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새로운 꿈을 찾기로 결심한 탓에 마음이 분주했다. 분명히 그랬던 것 같다. 그덕분에 제주도 여행은 까맣게 먼 일로 여겨졌다. 어느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예약해둔 리조트가 어디 있나? 점검해 본다. 누구는 서귀포 시에 있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왠 걸 제주시에 있다. 크크 서쉬포만 믿고 올레 6코스를 걸으리라 생각했으니 큰 낭패다. 일단 예약을 했으니 리조트를 바꿀 수는 없고, 뭔가를 취소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올레 코스를 바꿔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올레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머물기로 한 리조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의미 심장하게 1코스다. 좋지. 1번이잖아. 우도도 가자 우도는 1-1이네 아주 좋아. 1번 찍고 오자 다음에는 2번, 3번 이렇게! 이제 생각해 보니 숙소를 미리 정하는 게 아니었지 싶다. 올레길 걷고 종착지에 있는 찜질방같은데 들어가서 자는 것도 재미있을 뻔 했는데 - ㅎㅎ 아이들이 좀더 크면 해 보리라. 이번이 처음이니깐 누가 짜주는 스케줄대로만 여행하다가 막상 스스로 해 보니 책임감 팍팍 생기고 실감지수 마구올라간다.  

하지만 머리도 묵직해지는 걸. 왜 3박 4일이나 잡은거야. 와 3일을 뭘로 채우나 하루는 우도 하루는 제주 올레 1코스 그리고 숙소 주변에 있다는 트레킹 코스를 돌고 - 뭐 이렇게 하면 함께한 구성원들이 성을 내시려나? 그러나 역시 좋은 것은 자연이 아닌가 자연을 느끼고 경험하잔는데 싫어 하실라고 일단 큰 틀은 이렇게 잡고 세부사항은 좀더 고민하리라. 그런데 차를 렌트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또 무척됩니다.  

다음에 제주도를 갈 때는 배를 타고 가야겠다. 인청항에서 출발한다는 그 배를 타고 선상에서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와 비행기로 날라갔다오는 제주여행을 시작도 하지않았으면서 배로 가는 여행에 설레는 꼴이 우습다. 늘 쫒기고 늘 해야 할 일이 많은 삶을 뒤로 미루고 느림과 게으름을 배우러 제주도에 간다. 가서 마음껏 느리게 걷고, 또 뒹굴다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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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돌아온 남편은 좋은 영화가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영화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미리보기를 보니 한국인 신부의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그 분은 신부서품을 받고 아프리카를 지원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신부의 길을 간 것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을 것을, 내전 중인 수단을 선택한 그의 삶은 참으로 남달랐다. 그의 헌신, 그의 사랑, 그의 열정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톤즈 사람들은 그를 하나님으로 보았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러 신부님의 모습으로 오셨다고 여겼다. 하루 300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학교를 세우고, 진료가 없는 시간에는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음악을 가르쳤다. 그러던 그는 48세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었다. 휴가차 들린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그의 몸 속에는 암이 퍼져 있었고, 수단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투병 중에도 수단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수단의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생을 마감한 수도원에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노래를 주었다. 그를 담은 모든 사진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16번의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졌어도 그는, 그분은 활짝 웃었다.  

 어릴 적 성당에서 본 영화(한센병을 앓는 환자들을 섬기는데 일생을 바친 신부님에 관한 것) 한 편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삶과 10남매를 홀로 키우신 어머님의 삶 속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딸아이에게 "어땠어?"라고 물었다. 딸은 "음, -" 한참을 뜸들이다가 "사람이 위대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처럼"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란 참 위대하다. 그리하여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위대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삶에 대해서 - 

