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작품과 자연의 작품이 각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둘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예술작품만큼이나 수선화의 꽃봉오리도 아름답지. 따라서 아름다움으로는 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예술의 작품은 반드시 유일무이해. 반면 자연은 자신의 영원하지 않은 작품을 보존하려고 끊임없이 복제를 하네. 그렇게 셀 수 없이 만들어낸 수선화는 또 그 이유로 하루도 못 넘기고 시들어 죽지. 더욱이 자연이 어쩌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면 즉시 복제를 해둔다네. 바다 괴물은 자신과 똑 닮은 바다 괴물이 어딘가에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아. 신이 네로나 보르지아, 나폴레옹을 만들어낼 때마다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라고, 세상 어딘가에 똑같은 인물들을 또 심어두지. 물론 전부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은 아니네. 그중 하나는꼭 성공한다는 게 중요하지. 신이 사람을 만들고 예술은 사람이 만드니까." - P35
"예술가는 딱 두 부류지. 답을 제시하는 예술가와 질문을 제기하는 예술가. 우리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야만 한다네. 대답을 하는 예술가인지 질문을 하는 예술가인지. 왜냐하면 질문하는 예술가는 대답하는 예술가와 전혀 다르거든. 예술작품 중에는 해석에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 이는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앞서 대답했기 때문이네. 대답을 제시했음에도 질문이 제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라네." - P43
"아니, 베르느발은 어찌 그리 서둘러 떠나셨는지요? 그곳에서 오래도록 지내기로 작정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원망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왜…...?" 그때 와일드는 가만히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더니 몹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망하지 말게. 무너진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네." - P80
르노의 의견과는 달리, 와일드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한 남자의 비극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가 예술은 모방의 끝에서 시작하고 ‘인생은 예술을 녹여내는 용제이자 예술을 파괴하는 적군‘이며 ‘인생은 예술이 인생을 모방하는 것 이상으로 예술을 모방한다‘고 설파했듯이 그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 주장해온 바를 귀류법으로 몸소 보였다. 그가 쓴 아름다운 산문시의 영웅과 그는 그렇게 닮아 있다.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자신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놀라운 사건들을 저녁마다 전하다가 어느 날 그것이 비극적인 현실로 다가오자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한 뛰어난 그 재담꾼과 닮은꼴 인생이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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