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물건으로서의 책은 우리가 한정된 분량의 책만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슬픈 상황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도 책장처럼 책을 위한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 P60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하는 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 P60

만일 내가 다른 책들을 만났더라면 그 다른 책들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찾아서 발견하는 사람은 자신이 발견한 책과 자신의 관계가 손님과 상품처럼 단순한관계가 아니라는 환상을 먹고산다. 벼룩시장에서 책을 찾는 것은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것과 달리 정확한 수요와 특정한 만족이 문제시되지 않는다. 적절한 순간에 맞닥뜨린 예기치 않은 행운, 우리는 이 행운 때문에 곤란한 동시에 행복해하는 것이다.
- P72

책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이런 불안은 문화의 성취가 보편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전적으로 안전하지도 않다는 슬픈 확신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것 같다. 오히려 문화적 산물은 특정 전달자와 결부되어 있고 그들 각각의 운명과 같은 길을 간다. 최악의 경우에는 문화적 산물이 하나도 남지 못할 것이다. 집단적인 기억은 남아 있겠지만, 그 기억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데다가 망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도 않다. 텍스트가 책을 필요로 하듯, 정신은 정신을 담을 그릇을 필요로 한다. 한 권의 책이 분실되거나 파괴됐을 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더 많은 책들이 있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 P91

이와 동시에 나는 모든 수집가들, 심지어 책을 읽지 않는 수집가들까지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수집이란 함께 짝을이룬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모음으로써 무언가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한, 수집은 마음이나 돈을 사용해서 하는 최악의 일도 아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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