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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쓰지 않은 책들
조지 스타이너 지음, 고정아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7월
평점 :
조지 스타이너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통찰력 아닐까.
끊이지 않는 의문과 호기심, 예민한 감성의 피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방대한 지식과 이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 그 안에 형형히 빛을 내는 통찰력이 눈부시다. 언제나 이방인인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고독의 필요와 사색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사적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인 정당"이라는 사적 공간을 주장하면서 '이길 수 있는 패가 아닌' 것 또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알고 있으며, 독자 역시 스타이너의 주장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취향」과 「질투에 관하여」, 「학교와 문해력」에서는 방대한 지식과 장르 간의 침투력이 흥미롭다.(과연 이 사람의 지식의 끝은 어디인가.) 분야의 벽을 건너뛰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치 사유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고전에서 현대로, 경제에서 예술로, 과학에서 음악으로 넘나드는 글은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어 길을 잃지 않는다. 독자는 즐겁게 파고에 몸을 맡기면 된다. 「에로스의 혀」는 스타이너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독창성이 뛰어나며, 「시온」, 「인간과 동물에 관하여」는 가장 사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시온」은 유대인으로서 세상의 이방인이라는 정체성과 부유하는 자신의 뿌리에 관한 고찰을, 「인간과 동물에 관하여」는 개인적이고 소소한 생활을 편안한 말투로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총체적 질문과 사색이 깊은 울림을 준다.
조지 스타이너의 쓰지 않은 책에 대한 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