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 / 시대의창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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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라면 공자, 맹자라는 유가, 상앙과 한비자라는 법가, 노자, 장자의 도가사상, 묵자의 겸애설이란 구분은 할 수 있다. 관심의 방향은 유가 사상이었다. 모임에서 격려하며 배우는 것도 사서 중 하나고 제대로 익히지 못한지라 묵자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불시에 찾아온 행운이랄까? 준비되지 않았지만,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라는 카피에 끌려 읽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메마른 밭에 물 스미듯 한다. 관자에서 복지라는 키워드를 찾은 것처럼 묵자에서 복지, 분배라는 경제 키워드를 만난다.

 

묵자의 10론을 이해하려 하였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는가 생각한다. 분량은 560쪽이나 저자의 사설(강의하는 듯)이 길어 실제 본론은 1/2이다. 1/2중에서도 사설이 많다. 사설을 길게 늘어놓은 까닭이 나처럼 묵자를 생소하게 대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여긴다. 20개 장으로 구성한 묵자11장까지가 묵자 이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저자가 준비한 내용이다.

 

새로 알게 된 사실,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문장을 옮겨 본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 3대 지도자 손병희의 사위로 천도교(동학)의 가르침을 받았다.

묵자는 일하는 자들의 권리와 그들이 누려야 할 기초적인 생활 보장에 관심이 많았던 사상가다. 세인의 관심을 받은 것은 청말 필원과 손이양이라는 학자가 묵자원문에 주석을 달고 정리 하면서부터란다.

고전이란 마르지 않는 샘물이며 인간과 세상, 사회를 이해하고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지평을 새롭게 열어주어야 한다. 고전이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에 답을 줄 여지가 없다면 무가치하다. 고전이 현실에서 외면받는 까닭은 고전 자체가 죽은 책이거나, 우리가 명확한 문제의식이 없거나, 고전의 길잡이가 없어서일 수 있다.

 

묵자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역사적 현실과 배경이 만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묵자는 공자 사상에 천 번째로 반응하고 반대한 사상가다. 묵자와 공자는 같은 노나라 사람이다. 묵자는 공자 사상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 내지 보완하려는 문제의식이 상당했다. 묵자(墨者)들 무리를 구성했던 사람 중 상당수는 무인들이었다.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전제 왕권이 들어서면서 탄압을 피해 흩어진 묵자 무리가 협객의 시초가 되었다는 말이 있고, ‘강호江湖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장자인데 그 강호를 연 것이 묵자 무리였다.

춘추전국시대의 스타에는 관중(, 제나라 재상), 상앙(, 진나라 재상), 오기(, 초나라 재상), 범려(, 월나라, 제나라 재상)가 있다. 묵자의 사상은 다른 사상의 자양분이 되었다. 묵자 사상의 몰락에는 하층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상이었다는 점이 원인이다.

 

묵자 사상의 중심은 겸애다. 통치시스템, 국가 시스템, 사회 시스템을 통해서 모든 인민이 최소한의 안정성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것이 겸애다. 묵가에서 겸애를 말할 때 교상리交相利를 이야기한다. 서로 이롭게 하는 관계 맺기란 뜻이다. 묵자는 백성의 고통을 세 가지로 보았다. 삼환으로 추운 자 입지 못하고, 일한 자 쉬지 못하고, 배고픈 자 먹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에서 묵자의 사유는 시작한다. 는 유학에서 백안시하거나 경계해온 가치다. 묵자는 義 利也는 리. 의로움이란 이익과 함께 가는 것이다. 이익은 공유되는 이익, 분배되고 나누어지는 이익을 말한다. 사회 구성원이 생산하는 이익과 생산물이 독점되고 낭비되어 불평등,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생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어지지 못하는 것을 직접 겨누었다. 묵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에 기초한 이익, ‘가 전제된 이익, 그것을 확대 보장하는 겸애다.

 

유가를 공격한 묵자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온시하였다. 묵자 무리는 대체로 육체노동에 종사했던 하층민 내지 피지배층, 천인 계층이었다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 특히 무기를 만들고 성을 쌓고 지키는 무인들이었음에도 동의한다. 묵자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몫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그것을 전제하고 사상을 편다. 이는 이슬람의 분배에 관한 입장과 일치한다.(이슬람에서는 가진 자의 몫 중에는 못 가진 자의 몫도 있음을 전제한다)

저자는 법가와 노자를 쌍둥이로 보고 병가사상에서 싹이 튼 것으로 본다.(병법의 기본은 숨기고, 내 상황을 위장하여 상대에게 허실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자와 법가 모두 위장과 은폐를 강조한다)사실 손자병법과 강태공의 육도삼략은 공자가 주목받기 전에 등장한 것이다. 병가는 사실상 중국의 첫 번째 사상으로 오늘날에도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배워야 한단다.

 

맹자온 세상에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무리가 가득하다.”

춘추전국 시대 철학사의 흐름은 공자-묵자-상앙-맹자(장자)순이다.

