이 현재 진지한 대안으로 제시 되고 있다. 이 방향은 분명 옳고 한국에도 필요하다. 완화 병동과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2~4%에 불과하다.

 

3. 임종 동행의 구조

임종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통증으로부터의 자유보호받는 느낌이다. 보호받는 느낌은 사회 시스템에 의한 보호다.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은 온전한 가족구조가 전제될 때 가장 이상적이다. 독일에는 특수 이동 완화 치료 서비스팀이 있다. 보통 8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25만 명을 담당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협력 인원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중환자를 돌보는 가정의를 지원하고 24시간 비상 대기 시스템으로 불필요한 입원을 막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는 소망을 실현시켜 준다. 완화치료 병동은 급성환자를 치료하고 돌봄 전망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퇴원율이 약 50%. 호스피스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전문 요양 병원으로 상주 의사가 없다. 독일에서 임종 단계 환자들을 위한 돌봄 피라미드(P.69)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4. 임종 단계에서는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A. 소통 :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다. 의사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죄책감과 불안을 가진 가족 내의 소통도 중요하다.

B. 의학적 치료 : 통증은 임종 단계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증상의 약 3분의 1이다. 3분의 2는 내과적 증상(호흡 곤란, 속 울렁거림, 구토 등)과 신경정신과적 증상(정신 착란, 망상, 우울증 등)으로 골고루 분포한다. 모르핀이나 마약성 진통제 투약이 중독 증상이 생기거나 사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과학적 근거 없는 것으로 부정되었다. 오늘날에는 환자들에게 그런 효과적인 약물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족스런 통증 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인 호흡곤란에도 가장 효과적인 약은 모르핀이다. 죽음 직전의 호흡 곤란 증세, 즉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는 호흡곤란의 표현도. 고통의 표출도 아니다. 신경정신병적 증상은 임종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학적 문제에서 3분의 1에 해당한다. 정신착란과 섬망(거칠게 몸부림치며 난동을 부림)에 이른다.

C. 심리사회적 돌봄 : 사회 시스템이 환자와 심리적으로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도 죽어가는 사람과 중병 환자를 돌보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경시되는 분야다. 유족은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슬픔의 고통을 오롯이 느끼고, 고인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고, 정서적으로 고인에게 새로운 공간을 부여하며, 기억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그러면서 계속 살아나가기가 필요하다.

D. 영적 동행 : 병원에서 영혼을 돌보는 일이 큰 종교 단체들에서는 기존의 부수적인 차원에서 중용한 성직 활동 중 하나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서 종교나 질환의 종류와 상관없이 개인 중심의 가치관에서 이타주의로 옮겨 간다. 영적 케어에서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유한한 삶에 대한 차분하고 냉정한 시각이다.

 

5. 명상과 중병

인간이 자신의 병과 삶을 바라보는 바꿀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지금 여기 있음을 깨닫는 것이 명상이다. “하나의 생각을 끊고 나면 다른 생각을 시작하기 전에 짧은 공백, 그러니까 잠깐의 틈이 있지 않은가? 그걸 보았다면 그 공백을 연장하라! 그게 명상이다.”는 티베트의 스승 잠양 켄체 린포체의 말이다. 명상의 핵심 측면 중 하나는 내려놓기 또는 집착버리기.

 

6. 굶주림과 목마름 : 전체적으로 가벼운 수분 부족 상태에서 죽어가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은 부담을 주는 형태로 보인다.(P.146) 일반적으로 임종 국면에서는 영양과 수분의 인위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최고의 가능성이 열린다. 원칙적으로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인위적 영양 공급을 실시하지 말아야 한다.(P.151) 단순한 생명 유지가 인위적으로 영양과 수분을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절대적 근거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토론해야 할 문제다.(P.157)

 

7. 임종 단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

의사와 환자의 소통, 가족 간의 소통, 간호팀 내 여러 직업군의 소통이 중요하다. 갈증과 질식으로 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취한 수분공급 조치들이 오히려 그런 고통스러운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의학적 과잉치료가 시행되기 쉽다. 제약업계가 내놓은 비싼 치료제는 경미한 효과만 있을 뿐이다.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심각한 부작용이 많다. 불필요한 진정요법(모르핀 우빙 펌프, 오피오이드 패치 등)도 지양해야 한다. 호흡곤란에는 모르핀 투여를 요구하라.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환자에 대한 대책과 배려도 중요하다.

 

8. 임종 단계를 위한 준비 : 죽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고픈 욕구를 실행한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준비하라.

9. 안락사란 무엇인가? 10. 완화 의학(캐나다 의사 벨푸어 마운트)과 호스피스 케어(시실리 손더스 부인). 완화 의학의 업무는 심리사회적 동행과 영적 동행이 50%, 통증치료 15% 내외, 신경병적 증상 15% 내외, 내과적 증상(호흡곤란, 위와 장 등)15% 내외로 분포도를 그릴 수 있다. 독일에서 완화의학의 통제권을 두고 마취학과와 종양학과가 다투는 중이다. 제약업계가 밀어주는 학과가 힘이 세다. 그러나 완화 의학은 임종 단계를 다루는 고도로 전문화된 가정의학이라고 봐야 한다.

 

11. 죽음을 마주하는 삶

환자들이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영역으로 꼽은 것은 건강가족이었다. 세네카가 <삶의 짧음에 관하여> - “우리의 삶에서 아직 남은 시간을 지나간 시간만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몇 년 밖에 남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초조해할 것이며, 또 남은 시간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보낼까? 그렇게 짧은 시간도 얼마든지 지혜롭게 잘 분배해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리의 시간을 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낯선 죽음다봄에서 201912월에 본문 276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번역본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고 읽을 만큼 매끄럽다. 베이비붐 세대라면 죽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얻고, 바람직한 판단을 할 계기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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