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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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25()

지난 밤 11시를 넘길 때 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상을 할 수 없단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들 수 없었다. 한반도와 미국, 중국이라는 국제정세가 훈풍을 타다가 멈칫한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반 백년을 미국 조오지아 대학 교수로 있던 박한식과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의 문답을 엮었다. 선은 서로에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사이에 쌓인 불신이라는 메타포다. 카프카는 독서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냉전과 남한의 정치적 레토릭에 잠겨 살아왔던 의식이 깨진다.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독서의 효과라면,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관점은 새롭다. 그만큼 우리(자칭 보수는 물론 진보라는 사람까지도)가 한반도에 매몰돼 있음을 방증한다.

 

줄친 분량이 많아 다 옮길 수 없어 책의 편제를 따라 최소한만 옮겨 본다.

부제가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대하여.

강국진 기자가 남한에 사는 사람으로 느끼고 인식하는 범위 내에서 질문하고, 박한 식 교수는 경험과 연구에 따라 굳어진 편견을 깨라고 조언한다.

질문 목록은 12가지 주제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 답하고 이유를 설명한다. 집단결정체제, 국가의 정통성, 기득권층 차원에서 설명한다. 민중봉기나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이유를 들어준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은 우물안 개구리식사고방식이며, 북한 붕괴의 결말을 독일이라기보다 시리아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압박과 인내는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게 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북한은 통제되는 시장을 갖고 있다며 자본주의 시장과의 차이를 설명한다.

미치광이 혼자 북한을 지배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답변에서 포악한 독재자라는 프레임은 프로파간다일 뿐이란다. 김정은의 목표는 덩샤오핑이라며, 조선노동당의 운영방식을 알려 준다. 장성택 처형도 그가 개인주의를 추구한 결과로 해석한다.

선군정치가 군부독재와 같은 것이 아닌가에 답하며 군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에게 배우자’, ‘군대가 인민들의 생활을 도우라고 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야한다고 한다. 이는 마오쩌뚱이 옌안장정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백성과 군대의 협력을 모티브로 한다. 북한 가정에서 수도꼭지가 고장 나면 군부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사례를 소개한다.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변에서 탈북자의 증언,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라는 주제에서 4가지 과장과 위증 사례를 제시한다. 북한정보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태에 안타까워한다.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며 체면을 세우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돈을 요구하며 흥정하기 위해 외국인을 억류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북한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그런 식으로 북한을 대하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라는 질문에 그간 대북 지원내역을 뜯어보고, 현금지원은 전혀 없었으며 식량차관(유상), 적십자를 통한 쌀, 의약품 등의 무상지원, 민간차원의 농업개발 위주의 지원, 국제사회가 보건의료, 식량위주의 지원이 전부라고 판단한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 통일부 통일백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동향보고서 등 공식자료에 근거한 판단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것도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전략이 없다는 말이 더 맞다고 평가한다.

중국과 북한, 혈맹과 밀당사이는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1, 2, 3>권의 내용과 같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북정책의 역사를 노태우-김대중-노무현의 길과 김영삼-이명박-박근혜의 길로 나눈다. 영화 <대부>의 명대사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를 들어가며 우리가 주도하며 제안으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전권도 없는 군대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우스울 뿐이라는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북한의 비핵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자국의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답한다. 다만, 그간 북한과 미국이 여러 차례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진행되었지만 미국이 틀어버린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마오쩌뚱의 핵에 대한 관점과 김일성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마오쩌뚱은 어차피 써 먹지 못할 물건이다. 미국이나 소련이 우리가 핵보유국이라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라 했다. 1975년 김일성에게는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 두 개만 있으면 어디 가도 큰 소리 칠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국제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p.212) 진단이 잘못되면 엉뚱한 처방만 남발해 병이 깊어진다며 제대로 보자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어렵지만 길은 있다며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바보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에서 안보 접근법과 평화 접근법을 견주며 접근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입장이 변수라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통일은 곧 손해라는 생각에 대하여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통일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크다. 개성공단의 중요성과 발전적 개성공단, 나진특별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에서는 동질성 추구보다는 이질성을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지라고 일깨운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도서출판 부키에서 2018.4.13.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5.18 초판 3, 본문 320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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