 나는 부끄러웠다. 내 인생의 반 구비를 이미 돌았으니,  내게 나로인한 열망이랄까 꿈이 남았을 리 없는데도 끝임없이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잘 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한 분의 삶이 나를 또 가슴 설레게 한다. 48년이라는 절대 시간은 끝났지만 그분의 삶은 내게 불멸이 된다.  세상에는 여러 관점이 있다. 동일한 사람도, 동일한 사건도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동일할 때도 있다. 희생, 헌신 앞에서 우리 모두는 숙연해지고 감동하고 변화한다. 말을 많이 하는 나는 단 한 사람도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단 한 번 헌신할 때 그 헌신은 세상을 바꿔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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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 반에서 짝을 바꿨다. 지난 번에는 속담이었는데 이번에는 책 제목이었단다. 아이들이 뽑은 종이에는 동화책 제목이 적혀있는데 두 아이가 짝을 이뤄서 하나의 책제목이 완성되는 것이고, 그 두아이가 바로 짝이된다. 예를 들어 '키다리'와 '아저씨' 종이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짝이 되는 거다. 딸아이의 쪽지에는 '어린'이라고 써 있었다.  

 딸아이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이렇다.

 "저는 금방 알았죠. 제 짝이 '왕자'라는 걸. 아이들에게 너 왕자니? 너 왕자? 하면서  물었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큰 소리로 왕자 왕자 누구냐? 하고 외쳤어요. 그때 지난 번에 팔이 꺾였다는 그 친구가 깁스를 한 채로 제게 왔어요. 그리고 그 애가 저한테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뭐라고 했는데?" 

"너 와거지냐?" 

하하하 재밌다.  

"어 아니 난 '어린'이야." 

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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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2013-01-1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푸캐케케켘케케케케켘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짱 웃기네염////
^///^ 누군지 참 ㅎㅎ
 
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대한 두려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 두려움이 나 자신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끝'으로 인한 無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릴 적의 나는 이 죽음이라는 것, 끝이라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다. <트리갭의 샘물>은 죽음 대신 영원을 얘기한다. 영원은 공포대신 죽음에 대한 위로를 준다. 죽음이 자연의 순리임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의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고 있었다. 작가가 덧붙이지 않은 영원의 불편함들을 얘기하기까지 했다. 5명의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샘물을 마시겠니?" 4명의 아이들은 마시지 않겠다고 했고, 1명의 마시겠다고 했다. 마시겠다는 친구는 여유롭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에 대한 한 친구의 말은 많은 울림을 남겼다. 

 "하지만 영원히 살면 무수히 많은 전쟁을 겪어야 해요." 

 - "전쟁을 해도 안 죽을텐데" 

" 나는 안 죽지만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걸 봐야하잖아요." 

" 그리고 또 이 책에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샘물을 마신 상태에 머무는 것인데 , 어른이 되고 늙어서 좋은 점을 경험할 수 없잖아요. 저는 그 물을 마시지 않을 거에요." 

 이 아이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도 했다.  

" 천국에 가서 영원히 사는 것도 무서운데, 여기서 영원히 산다니 -" 

 영원을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에겐 죽음만이 아니라 영원도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이 책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쇄다. 죽음이 축복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영원이든 죽음이든 그것이 순리일 때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수업을 하는 동안 알았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그곳에 없는 것이 죽음이라면 죽음은 이 땅에 사는 우리의 최대 권한이구나 하는 생각. 인생의 막바지를 치닫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이라는 보루는 있구나 하는 안도. 모든 것을 끝내게 해 주는 힘의 죽음. 죽음이라는 조커를 아직 남겨두고 사는 내 인생은 고로 두려울 것이 없네 까지 생각이 이르고 보니 이 책을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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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가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1. 깡패 엄마(울 엄마) 70대이지만 그 위력이 전혀 가시지 않아 보스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아침은 보스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누가 늦게까지 자지 않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말랬어."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얼마나 많이 한 줄 알아?" "안 일어나." "8시가 훨씬 넘었어." - 8시라니 8시는 되지도 않았으며 이 날은 연휴가 끝나고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쉬는 비공식적이지만 휴일이었습니다. 제주도에 가기로 하자 울 엄마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는 "이 중에 한라산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얘들은 다 못 올라가." 짱 우리엄마. 

