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춤을 추어요 시인의일요일시집 45
윤진화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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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저에게 차가운 비를 맞으며 혼자 언덕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본 듯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선퇴'라는 단어가 주는 생생한 고통과 함께, '신이 만든 계절이 기록되지 않았다'처럼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시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외로움에 머물지 않고, '가위바위보'처럼 단순한 놀이 속에서도 삶의 전략과 희망을 찾아냅니다. 결국 시집의 마지막에 다다라 '동물원'의 호랑이가 "사람답게 운다"는 구절을 만났을 때, 저 역시 이 격렬한 춤의 끝에서 묘한 해방감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집입니다.

그리고 마치 현실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갈라진 아스팔트에 소녀가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에서는 차가운 사회의 단면을, '해방촌 오르는 길'에서는 고단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서늘하지만, 시인은 그 모든 것을 '함께 춤을 추어요'라고 말하며 따뜻한 손을 내밉니다. 특히 '바라건대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같은 시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주며, 우리가 잊고 있던 작은 희망의 씨앗을 다시금 심게 합니다. 삶의 부조리 속에서도 끈질기게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시선에 감탄했습니다.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 P5

말랑말랑 젤리처럼
치유하는 약도 그 자리 그대로
사랑해
사랑해 - P21

신들의
피가 지워지질 않는다 - P25

가자구 집에
일나라 엄마아 엄마아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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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춤을 추어요 시인의일요일시집 45
윤진화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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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친 세상에서 각자의 ‘춤‘을 추고 있다는 묘한 연대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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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시집 46
김륭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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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의 결정들이 모여 한 형체를 이루고, 필연적으로 녹아 사라질 운명을 지닌 존재. 김륭 시인의 『전업 눈사람』은 이 눈사람이라는 지극히 연약하고도 강렬한 은유를 통해 삶과 죽음, 상실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뼈아프게 탐색합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우리는 단순한 문학적 서사를 넘어선 깊은 사유의 층위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어머니, 즉 '당신'을 향한 시인의 절절한 애도와 미안함이 놓여 있습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울음'을 말리기 위해 "바람에도 지워지질 않을 문장을 써야 한다"고 고백하며, 이 시 쓰기가 단순한 감정의 배설이 아닌 존재론적인 책임감에서 비롯됨을 보여줍니다. '전업 눈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시인은 매 순간 녹아내리면서도 타인의 에필로그를 기록하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몸으로 통과시키는 '동시(動詩)'를 지향합니다. '비석'이라는 부제를 단 시에서 어머니를 "산 채로 묻으려는" 행위나 '분갈이'를 통해 존재를 새로운 좌표계에 재배치하려는 시도는, 죽음을 단절이 아닌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영원으로의 이식이라는 독특한 사유 방식을 드러냅니다.


시인이 사용하는 '울음', '뼈', '숟가락', '스모그'와 같은 핵심 이미지들은 이러한 애도의 윤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합니다. '울음'은 더 이상 감정의 표출이 아닌 사유의 리듬이자,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내면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입이 안 되면 마음이라도 찢어 울음을 넣어주는 일, 그건 뼈를 넣어주는 일"이라는 고백처럼, '뼈'는 자기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소진의 행위와 연결됩니다. '숟가락'은 그 소진의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뼈를 나누어 쥐는 애도 공동체의 상징이 되고, '스모그'는 죽은 이들의 말과 울음이 응축된 공기로서 화자의 몸 안에서 "다른 사람이 우는 소리"를 듣게 만듭니다. 이처럼 시인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몸과 언어로 통과시키는 치열한 과정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어떻게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다시 당신을 만났으니, 이제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은 것처럼 간절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구절이나 "당신, 죽어도 괜찮아. 나랑 둘이서 사람보다 먼저 태어난 눈사람 보러 갈 테니까"라는 약속은 김륭 시인이 추구하는 관계의 영속성과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 시집은 상실의 아픔을 직시하면서도, 그 아픔 속에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끝없이 간절해질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역설합니다. 『전업 눈사람』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상실 속에서 어떻게 애도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우리'로 다시 뿌리 내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건네는 작품입니다.

사랑은 특별하지 않아요. - P56

다시 당신을 만났으니, 이제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은 것처럼
간절해질 수 있다 언제나 - P90

사랑에 부딪혀 주저앉아 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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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시집 46
김륭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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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한복판에서도 삶의 의미와 사랑의 본질을 잊지 않게 하는,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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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 시인의일요일시집 43
이적온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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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온 시인의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는 현대 사회의 '스펙터클'과 '정동적 무감응'이라는 주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시의 윤리적 역할을 재고하게 한다. 시집은 사고 현장을 '멍청이 통제'로 비유하거나, 위험을 '뻐끔거림'으로 치환하는 등, 이미지와 언어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삼중 추돌'에서 '적기'의 다의성을 통해 현대 예술과 사회현상이 어떻게 하나의 질주로 수렴되는 폭력적 단순화를 비판하는 점은 인상 깊다. 시인은 쉬운 이해와 단선적 해석을 거부하고, 오히려 의미의 복수성과 긴장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태도를 통해 독자에게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어려운 시를 쓰겠다는 의지를 넘어,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감각을 일깨우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감응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간절한 시도로 읽힌다. 'Fle(a)sh'에서 '비장소'를 '분산형 집회'의 공간으로 재해석하며 임시적이지만 다정한 연대를 모색하는 부분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관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시인의 시선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면모를 시적인 언어로 해부하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한다.

폐업한 가게에 장난 전화를 건다
허기처럼 불거지는 목소리는
거울을 뒤집어 놓고 믿어버리면 그만
- P51

그 문장은 나였고 피부를 대신한 그늘이었고
내 영혼이 세기에 걸쳐 되뇐 단 한 줄의 음계였는데
책을 덮으면 온데간데없었다
들려오는 언어를 무참히 깨달았다 - P59

내가 말보다 칼을 먼저 발음하자 할아버지는 내게 조각칼
을 쥐여 주었다. 날이 사포만큼 무디고 손잡이가 손가락에
맞게 파인 칼이었다. 할아버지와 나는 손을 겹쳐 잡고 창틈
으로 번지는 빛을 깎았다. 상아에 손톱자국이 남지 않게끔
엄지에 힘을 빼고 사막의 모래를 어루만지듯 부드러이 밀어
내는 법을 배웠다. 빛이 잘려 나간 자리에 어떤 기억이 조각
되었다. 그게 젊은 너였음은 나중에 알았다 - P64

기지개 켜듯
환해지고 마는 상처라니
빛 그물을 짜는 맨발이라니
눈부신 고통이라니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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