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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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논하면 지적이고 있어 보이고 현학적인 태도에서도 주눅이 든 때가 있었다. 평교사로 근무할 때다. 학교장의 경영 의지를 학교 교육목표에 넣어야 하는데 알아서 해봐!’라는 말에 교육철학도 없는 관리자라고 평했다. 세월은 흘렀다. “자신의 교육 철학을 조직에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

철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많이 알거나 내공이 쌓여 달라진 것이 아니다. 서가에 꽂아 둔 책 중에 문학만큼 종류가 많지만, 사회학(삐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에리히 프롬의 건전한 사회소유냐 존재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책에서 만나는 철학이 많더라.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서양 철학과 제자백가의 글들을 읽지만, 독자는 아직 초심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년 내에 읽은 사이토 다카시의 <철학 읽는 힘>은 서양 철학사를 쉽게 풀어주어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을 받았다. 알랭드 보통의 <위대한 사상가>에서 현재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를 만날 수 있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으며, 철학의 실용성을 배운다. 여기서 속상한 것은 한국이 철학 교수들은 사이토 다카시나 야마구치 슈와 같이 철학에 접근하고 쉬운 책으로 내놓지 않는가다. 못하는 것인가? 나는 질투한다.

 

교양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며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묻고 다음과 같이 답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우고, 어젠다를 정하며,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프롤로그를 통해 아베는 철학이 없으니 1930년대의 영광을 그리고 있는 것이리라. 하여 더 위험한 존재다. 일본에게.

 

1부 무기가 되는 철학

목차가 시간 축을 따르지 않고 유용성에 기준을 두고 철학 이외의 영역도 함께 다루기에 기존 철학 입문서와 다르다. 독자들이 왜 철학 앞에서 좌절하는가를 물음의 종류 WhatHow", "배움의 종류 프로세스아웃풋으로 정리한다. 하우와 프로세스에 주목한 저자에 공감한다.

 

2

1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

프리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ressentiment)으로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의 기회가 보인다.’고 말한다.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히면,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 명품 구매)하거나, 원인이 된 가치판단(초기 로마의 유대인, 학교의 교포들)을 뒤바꾼다. 내가 무엇인가를 원할 때, 그 욕구가 진짜 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르상티망에 의한 것인가 구별하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persona) : 직장 생활 하면서 페르소나를 잘 관리하라. 그리하여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라. 포커판에서 포커페이스처럼......

 

에드워드 데시의 예고된 대가 :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없다.’ 대가를 예고하면 이미 재미를 느껴 몰입해 있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저하된다. 당근과 채찍은 효과가 없다.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려거든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 설득보다 이해, 이해보다 공감이다. 과도한 사용은 레토릭이 될 수도 있지.

 

존 로크의 타블라 라사 :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읽어 균형 잡으라.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자유를 내던지고 전체주의를 택한다. 프롬은 하층 및 중산층에서 나치즘을 반기며 맞이한 이들이 자유의 무게에서 벗어나 의존과 종속을 추구한 권위주의적 성격이라 본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개인의 자아와 교양의 강도에 달려있다.

 

스키너의 대가 : ‘인간은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본성을 가졌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것은 두려운 것이다.

 

장 폴 샤르트르의 앙가주망 : 주체적으로 관계된 일에 참여해라. 자신의 행동과 세계에 참여하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學而不思則罔.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누구나 이이히만 처럼 돌 수 있다.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적 인간 :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장자 왈 군자의 교제는 물과 같이 담백하여 영원히 변함이 없고, 소인배의 교제는 단 술과 같아 오래가지 못한다.”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무엇이고, 나는 어쩌란 말인가?

 

리언 페스팅어의 인지부조화 : 사람들은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꾼다.(: 중공군의 미군포로 세뇌법)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 :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 ‘아이히만 실험결과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권위에 대항하는 약간의 반대 의견이나 양심과 자제심을 부추기면 자신의 인간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 몰입할 때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실제 많은 사람, 많은 시간을 무기력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행복한 몰입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걱정이나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공감한다.

 

2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을까?

마키아벨리의 마키아벨리즘 : “어떠한 수단과 비도덕적 행위라도 결과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증진한다면 그것은 허용된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서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질과 행동방향에 관한 것이다. 꼴통들은 현재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려 한다. “리더는 때때로 고독하고, 암흑의 책임을 떠안는 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 :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맡겨라.(: 쿠바사태에서 악마의 대변인이 제대로 기능했다.)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

 

쿠르트 레빈의 변화과정 :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된다.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떠올린다.

 

막스 베버 :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는 역사적 정당성, 카리스마, 합법성이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 : “타자(소통이 안 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는 깨달음의 계기다.” 他山之石. 관점이 다른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IQ 80의 차이를 만든다.

