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상중! 재일 한국인 2,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 비판적 지식인. 2019118일은 중앙일보, 9일은 동아일보에 그의 발언이 기사가 되었다. 요지는 한국은 역사에 구속됐고, 일본은 역사를 너무 모른다.”

 

아픔을 경험해야 이겨낼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강상중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강상중에 따르면, 과거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걸어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자기이해와 관련이 있다. 과거에서 마음을 키우고 마음의 힘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를 잃은 채 미래만 염려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살아간다면 마음의 힘은 사라지고 텅 빈 마음만 남을지도 모른다.

 

모태 신앙을 가진 독실한 감리교도인 친구가 언젠가 말했다. ‘형식이 정해진 가톨릭 성당에 다니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신분제 사회에서 살던 농부나 머슴, 로마 시대의 노예들은 자기 신세를 한탄했을까? 아마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면 그들의 고통은 자유를 누리는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과 강상중의 사고가 연결된 지점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과거엔 종교나 전통 관습과 규범이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고 불안함, 덧없음을 달래 줄 수 있었다. 과거에는 그런 것을 믿고 따름으로써 불운이나 재앙을 받아들이고 불행이 닥치더라도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무엇을 믿고 어디에 기대어 살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현대는 마음이 없는 시대다. 집단 괴롭힘, 무차별 폭력, 자신의 울분을 표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무차별적인 공격, 혐오발언이 난무한다. 공격으로 불안의 배출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마음이 없는 사람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피해자다. 여기서 마음이란 자아로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강상중은 네 가지로 원인을 분류하는데 수긍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첫째, ‘21세기는 세계화와 더불어 가치관이 획일화 되었다. 단 하나의 가치관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무너졌을 때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게 무서운 거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집단 괴롭힘, 히키코모리처럼 삶이 힘들 때 리셋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떠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이런 사고를 하지 못한다. 보헤미안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이웃이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대가 약해져 위기 상황에 처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웃을 잃고 제각각 고립되어 있다.’ 고리타분한 소리라 할 수 있으나 향약의 환난상휼이나 두레, 품앗이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그 정신을 구현할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 입인사만 하고 말지 않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엔 서로 서로를 지탱하는 그물망이 없다. 미국보다 의료보험 제도는 우수하지만...... 이웃이 없는 분위기는 실패하면 끝장이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험하기 어렵고 혁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셋째,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실패하면 도와줄 이가 없으니 두려움에 일단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디를 향하는지 목표를 찾을 수가 없다. 20대에게는 오직 취직이 목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공무원이 되면 다 이룬 것으로 생각한다.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한다는 것은 삶의 한 수단일 뿐인데......

넷째, ‘시대와 마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 시대가 병들어 있는데 인간에게 건강하게 살라는 것은 잘못이다. 친일청산 실패, 남북분단, 독재, 물질만능주의, 부패, 이기적 개인주의 만연, 이웃과 소통 부재 등 이 시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은 개인으로 살아갈 뿐 아니라, 시대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시대에 모순이 있으면 개인의 정신도 그 영향을 받아 왜곡된다.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부머들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후세대에게 한국사회를 넘겨주고 떠나는 것은 죄다. 루쉰의 말처럼 기성세대는 주검으로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도록 해 주어야 한다.

 

강상중은 삶에 있어 고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모라토리엄을 권함이라는 소재로 삼아, 이 기간을 마음의 성장 기간이자 충전기간으로 만들자고 한다. 나에게 필요한 조언이라 쏙 들어 온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다른 선택지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취약하고, 유약한 사람이라도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강하다.” 학창시절 배운 것이 사회에서 쓸모없고, 현재 직업이 2~30년 후에 사라질 것이다. 평생 두 세 개의 직업을 가져야하는 시기가 온다니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해야한다. 외골수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살지 말고. 한 가지 일만 너무 깊이 파다 뚝하고 끊어지는 원리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강상중이 제안하는 두 번째 조언은 물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 반대 의견도 경청하고, 수용할 수 있으되, 자신의 의견도 견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마음의 힘>은 사계절출판사에서 20154월 본문 204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별점 5. 세종도서관에서 강상중의 <마음의 힘>을 빌려 읽었다. <고민하는 힘><살아야 하는 이유>를 먼저 읽고 <마음의 힘>을 읽어야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