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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대한 두려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 두려움이 나 자신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끝'으로 인한 無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릴 적의 나는 이 죽음이라는 것, 끝이라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다. <트리갭의 샘물>은 죽음 대신 영원을 얘기한다. 영원은 공포대신 죽음에 대한 위로를 준다. 죽음이 자연의 순리임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의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고 있었다. 작가가 덧붙이지 않은 영원의 불편함들을 얘기하기까지 했다. 5명의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샘물을 마시겠니?" 4명의 아이들은 마시지 않겠다고 했고, 1명의 마시겠다고 했다. 마시겠다는 친구는 여유롭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에 대한 한 친구의 말은 많은 울림을 남겼다.
"하지만 영원히 살면 무수히 많은 전쟁을 겪어야 해요."
- "전쟁을 해도 안 죽을텐데"
" 나는 안 죽지만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걸 봐야하잖아요."
" 그리고 또 이 책에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샘물을 마신 상태에 머무는 것인데 , 어른이 되고 늙어서 좋은 점을 경험할 수 없잖아요. 저는 그 물을 마시지 않을 거에요."
이 아이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도 했다.
" 천국에 가서 영원히 사는 것도 무서운데, 여기서 영원히 산다니 -"
영원을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에겐 죽음만이 아니라 영원도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이 책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쇄다. 죽음이 축복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영원이든 죽음이든 그것이 순리일 때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수업을 하는 동안 알았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그곳에 없는 것이 죽음이라면 죽음은 이 땅에 사는 우리의 최대 권한이구나 하는 생각. 인생의 막바지를 치닫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이라는 보루는 있구나 하는 안도. 모든 것을 끝내게 해 주는 힘의 죽음. 죽음이라는 조커를 아직 남겨두고 사는 내 인생은 고로 두려울 것이 없네 까지 생각이 이르고 보니 이 책을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