2. 지상 최고의 매너남 (내 남편) 40대에 드디어 낭만을 배운 이 분은 아내를 위해 심야영화를 적극적으로 보고, 훗날 북카페하겠다는 아내의 의지에 부응하여 유명한 카페 탐방에 열을 올립니다. 본래 강원도 촌사람으로 커피의 종류로는 자동판매기 커피만을 알 던 사람. 책값으로, 커피값으로, 영화비로, 공연관람비로, 좀 과하다는 소비에도 일절 말이 없는 이 분은 이름하여 매너남입니다. 물론 이 분의 단점을 쓰자면 와! 할 말이 진실로 많지만 나는 장점을 먹으면서 10년을 넘어 20년을 바라봅니다. 

3. 분위기 타면 수다쟁이(내조카) 우리 집 큰 딸입니다. 아들은 조카를 큰 누나라고 부릅니다. 아무도 그런 아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린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 난 조카를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가르쳤습니다, 조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나인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쫌만 딴 짓을 하면 가차 없던 시절을 겪었습니다. 후후 지금 그 녀석은 중딩입니다. 학교 빠져서 좋다며 가족 여행에 선뜻 동참해 주었습니다. 아 여기서 오해말기를- 이 친구 명색이 회장이고, 전교 20 등 안에 드는 우등생입니다. 텝스도 500점이 넘는 아이입죠. 게다가 고등학생들 언어 모의고사에서도 90점을 냉큼 넘는 수재입지요. 늘 유쾌한 입담을 늘어놓는 조카와의 여행이 기대됩니다.  

4. 뭐니뭐니해도 그녀의 별명은 독서광입니다. 내 딸이지요. 틈만나면 책을 읽습니다. 장르는 다소 구분이 있느나 다양한 책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부쩍 역사와 추리소설에 끌리는 눈치입니다. 과학동아나 수학동아도 잘 보는 걸 보면 문이과 거침없이 독서의 폭을 넓혀갈 듯합니다. 이 딸을 키우기란 참 어렵습니다. 이 아이가 책 읽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완전 무관심하거든요. 자기가 뭘 어디에 둔 지 전혀 기억하지 않습니다. '않다'라고 표현한 것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내 보기에 이 아이는 일부러 신경을 끊어버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수많은 책의 면면을 기억하는 놈이 지가 놔 둔 필통이나 자켓, 우산, 가방, 신발주머니, 머리띠 등등 다 어디 있는 지 모르는 건 의도성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아무튼 이 녀석은 책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책 못 읽게 하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심부름 시키기 좋은 방법 "야, 물 좀 떠와. 대신 책 읽는 시간 10분 추가해 줄 게." 10분의 위력은 진실로 대단해서 10초만에 물 컵이 제 앞에 나타나지요. 하하 이 친구 꿈이 작가랍니다.  

5. 까칠 남(내 아들) 그는 B형이 틀림없습니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까칠까칠한 그의 성격이란 -. 이 친구, 이에는 이가 아니라 이에는 이의 재곱승입니다. 누나가 귀여워서 볼을 건들이면 바로 주먹이 날라옵니다. 먼저 건들지는 않지만 누가 건들었다하면 그에 버금가는 대응이 날라옵니다. 입도 까칠해서 고기와 과일을 주로 먹고 탄수화물의 주원인 밥은 즐기지 않습니다. 까칠한 아들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요. 공룡을 좋아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내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6. 마지막으로 나는 커피, 책, 비  세 가지를 좋아합니다. 비오는 날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완전 행복입니다. 딸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불석권은 합니다. 다소 신경증이 있고, 게으름은 하늘을 찌르지만 가끔은 쿨할 때도 있어서 삶이 찌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돌이켜 본 40여 년의 삶 속에서 책 읽기를 한 것을 참 잘 했다고 여깁니다. 책은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6 명이 갑니다. 삶을 너그럽게 만드는 길을 찾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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