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물병자리 시인의일요일시집 24
황형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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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이미지나 낯선 언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일상과 풍경을 평안하게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 속에는 세상살이에 대한 애잔함과 슬픔이 녹아있고 그것들을 이겨내는 희망의 시선도 가득합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요하게 그려냅니다. 주변 사람들과 일상에 대한 발견과 성찰이 황형철 시의 매력으로 다가섭니다. 제주도 시편들도 참 인상적입니다. 제주도 출신도 아닌데 제주의 풍광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가볍게 읽고 깊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시집입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언제 한번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사는 게 답답하니 무심히 꺼낸 것 같지만
실은 깊숙한 데서 나온 진정을 알아서
꼭 빈말은 아니어서
나는 언제 한번을 사랑하지 - P110

네 목덜미처럼 눈부신 곳
여기는 겨울이 돼도 눈이 오지 않아,

입술에 애기동백이 폈고
여기에도 눈을 내려 주세요 - P104

마땅히 삼을 만한 명칭이 없어 사방에 밭뿐이니
그냥 권상철 집 앞
아픈 아내에게 선물한 세상 유일무이
버스 정류장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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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물병자리 시인의일요일시집 24
황형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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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세상 거친 파도 속에서 오롯이 지켜주는 방조제처럼 시가 나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해줍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언어와 이미지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도 인상적이었고요. 경험과 진정성이 매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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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는 쓸쓸한 한마디 시인의일요일시집 11
신윤서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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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행간에 절절한 삶의 이야기가 스며 있어서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지금 나의 삶이 어떤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가득한 시집이었다. 발랄한 상상력과 표현도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시집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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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는 쓸쓸한 한마디 시인의일요일시집 11
신윤서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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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0년만에 첫시집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했다.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개성적인 이미지를 펼쳐놓은 시들도 눈길을 끌었지만 자기 삶의 흔적이 행간에 스며있는 시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출가한 누이의 이야기라든지,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는 시집이었다. 천천히 아껴 읽으면 그의 시가 꼭 나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로 이야기하자면 박경리나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 기분이었다. 너무 좋았다.

살아가는 일이란 게 생각해 보면
눈물 나게 별거 아니다.

낡은 신발 한 켤레 불빛에 걸어 두는 일이거나
식구들의 신발 사이에 내 신발을
나란히 벗어 두는 일이다. - P86

경부선 첫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끝내 돌아서질 못하는, 여행
가방처럼 나는 무겁다.
긴 치맛자락처럼 책의 내용에 굵게 밑줄을 그으며, 서성이고
망설이다 끝내 나는
당신의 기억 속에서 현실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 이름이 떠나 버린 것이다. - P16

어제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손금을 읽었다 - P32

흔들리지 않는 것은 모두 떠나보내고, 내 안에 흔들리는 것들
만 남겨 둔다. 쓰러지지 않는 것들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과 만나
내 안은, 오래 쓸쓸하겠지만 머잖아 그리운 곳에 닿을 것이다.
그 반짝이는 바다에 닿아 꽃으로 일어설 수 있겠니. - P99

누이는 왜 잿빛 승복 차림으로
먼 길 떠도는지
문 안에서 여자들은 울지 않는다
무표정한 눈빛은 문밖을 나섰을 때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온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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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하염없는 시인의일요일시집 23
강연호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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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시인과 함께 나이를 들어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톡톡 튀는 상상력이나 발랄한 언어의 감각을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삶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분들이 읽기에 가장 좋은 시집 같습니다.

어느새 중년에 접어든 시인의 시선은 맑고 순하게 느껴집니다.

지나온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봅니다.

"떨어진 일회용 밴드를 다시 붙이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같아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오랜만에 참 좋은 시를 읽었습니다. 

그대 호주머니에 드라이아이스
빠르게 기화하는 표정을 잡고 싶어서
닮고 싶어서, 한번은 나도 뿌리칠 기회가 있어야지
그대의 손금을 따라 꼼지락거리는 오후였는데
모래시계를 언제 뒤집었나 감감해질 때마다
떨어진 일회용 밴드를 다시 붙이는 마음
붙을 듯 떨어져도 견디는 침묵 - P96

스물에 애인을 놓치듯
서른에 꽃을 지나쳤는데

속눈썹 한 올 돌멩이 위에 얹어 놓는다 한들
간절히 엎드린 마음이 당신에게 건너갈 수 있을까

미처 떼어 내지 못한 스티커 자국처럼
집착은 접착과 닮아서

이미 차갑게 식은 찻물이라 한들
그래도 찻잔의 실금은 기억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 P104

궁금해지면 시작입니다
당신이 이해되지 않아서 다가갔지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서 다행이었지요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궁금했겠어요?
문득 어지러웠고 당신이 밀었다고
혹은 끌어당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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