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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ㅣ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종의 기원
2019.11.7. 목
기다려 왔고 드디어 제대로 된 번역으로 <종의 기원>을 읽는다.
19세기 말엽 중국과 조선에 소개된 서양 학문은 메이지 일본에서 번역된 책을 중역한 것이다. <천연론>을 읽으며 19세기말 중국의 지식인이 부러웠다. <천연론>은 영국에 유학했던 엄복이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번역해 중국에 소개한 것이다. 놀랍게도 헉슬리의 출판 이후 2년만이다.
번역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제대로 된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번역서가 귀하고, 우리도 번역청이 있어야 겠다는......)에 공감하던 차에 장대익 교수가 10여년에 걸쳐 번역한 <종의 기원>이 나와 읽는다.
번역자가 밝힌 <종의 기원> 10대 키워드와 내용을 옮겨 본다.
1. 생존 투쟁과 다윈의 정원(126p.)
“식물의 경우에 상당량의 씨앗이 파괴되기는 하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미 다른 식물들로 빽빽하게 채워진 땅에서 발아하는 경우에 제일 많이 소멸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싹이 난 식물들은 다양한 적들에 의해서도 상당량이 파괴된다. 가령 나는 땅 한쪽을 길이 3피트에 폭 2피트로 깔끔하게 파서 다른 식물로부터 훼손당하지 않도록 한 후 그 안에 뿌리를 박고 있는 357개의 싹에 전부 표시를 했는데 그중 295개 이상이 주로 민달팽이와 곤충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짐승들이 뜯어 먹은 잔디밭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랫동안 손질해 온 잔디밭도 그냥 놔두면 원기왕성하게 잘 자라는 식물들이 자신들보다 덜 잘 자라는 식물을 차츰 죽여 버린다. 다 자란 식물인 경우에도 말이다. 가령, 작은 잔디밭(길이 3피트에 폭 4피트)에서 자라던 20종 중에서 9종이 자유롭게 자라난 다른 종들로 인해 소멸되었다.”
2. 인위 선택에서 자연 선택으로(144~145p.) (내용 생략)
3. 도대체 자연 선택이란 무엇인가?(198~199p.) (내용 생략)
4. 극도로 복잡한 기관과 누적적 선택(273~274p.) (내용 생략)
5. 이보디보(Evo-Devo, 진화발생 생물학)의 전조(297p.) (내용 생략)
6. 다윈의 변명(391~392p.) (내용 생략)
7. 과학 혁명은 어떻게 오는가?(640p.) (내용 생략)
8. 창조설은 끝났다!(641~642p.) (내용 생략)
9. 마음의 과학의 미래를 예견하다!(648p.) (내용 생략)
10. 장엄함(650p.)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덤불에서 노래하는 새들과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곤충들 그리고 축축한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들로 가득 차 있는 뒤얽힌 둑(entangled bank)을 지긋이 관찰해 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또한 서로 너무나도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 정교하게 구성된 이런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법칙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한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인류사에 혁명을 일으킨 책은 종의 기원, 자본론, 꿈의 해석이다. 그 가운데 <종의 기원>의 진화론이라는 생물학적 영향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 바가 크다. 19세기 제국주의의 대두와 나치 인종주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도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란 가려진 프레임은 강하게 영향을 준다. 자본주의하에서 부자와 빈자의 구분이 당연한 듯하고, 사회적 불평등이나 양극화 등 어떻게 이름 짓든 당연시하는 모습을 본다. <종의 기원>은 더 이상 생물학만은 아니다.
다윈은 70평생 동안 2,000명의 사람과 수만 통(1만 4,500통이 남아 있다)의 편지를 주고받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수집했던 커뮤니케이터이자 학자다.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10여년의 시간을 쏟아 번역해 낸 일은 번역 글의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고마워해야할 일이다.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종의 기원>은 사이언스북스에서 2019년 7월 31일 본문 655쪽 분량으로 초판 1쇄를 내놓았고, 나는 2019년 8월 15일 초판 2쇄를 읽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