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가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1. 깡패 엄마(울 엄마) 70대이지만 그 위력이 전혀 가시지 않아 보스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아침은 보스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누가 늦게까지 자지 않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말랬어."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얼마나 많이 한 줄 알아?" "안 일어나." "8시가 훨씬 넘었어." - 8시라니 8시는 되지도 않았으며 이 날은 연휴가 끝나고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쉬는 비공식적이지만 휴일이었습니다. 제주도에 가기로 하자 울 엄마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는 "이 중에 한라산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얘들은 다 못 올라가." 짱 우리엄마.
2. 지상 최고의 매너남 (내 남편) 40대에 드디어 낭만을 배운 이 분은 아내를 위해 심야영화를 적극적으로 보고, 훗날 북카페하겠다는 아내의 의지에 부응하여 유명한 카페 탐방에 열을 올립니다. 본래 강원도 촌사람으로 커피의 종류로는 자동판매기 커피만을 알 던 사람. 책값으로, 커피값으로, 영화비로, 공연관람비로, 좀 과하다는 소비에도 일절 말이 없는 이 분은 이름하여 매너남입니다. 물론 이 분의 단점을 쓰자면 와! 할 말이 진실로 많지만 나는 장점을 먹으면서 10년을 넘어 20년을 바라봅니다.
3. 분위기 타면 수다쟁이(내조카) 우리 집 큰 딸입니다. 아들은 조카를 큰 누나라고 부릅니다. 아무도 그런 아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린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 난 조카를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가르쳤습니다, 조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나인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쫌만 딴 짓을 하면 가차 없던 시절을 겪었습니다. 후후 지금 그 녀석은 중딩입니다. 학교 빠져서 좋다며 가족 여행에 선뜻 동참해 주었습니다. 아 여기서 오해말기를- 이 친구 명색이 회장이고, 전교 20 등 안에 드는 우등생입니다. 텝스도 500점이 넘는 아이입죠. 게다가 고등학생들 언어 모의고사에서도 90점을 냉큼 넘는 수재입지요. 늘 유쾌한 입담을 늘어놓는 조카와의 여행이 기대됩니다.
4. 뭐니뭐니해도 그녀의 별명은 독서광입니다. 내 딸이지요. 틈만나면 책을 읽습니다. 장르는 다소 구분이 있느나 다양한 책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부쩍 역사와 추리소설에 끌리는 눈치입니다. 과학동아나 수학동아도 잘 보는 걸 보면 문이과 거침없이 독서의 폭을 넓혀갈 듯합니다. 이 딸을 키우기란 참 어렵습니다. 이 아이가 책 읽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완전 무관심하거든요. 자기가 뭘 어디에 둔 지 전혀 기억하지 않습니다. '않다'라고 표현한 것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내 보기에 이 아이는 일부러 신경을 끊어버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수많은 책의 면면을 기억하는 놈이 지가 놔 둔 필통이나 자켓, 우산, 가방, 신발주머니, 머리띠 등등 다 어디 있는 지 모르는 건 의도성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아무튼 이 녀석은 책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책 못 읽게 하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심부름 시키기 좋은 방법 "야, 물 좀 떠와. 대신 책 읽는 시간 10분 추가해 줄 게." 10분의 위력은 진실로 대단해서 10초만에 물 컵이 제 앞에 나타나지요. 하하 이 친구 꿈이 작가랍니다.
5. 까칠 남(내 아들) 그는 B형이 틀림없습니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까칠까칠한 그의 성격이란 -. 이 친구, 이에는 이가 아니라 이에는 이의 재곱승입니다. 누나가 귀여워서 볼을 건들이면 바로 주먹이 날라옵니다. 먼저 건들지는 않지만 누가 건들었다하면 그에 버금가는 대응이 날라옵니다. 입도 까칠해서 고기와 과일을 주로 먹고 탄수화물의 주원인 밥은 즐기지 않습니다. 까칠한 아들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요. 공룡을 좋아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내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6. 마지막으로 나는 커피, 책, 비 세 가지를 좋아합니다. 비오는 날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완전 행복입니다. 딸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불석권은 합니다. 다소 신경증이 있고, 게으름은 하늘을 찌르지만 가끔은 쿨할 때도 있어서 삶이 찌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돌이켜 본 40여 년의 삶 속에서 책 읽기를 한 것을 참 잘 했다고 여깁니다. 책은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6 명이 갑니다. 삶을 너그럽게 만드는 길을 찾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