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명백히 현재의 기술 혁명은 전자우편과 전자책부터 블로그와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해마다 새로운 글쓰기 형태를 내놓으면서, 문학이 보급되고 읽히는 방식뿐만 아니라 쓰이는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근래에 우리가 사용하기 시작한 일부 용어들은 문학의 아득한 역사 속에서 초창기 순간들과 비슷하게 들린다. 고대의 서기들처럼 우리는 다시금 텍스트를 스크롤하고(scroll : 원래는 두루마리를 펼친다는 뜻이다/옮긴이) 고개를 숙여 태블릿(tablet : 서판 고대에는 주로 석판이나 점토판을 썼다/옮긴이)을 들여다보고 앉아 있다. 이 옛것과 새것의 조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P21
페니키아인들은 이집트에서의 초창기 실험들에 의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자 체계들의 강점이 또한 약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기호들이 의미를 바탕으로 하는 한 기호의 수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그들은 급진적인 해법을 들고 나왔다. 문자는 사물과 의미의 세계와 연계를 끊어야 했다. 그 대신에 문자는 언어, 더 구체적으로는 소리를 나타내게 되리라. 각 기호는 하나의 소리를 나타내고, 그 다음 기호들이 합쳐서 의미를 띤 단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을 의미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것은 엄청난 이점이 하나 있었다. 기호의 숫자가 수백이나 수천 개에서 수십 개로 줄어들어, 읽고 쓰기가 훨씬 더 단순해진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는 발화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결부되게되었다. - P38
하나의 근본 텍스트에서 경전으로, 그리고 특정 영역에 뿌리를 둔 한 텍스트에서 유배지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텍스트로서의 히브리 성서의 이행은, 길가메시 서사시가 묻혀버린 데에 반해서 히브리 성서가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히브리 성서는 땅과 왕, 제국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것은 영토와 왕, 제국들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었고 그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기꺼이 그것을 가져갈 자체의 경배자들을 만들 수 있었다. - P89
예루살렘은 성스러운 텍스트들의 효과를 연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이겠지만, 경전들에 영향을 받은 유일한 장소는 결코 아니다. 에스라 이후로 우리는 줄곧 성스러운 경전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살고 있다. 경전들은 근본 텍스트들의 부분집합이며 그 모두는 문화적 응집성을 창조하고, 기원과 운명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화들을 아득한 과거와 연결한다. 근본 텍스트들의 더 일반적인 이런 특성에 덧붙여 경전들은 경배와 복종의관념을 불어넣는다. 이것은 이른바 경전의 종교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의 종교들, 예를 들면 신전에 모신 경전을 숭배하는 시크교와 불상에 신성한 경문을 모시는 불교에도 해당된다. - P93
근본적이고 성스러운 텍스트들은 문화의 경탄할 만한 기념비, 우리 인류 공통의 유산이다. 그러나 정확히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우리는 각 세대의 독자들이 이러한 텍스트들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오늘날,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종의 성스러운 경전을 추종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텍스트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 P95
이 더 전문화된 협회들은 인쇄혁명의 다른 측면, 즉 대중적 신문과 대형인쇄물의 반대 면이었다. 많은 자연철학자들이 신문과 대형인쇄물의 조야한 논조를 무시했지만 프랭클린은 경험을 통해서 과학적인 의견 교환을 위한 형식들과 더불어 이러한 대중적 형식들의 가치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계몽주의가 기존의 권력 중심으로부터 자율성과 명망을 누리는 철학자들만의 소산이 아니라 신문과 대형인쇄물에 의해서 유포되는 여러 생각들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민주적인 불협화음의 산물임을 알고있었다. - P285
"그 대목 기억나죠?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를 술에 취하게 한 뒤 불 속에 막대기를집어넣어 빨갛게 달군 다음 키클롭스의 외눈에 쑤셔넣은 대목 말이에요."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무사히 도망치자 오디세우스가 그 거인을 놀린 것도?" "예, 예, 기억나요. 그 다음 어떻게 되죠?" 나는 훌륭한 학생처럼, 화가 난 거인이 배를 향해 바윗덩어리를 집어던져서 거의 맞힐뻔했다고 대답했지만, "명중하지 못했다"는 이탈리아어 표현을 몰라서대신 그 장면을 전부 손동작으로 설명했다. "거봐요" 집주인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하나뿐인 눈구멍이 불에 이글거리는 키클롭스가 바위를 집어던진다고요?" 그러고는 그는 창 밖을 가리켰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건 에트나 화산이라고요!" 그는 한쪽 창문 밖으로 불길하게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화산을 가리킨 다음 또다른 창문 밖으로 바닷가 근처에 있는 물속 바위들을 가리켰다. 마침내 나는 그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잡았고 몇 초 뒤에 천천히 말했다. "그렇네요."………괴테라면 틀림없이 이이야기를 좋아해서 여행기에 특별히 기록했을 것이다. - P312
하지만 이제 갑자기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독자를 찾을 수 있다. 어떤 저자들은 장래에 그들이 콘텐츠 공급자에 그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생산물은 독립적인 정신이 빚어낸 독창적인 공헌이 아니라 특정한 수요를 충족하도록 설계된 모종의 고객 서비스로 간주될 것이다. - P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