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CBS 시사자키 정관용과 추석이란 무엇인가되묻는 인터뷰를 글로 읽었다. 누군가의 글에서 필사하기 좋은 책이란 평도 있었다. 인터뷰는 미혼, 여성, 취준생, 학생들이 좋아할 소리였다. 필사하기 좋은 책이란 평은 필사하기 좋은 칼럼이 실린이어야 한다. 독자 주관에 따른 평가로 두 문장이 최대치다. 저자가 서울대 교수이자 철학과 정치사상을 가르친다는 걸 감안하면 절대값은 더 떨어진다.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인 것만은 아니다. 책의 인기도는 글보다 대중매체, 쏠림 현상 같은 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술과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책은 사서 봐야한다고 믿는다거나, 공부는 폭넓게 해야 한다거나(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석함), 행복에 대한 평가, 직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나와 맞는다. 논어, 대학, 맹자, 중용을 일 년 단위로 돌아가며 원문으로 읽는다는 게 부러워 나는 완역본이라도 그리해야겠다. 그럴 기회가 없을 터, 책보다는 사람으로 만나면 좋을 것이다.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독서노트를 쓰기 시작한 시각이 오전 430분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내일 아침에 독서노트를 정리하자 마음먹었으니 나는 저자와 달리 죽음보다 삶을 선택했다. 저자의 책 제목이 역설임도 안다.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에 좋고 나쁨은 없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루크레티우스의 우리는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한다. ...... 삶은 그런 식으로 소진되며, 죽음은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문장과 우리는 시체를 짊어지고 다니는 불쌍한 영혼들에 불과하다는 에픽테토스의 말을 프롤로그에 실었다. 책의 제목이 담은 역설을 이해하라는 안전장치인가.

 

내가 사는 오늘 하루는 자살한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하루다. C 일보 Bang의 아내 자살이 석연치 않다는 씁쓸함이 떠오른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 수명 연장이란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이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시간은 인간이 삶을 견디기 위해 만든 가상현실. 거리를 두어야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다는 미학자들의 주장.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한 필요조건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 -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에서 밥의 시작은 장보기요 마지막은 설거지. 밥 짓기와 설거지를 다른 영역으로 본 중년 남성 독자의 의식을 바꾼다.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 그대로 먹느냐와 예쁜 접시에 덜어 먹느냐가 문명이냐 야만이냐를 구분한다는 글을 아내에게 강조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으나 화가 나에게 미치리라. 주례사는 신랑신부가 처한 상황에 맞게 해야. 경험하지 못한 것은 말하지 말아야한다, 알 수 없으니.(자식에 대한 에피소드에서). “한문에서 이자가 대상어의 앞에 올 때와 뒤에 올 때의 뜻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건 찬근이에게 물어봐야한다.

 

저자는 입시공부의 공부가 공부의 전부라는 착각이 문제라고 보는 데, 독자는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A가 부패했다는 사실이 B의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쉽게 판단할 수 없으니 억지로 꿰맞추려 하지 말아야한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무어냐는 질문에 어느 소설가의 답변은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갖기 위해. 부정이 관행을 넘어 정의의 반열에. ‘위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어보니, 저자는 논문을 읽지 않고 심사한 지도교수로부터 논문이 통과된 것을 수치의 기억으로 갖고 있다. 내 논문에 빨강 색연필로 수정할 부분을 체크해 다시 돌아보도록 지도해주신 고려대학교 권혁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니다.(스가 아스코) 하나, 아무 말 잔치를 벌이는 사람은 이성적 질의응답 능력이 없다. , 모순을 참아내는 정신의 굳은살은 서슴없이 부정을 저지르게 한다. , 불의와 헛소리에 대한 알레르기를 고독한 독백으로만 표현하는데, 세 가지는 주입식 교육의 결과다.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토론할 줄 알아야 질의응답, 저항, 참여하는 사람을 기를 수 있다.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문자 해독률은 높지만 문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p. 205)라는데 근거를 찾아 봐야겠다.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헌신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크롬웰은 복음서에 근거가 없다고 성탄절을 금지했음을 역사서가 아닌 에세이에서 배운다.

공모 당선작인 영화평론 안토니아스 라인>과 문예지에 실었던 글은 책과 어울리지 않아 불편하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어크로스에서 본문 343쪽 분량으로 20181130일 초판 1쇄가, 나왔고 두 달 만에 8쇄를 찍어냈다. 사회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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