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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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북스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시리즈는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서 몇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자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이미 해당 시리즈의 윤리 편과 정치 편을 저술했고, 이번 철학 편이 세번째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과 또래 청소년들을 위해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책이라면 제목에서 풍기는 가벼움과는 달리 상당한 진정성과 무게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책 읽기를 마친 소감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서양 철학의 오랜 지적 여행을 이렇게 쉽게 풀이한 책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만큼은 '명실상부'라는 것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믿는데 이 책은 그 기대를 잘 충족시켜 준다. 누구나 손을 내젓는 어려운 철학을 이리 재미있고 요령있게 소개했다면 저자 사바테르가 쓴 윤리 편과 정치 편의 다른 책들도 충분히 믿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데 무슨 신분증이나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냐. …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세상에 대해 고찰했어. 그 사람들의 삶과 세상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많은 것들이 변했어. … 과학은 사물의 기능을 설명해 주긴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 말해 주진 않아. (299~301쪽에서 발췌)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하여 중세 기독교 시대의 철학, 그리고 르네상스와 근대의 철학을 거쳐 20세기 한나 아렌트와 마리아 삼브라노의 철학까지 다루고 있다. 철학자들의 삶을 그들이 살았던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철학자들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펼쳐 나갔음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부드럽게 읽히는 텍스트와 마치 소설을 보듯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는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쾌락주의'로만 알고 있던 에피쿠로스 철학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진실하고도 매력적인 철학이었다. 진정한 현자에겐 증오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내 젊은 날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여겼던 사르트르는 다시 봐도 존경스러웠고,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러셀의 삶은 지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모범적이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고향 땅을 벗어난 적이 없던 칸트가 '철학계의 뉴턴'으로, 인식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것은 이성과 사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 날개를 편다"는 헤겔의 말은 철학은 역사를 되돌아보며 정신과 이념을 파악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부엉이는 마르크스에 의해 일찍 날개짓을 하며 새벽을 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흥미로운 토막지식들이 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지만 몸이 크고 어깨가 넓어 편평하다는 뜻의 플라톤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flat 이라는 영어를 생각하면 된다. 경험론의 대가 베이컨은 영국의 대법관을 지냈는데 뇌물수수죄로 쫓겨나 감옥에 갇힌 적이 있고, 평소 관찰과 증명을 강조한대로 죽은 닭이 부패하지 않고 얼마나 견디는지 알아보다가 감기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를 읽으며 궁금해진 책과 영화도 생겼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와 <자서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장미의 이름>이다. 특히 러셀의 <서양의 지혜>는 지은이가 철학을 공부하며 살게 되는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었다. 그것도 어린이를 위한 그림이 많은 철학책이라니 자못 기대가 크다.



책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우리들의 철학 논쟁'이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알바와 네모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것은 해당 챕터의 핵심 테마를 다시 한번 짚으며 이를 곱씹는 기회를 제공한다. 친한 친구들끼리의 일상적 대화이듯 편안하게 읽히는 텍스트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으며 본문보다 더 인상 깊은 구절도 종종 등장한다. 철학적 사유와 논쟁의 본질을 재미있는 대화로 엮어 정리한 이 책의 소중한 매력이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철학서가 있었을까! 딱딱하고 건조한 철학적 개념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어깨에 힘을 빼고 일상의 언어에 비유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 쓴 글은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어떻게 밀리언셀러의 저자가 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뛰어나고 친근한 철학 교양서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p.s 102쪽 세번째 문단 세째 줄에 '파르테논'이 나오는데, 이는 아무래도 '판테온'의 오기인 듯하다(로마의 만신전 이야기이므로). 이것이 원작의 오류인지 번역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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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괌 - 최고의 괌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최신판 Season2 ’20~’21 프렌즈 Friends 32
이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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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유유자적 휴식을 즐기고, 멋진 맛집과 카페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곳. 다양한 워터 스포츠와 원시림과 오프로드를 누비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섬 전체가 면세구역으로 쇼핑의 천국이면서 아름답고 호화로운 숙소들이 가득한 곳. 바로 태평양의 파라다이스 괌입니다.



