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돌아온 남편은 좋은 영화가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영화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미리보기를 보니 한국인 신부의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그 분은 신부서품을 받고 아프리카를 지원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신부의 길을 간 것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을 것을, 내전 중인 수단을 선택한 그의 삶은 참으로 남달랐다. 그의 헌신, 그의 사랑, 그의 열정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톤즈 사람들은 그를 하나님으로 보았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러 신부님의 모습으로 오셨다고 여겼다. 하루 300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학교를 세우고, 진료가 없는 시간에는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음악을 가르쳤다. 그러던 그는 48세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었다. 휴가차 들린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그의 몸 속에는 암이 퍼져 있었고, 수단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투병 중에도 수단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수단의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생을 마감한 수도원에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노래를 주었다. 그를 담은 모든 사진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16번의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졌어도 그는, 그분은 활짝 웃었다.  

 어릴 적 성당에서 본 영화(한센병을 앓는 환자들을 섬기는데 일생을 바친 신부님에 관한 것) 한 편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삶과 10남매를 홀로 키우신 어머님의 삶 속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딸아이에게 "어땠어?"라고 물었다. 딸은 "음, -" 한참을 뜸들이다가 "사람이 위대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처럼"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란 참 위대하다. 그리하여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위대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삶에 대해서 - 

 나는 부끄러웠다. 내 인생의 반 구비를 이미 돌았으니,  내게 나로인한 열망이랄까 꿈이 남았을 리 없는데도 끝임없이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잘 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한 분의 삶이 나를 또 가슴 설레게 한다. 48년이라는 절대 시간은 끝났지만 그분의 삶은 내게 불멸이 된다.  세상에는 여러 관점이 있다. 동일한 사람도, 동일한 사건도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동일할 때도 있다. 희생, 헌신 앞에서 우리 모두는 숙연해지고 감동하고 변화한다. 말을 많이 하는 나는 단 한 사람도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단 한 번 헌신할 때 그 헌신은 세상을 바꿔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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