춘추시대는 공자가 지은 역사책 춘추에서, 전국시대는 전한 시대 사람인 유향이 쓴 전국책에서 이름이 기원했다. 묵자가 등장한 시기는 전국시대에 접어든 시기로 춘추시대와는 다른 배경과 시대정신을 가진 시기였다. 철기가 도입, 정착된 시기로 생산력의 발전이 전쟁의 격화를 가져왔다. 춘추시대는 지배층이 주가 된 전차전, 전국시대는 대규모 보병전 양상을 띄었다. 씨족공동체가 무너지고 새로운 통치 질서가 태동하던 시기다. 보편적 맥락에서 인간에 대한 논의와 사유가 시작되었다. 묵자가 전개한 반전운동과 비공운동은 전국시대의 산물이다. 묵자는 표준과 기준의 통일을 중시했다.

 

묵자가 본 인간의 모습은 노동하는 존재, 자기 몫을 지닌 존재, 욕망하고 계산하는 존재, 분업하고 협력하는 존재. 묵자 집단의 제자 교육 시스템을 보면 제자 각자의 특기와 적성에 맞게 분류하고 과목을 달리해서 육성했다. 책과 문헌을 정리하는 설서說書, 수공업 기능과 군사 기술, 성곽방어에 임하는 종사從事, 유세와 설득 담당 담변談辯이 과목이다. 묵자는 성악설의 입장에서 사상을 펼친다.

 

묵자가 말하는 천지天志는 하층민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천지의 핵심은 겸애다. 통치 권력이 분배하는 기본적인 물질적 혜택의 범위를 늘려보자는 하느님의 뜻이니, 그 겸애를 실현하는 통치 시스템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맹자와 순자 모두 묵자가 지적한 공자 사상의 약점과 한계를 직시했다.

묵자 10: 겸애兼愛, 비명非命, 비공非攻, 상현尙賢, 상동尙同, 천지天志, 명귀明鬼, 절용節用, 절장節葬, 비악非樂.

사관학교 사기라는 말에 담긴 에는 무사의 의미를 가진다. 화와 동은 대립적 저이 노선의 양 축이다. 전자가 유가라면 후자가 법가와 묵가다.

저자의 각주(유교가 전근대사회의 모든 억압과 모순과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근대 어느 사회든 하층민의 삶은 고달팠다. 유교가 헤게모니를 잡은 까닭을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기제, 곧 지배층과 하층민, 왕을 두루 설득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유교에다 억압과 착취, 식민지배, 분단, 모든 걸 다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다.) 유가는 로컬, 묵가는 전체를 보는 사고 단위, 정치 단위를 상정하고 있다. 공자는 , 묵자는 을 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묵자 사상의 독보적인 면은 서양 철학과 유사하게 논증, 정의, 분명한 시비 가리기와 논쟁에 이기기 위한 기술을 탐구하고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진나라 법률인 30은 국가행정 영역을 다룬다. (p.233~234) 법률을 살펴보면 가혹한 형벌을 떠올리는 것은 왜곡된 이미지일 수 있다. 진나라 통일 전의 법을 만들고 정비한 사람은 상앙이고, 한비자의 통치 철학과 사상은 통일 제국 완성기에 영향을 주었다. 묵자의 무리들이 상앙을 도와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 분서갱유의 분서에는 진시황의 폭정보다 함양을 초토화한 항우의 잘못이 크다. 坑儒보다는 坑墨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묵자 사상의 비조로 공자의 제자인 자로를 상정한다. 논어를 읽을 때의 자로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자로를 평가한다.(재아와 삼년상, 자공과 곡삭례, 번지의 농사 짓는 법 등에서 공자와 제자간의 이견을 볼 수 있다.)

七患(p.321) 병리 현상과 모순에 먼저 주목하고 거론한다. 빵 자체를 키우는 건 묵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분배되고 공유되는 이익의 최대화가 묵자의 중심 생각이다.

상현편의 요지는 현명하고 유능한 이를 등용해 잘 모시고 대접한다. 겸애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 운영의 틀은 다른 말로 의. 는 이로움을 주는 것이고 의를 통해서야만 인민들이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

그 묵자의 유명한 변 (한 사람을 죽이면 그것을 불의라고, 반드시 한 번 죽을죄가 있다 한다. - 중략 -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데 대해서는 잘못돈 것을 줄 모르고, 그를 좇아 칭송하면서 의롭다고 말한다. p. 423)을 읽으며 전쟁은 사기다를 떠올린다. 지배층의 사치와 초호화 장례 문제, 음악 탐닉 문화에 초점을 두고 주장을 편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겸이고,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별이다. 겸의 도는 의정義政이며, 별의 도는 역정力政이다. 그런데 의정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경하지 않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다수가 소수를 해치지 않고, 끼 많은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으며, 귀한 자는 천한 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를 멸시하지 않으며, 젊은 사람이 노인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면 천하의 여러 나라가 물, , 독약과 무기로써 서로를 해치는 일이 없어진다.”(p. 527)

 

저자는 학교 교육이 왜 노동자의 삶과 가져야 할 의식이나 정신을 말해주지 않았는지 묻는다. “노동하는 자의 권리와 존엄을 말한 묵자 사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저자의 의식이 귀하다. 사설을 대폭 줄여서 에센스만 뽑아 다시 내놓으면 좋겠다. 핵심내용을 정리하기가 어렵다. 묵자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다. 시대의 창에서 20137월에 초판을 본문 560쪽 분량으로 내놓았고, 나는 201521쇄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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