 

로버트 킹 머튼의 마태 효과 :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4월생이 성적도 좋고 스포츠도 잘한다.(일본) 꽉 찬 나이가 좋다는 거지. 초기 실적의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고 긴 안목으로 사람의 가능성과 성장을 내다보라.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결과 : 먼저 배신하지 않고 협조한다. 상대가 배신하면 자신도 배신한다. 상대가 협조로 돌아오면, 이쪽도 협조로 돌아서는 포용성을 갖고 있다.

 

헤리르트 호프스테더의 권력 거리 :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잡았을 때보다 기장이 조종타를 잡았을 때 추락 사고가 많다. 조직에서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이려면 구성원간의 의견 표명이 자유롭고 마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하 직원이 그건 말도 안 됩니다.”라고 반론할 수 있어야 한다. 약한 입장에 잇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야 지술 혁신이 가속된다. 내가 경험한바, 상급자가 화를 내더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반취약성(anti fragile) : 안정이 계속될수록 리스크는 쌓인다. 외부 혼란이나 압력에 오히려 성과가 상승한다.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일수록 시스템은 취약해짐으로 언제나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일정하게 가해야 한다. 그 실패가 학습을 독려하고 조직의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3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카를 마르크스의 소외 : 자본주의하에서 전개되는 노동과 자본의 분리, 분업에 의한 노동의 시스템화가 인간을 소외시킨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 규칙을 깼을 때 벌칙이 가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박탈할 수 있는 거대한 권위체를 두고 그 권력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이다.” ‘거대한 권력에 지배된 질서 있는 사회자유롭지만 무질서한 사회어느 쪽이 바람직한가?(청교도 혁명 당시의 상황에서 도출)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는 집합적인 의사 결정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면 그 집단 속에 있는 가장 현명한 사람의 판단보다 질 높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 :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돌연변이/유전/자연 선택. 자연도태란 개념은 세계나 사호의 성립과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지

 

에밀 뒤르켐의 아노미 : ‘사회의 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져도 개인이 반드시 자유로와지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의 도피와 유사한 맥락으로 본다. 스스로 아노미 상태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저자의 제안 : 가족 회복, 횡적 커뮤니티는 이해가 가지만, 소셜미디어는 접수 곤란)

 

마르셀 보스의 증여 : 증여를 의무(증여할 의무/받을 의무/답례 의무)로 보는 모스의 견해는 등가 교환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학 개념으로 풀 수 없다. 모스가 증여에 주목한 것은 유럽 사회가 증여라는 관습을 잃어버렸기에 경제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너무 유명한 말이라. 성 편견에 대한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최대의 장벽이다.

 

질 들뢰즈의 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 : 일관성 있고 알기 쉬운 인격과 인생을 사는 정주형 삶과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용기와 강인함을 갖고 도망치는 삶을 견준다. 전자를 강요하는 시대에서도 후자 같은 삶이 필요하다는.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격차 : 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격차나 차별로 인한 질투의 감정은 사회 조직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구성원에게 상처를 준다. 알렉시스 토크빌도 같은 생각(모든 것이 평준화될 때 인간은 최소의 불평등에 상처받는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미국의 민주주의-)

 

미셸 푸코의 패놉티콘 :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장 보드리아르의 차이적 소비 :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돈을 쓴다. 이는 삐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파리의 패션이 세계 패션을 이끌어 가는가?

 

멜린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 :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이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무의식중에 노력 원리주의‘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른다. 세상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고 의무다.

 

4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배움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생긴다. 알게 되면 두근거린다. 안다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 : 종족의 우상(착각), 동굴의 우상(독선), 시장의 우상(거짓), 극장의 우상(무비판에 따른 편견)이 오해를 일으키니 네 가지를 제거하고 진리에 다다르고 본연의 모습을 보라.

 

르네 데카르트의 코기토 : 아웃 풋으로서는 의미 있는 것이 없다. 포로세스로서의 배움에 의미를 찾으라.

 

게오르크 헤겔의 변증법 :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테제/안티테제/진테제

 

페르디낭 소쉬르의 시니피앙과 시피니에 : 사고의 폭을 넓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독서. 소쉬르가 말한 개념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 :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포케는 타자 이해의 어려움을 깨닫고,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칼 포퍼의 반증가능성 : 과학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브리꼴라주는 정의하기 어렵더라. 무엇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지만, 무엇인가 도움이 될 것 같은. 애매한 예감.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 : 조급해하지 마라. 세상은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가 멸종하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여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때 비로소 승리한다.’ 남북통일도 그렇겠지. 시간 축을 길게 잡아 봐야 한다.

 

자크 데리다의 탈 구축(deconstruction) : 이항의 대립구조를 무너뜨린다. 레비스트로스가 샤르트르를 뭉겐 논리다.

 

엘런 케이의 미래 예측 :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다산초당에서 20191월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초판 11(2)로 본문 335쪽 분량이다. 강의하는 사람이나 조직의 관리자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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