괌은 여타의 섬 여행지에 비해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어 뚜벅이족에게도 좋은 곳인 듯합니다. <프렌즈 괌>은 트롤리 버스, 쇼핑몰 셔틀 버스에 대해 종류별, 노선별로 자세히 안내합니다. 배차 간격은 물론 노선 코스를 지도로 볼 수 있어요. 괌 시내에서 택시는 100% 콜택시로 운영되는데, 한인 택시를 이용하면 카카오톡으로도 예약할 수 있다니 미리 체크해 보시구요. 물론 괌도 사이판처럼 렌터카를 빌려 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여행을 계획할 수 있겠습니다. 그땐 '렌터카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 코너를 찾아보세요~



저자 이미정 님은 '모두를 위한 필수 코스'를 비롯해 유형별, 테마별로 추천 코스를 제안합니다. 3박 4일을 기본으로 한 추천 일정에 원데이 코스를 추가하거나 투어 프로그램을 조합한다면 나만의 멋지고 알찬 여행 일정을 완성할 수 있겠습니다. 각 지역별로도 여행 코스를 추천하고 있으며, 주요 스폿을 표시한 세부 지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효율적인 동선을 짜기에 좋습니다.



리조트 내 키즈 클럽과 패밀리 레스토랑의 키즈 메뉴 등 아이를 위한 알짜배기 정보를 모아 놓은 페이지에는 아이를 위한 놀이터 정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쇼핑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의 장소로 괌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겠습니다. 5세 이상 아동들을 위한 키즈 프로그램도 풍성하다고 하니 우리네 부모들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되겠습니다~^^*



<프렌즈 괌>은 괌을 투몬&타무닝, 북부, 중부&하갓냐, 남부의 4개 구역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투몬&타무닝은 괌 여행에서도 핵심을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고운 모래와 맑은 바다를 자랑하는 투몬 비치, 수륙 양용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는 라이드 덕이 먼저 눈에 띕니다. 아! 그런데 수중 터널에서 즐기는 오션 사파리가 있네요~ 이름하여 언더워터 월드. 타자 워터파크도 재미있겠지만 저는 이쪽이 더 맘에 드네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괌과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북부에서는 스타샌드 비치의 투어 프로그램과 사랑의 절벽에서 보는 파노라마 오션 뷰를 놓칠 수 없겠습니다. 괌의 역사적인 랜드마크가 있는 중부에서는 라떼 스톤과 스페인 광장, 그리고 피시 아이 마린 파크의 해중 전망대가 주목됩니다. 세계 일주를 하던 마젤란이 처음 발을 디딘 우마탁 마을이 있는 남부에서는 이나라한 자연 풀에서 스노클링을, 바다 한가운데서 돌핀&선셋 크루즈를 즐겨도 좋겠습니다.



괌 현지식 바비큐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프로아,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에그스 앤 띵스, 해산물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세일즈 바비큐는 꼭 먹어보고픈 맛집입니다. 한인 타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식 등 선택의 폭도 넓어요. 괌의 별다방이라는 포트 오브 모카, 콩다방이라는 커피 비너리도 꼭 맛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휴양지로 여행을 가면 살이 더 찌는 듯한 이유가 이런 것이었군요. ㅋㅋ



쇼핑과 맛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GPO에는 키즈 플레이 코너가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쇼핑몰입니다. T 갤러리아와 더 플라자, JP 슈퍼스토어와 K 마트까지 괌에서의 쇼핑은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예전에 누가 괌에서 1년치 옷을 구입해서 왔다는 얘기를 듣고 우스개소리로 넘겼는데, 그게 사실일 수도 있겠습니다. 책에서는 한술 더떠 '1년치 가족옷'을 언급하네요 ㅎㅎ



