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두 명과 함께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의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는 우울감에 숨을내쉬었다. 가슴을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섰고, 죽을 것같이 피곤해서 나무 울타리에 기대고 말았다. 검푸른 피오르와 도시 위로 핏빛 화염이 놓여 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고, 나는 흥분에 떨면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을 관통해서 들려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을 느꼈다.
- 뭉크의 노트(MM T 2367, 1892) - P56
"나는 빛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달이 구름 뒤에 있을 때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빛은 매우 편안하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요. 그때의 빛은 매우 절제력이 없지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태양이나 환한 빛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브란트는 말했다. "특히 어스름하게 밝은 여름밤에 말이죠."
"나는 그래요." 한참 뒤에 그녀는 말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어떤 끔찍한 미친 짓도." 브란트는 그녀의크고 어두운 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의미일까. 그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입을 한쪽으로 찡긋하며 신비하고 부드럽게 웃었다.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도 역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 뭉크의 노트(MM N 97, 1880~1890)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