세계적인 휴양지 괌에는 멋지고 다양한 숙소들이 넘쳐 나는데요. <프렌즈 괌>은 최고급 럭셔리 리조트, 가족친화형 리조트, 중저가 실속리조트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숙소를 소개합니다. 성공적인 숙소 예약의 노하우는 물론 각 리조트에서 '잘 먹고 잘 노는 법'까지 알려주네요. 다른 챕터에서도 유용하지만 Mia's Advice는 특히 이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낭만적인 달밤 입욕과 지프 투어, 키즈 케어 센터 등 각 숙소마다 차별화된 독특하고 멋진 프로그램을 마음껏 이용해 보세요~


괌의 크기는 제주도의 1/3보다 작고, 거제도보다 조금 더 큰 정도라고 해요. 그런데도 이런 다양함과 멋진 모습들을 갖추고 있으니 실로 축복받은 섬입니다. <프렌즈 괌>은 괌에서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며 놀고 휴식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24시간이 부족한 당신을 위한 나이트라이프도 놓치지 않았구요. 시끌벅적한 댄스 음악 대신 감미로운 소울과 재즈를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안내도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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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부동산 경매왕
김지혜 지음 / 진서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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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초보 부동산 경매왕>의 저자 김지혜는 돈이 없고 시간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경매(또는 경매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야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이책 저책 살펴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매' 대신 '부동산'이라는 말을 넣어도 괜찮은데, 없는 사람일수록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월세와 전세살이를 한다면 경매책을 한번쯤 읽어두는 것이 자신의 피땀 어린 돈과 권리를 지키는 소중한 무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 경기에 상관 없이 언제나 투자 가능하고, 한번 배워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경매. 저자가 추천하는 왕초보 경매 공부의 1단계는 물건 검색이다. 매일 경제 뉴스 보듯 경매 물건을 검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안목이 트인다는 것. 낙찰 여부와 상관 없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또는 동기 부여 차원에서 법원을 방문해 경매 현장을 살펴보기를 추천하기도 한다. 매우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조만간 경험 삼아 특정 물건의 입찰 기일에 법원을 가보려 한다.



책의 구성은 준비 마당과 실전 마당으로 나뉜다. 준비 마당은 초보 입장에서 경매의 전과정에 걸친 개념과 방법을 하나하나 분석해 17개의 소챕터로 나누어 설명한다. 쉽고 친절한 설명은 개념과 절차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곳곳에 경매 초보들을 위한 애정어린 조언들이 담겨 있다. 본업을 유지한 채 경매하는 것이 멘탈 관리와 레버리지(대출) 사용에도 좋으며, 가격만 쫓지 말고 자신의 목표(임대 or 내집마련)와 용도를 정한 뒤 잘 아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용 자금에 맞추어 할 것을 조언한다. 무엇보다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경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는 권리 등 실수하기 쉬운 것, 주의해야 할 사항부터 먼저 짚어주는 것이 좋았다.



실전 마당은 20여년간 경공매의 모든 유형을 섭렵한 저자의 풍부한 경험이 녹아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실려 있다. 서울 12개, 수도권 14개, 지방 6개의 사례를 읽다 보면 경매의 다양한 맛과 재미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인천 주안동 아파트 사례이다. 부동산은 타이밍 투자이듯 경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항상 시장 흐름에 관심을 갖고 그 흐름을 탈 수 있어야 반값 혹은 저렴하게 나온 좋은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일 경제 뉴스 보듯 경매 정보를 보라는 이유이다. 그래야 감정가의 변화 추이, 낙찰가 상승 여부, 투자 트렌드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 흥덕역에 47명의 응찰자가 몰린 아파트 사례도 주목된다. (소제목과 목차에는 응찰자가 21명으로 나온다. 그러나 사진과 본문은 모두 47명으로 나온다.) 경락 대출의 장점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금채권 때문에 최우선 변제금을 다 받지 못한 세입자의 사례와, 대위변제로 인해 변동된 말소기준권리로 문제가 된 연신내 빌라 사례도 흥미로웠다. '문건 접수 내역' 확인과 입찰 당일 권리 순위 변동을 재확인할 것 등 주의 사항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왕초보 부동산 경매왕> 책 속에는 경매와 관련된 다양한 실전 TIP들과 유용한 체크리스트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입찰 당일 매각물건명세서를 꼭 확인할 것, 세대합가 대항력 사례 분석 등 구체적인 지침이 되는 TIP들이 많았다. 또한 경매물건 현장조사서, 빌라 외관 확인사항, 왕초보 신용관리 실천법 등 체크리스트는 이것들만 따로 모아도 좋은 소책자가 될 만큼 알찬 내용들로 가득했다. 이런 양식들은 저자가 운영하는 카페 '경매공매가이드'에서 다운로드도 가능했다.


신국판 보다 좀더 큰 판형에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편집은 책의 가독성을 높여준다. 특히 논리적 흐름에 맞는 정연한 편집은 경매의 절차와 과정, 다양한 문제 해결 사례의 체계적 이해에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접하는 진서원 출판사의 책인데, 세 책 모두 구성과 편집이 좋아서 흡족했다. 성공 사례로 채워진 흔한 경매책이 아니라, 경매의 전반적인 내용을 쉽고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왕초보 부동산 경매왕>은 경매 입문자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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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외국어 하나쯤은 하고 싶다 - 6개월 안에 혼자 끝내는 외국어
크리스 론즈데일 지음, 하은지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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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외국어 하나쯤은 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강렬함은 지금도 여운이 남아 있다. 책 제목 하나로 가슴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집이나 소설이 아닌, 외국어 학습책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아무튼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책의 내용 또한 알차고 다부졌다.


저자 크리스 론즈데일은 이렇게 단언한다. "보통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언어 소질이 없어도, 외국에 나가 살지 않아도, 6개월 안에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 단, 과학적이고 올바른 외국어 학습 모델을 적용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마스터한다는 것'의 의미는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18세 성인의 수준에 이른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일상과 업무에서 막힘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저자는 외국어 공부에서 겪었던 과거의 실패는 잘못된 학습 방법 때문이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두가 똑같다고 한다. 언어심리학을 바탕으로 그간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논거삼아 저자는 전통적 학습방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방법을 주장한다.



책은 먼저 외국어 학습의 5가지 핵심 원칙과 7가지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과학적이고 올바른 학습 방법의 원리가 이곳에 모두 들어있다. 인간은 언어 학습의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무의식과 잠재능력을 굳게 믿고, 외국어를 '학습'하지 말고 자연스레 '획득'할 것을 강조한다. 공부해서 말하지 말고 말하면서 공부할 것, 형식(모범답안)에 얽매이지 말고 틀리더라도 소통에 촛점을 맞출 것.



책을 읽으며 매우 인상적이었던 몇가지 개념이 있었다. 말의 뜻을 이해해서 '무의식적'으로 외국어를 획득하는 과정인 '이해 가능한 입력'. 다양한 분야의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또는 주제)를 반복해서 접하거나 한 책을 여러번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좁은 입력'. 그리고 외국어 듣기 여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우리의 뇌를 외국어 소리에 담그는 '브레인 소킹' 등이다.



외국어 중 영어를 대상으로 제시되는 6개월 마스터 코스는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각 주차별, 월차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 액션 플랜, 습관까지 자세하게 제시된다. 이 코스에는 앞서 언급된 5가지 핵심 원칙과 7가지 행동 지침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2장과 3장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읽어야 그 진의를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영어로 사고하는 두뇌 회로인 '영어 통로'를 만들어 튼튼하게 하고 이를 넓히는 것이 핵심인 듯하다.


저자가 인용한 언어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이 아이들보다 훨씬 더 빨리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해당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주의력이 부족할 뿐! 유사 이래 요즘처럼 영어(또는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없다고 말한다. 유튜브, 인터넷, TED, 어학앱 등 공부꺼리는 차고 넘친다. 이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뿐~!


TED 조회수 1,800만을 돌파한 인기 강연을 책으로 엮은 <살면서 외국어 하나쯤은 하고 싶다>를 읽어보니 6개월 안에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공부한 6개월이 10년을 이긴다'는 표지의 카피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요즘 유행하는 '미드 쉐도잉'이 이 책에서 말한 여러 원칙과 지침에 상당히 부합하는 방법 같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한 방법을 토대로 미드 쉐도잉을 함께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도 할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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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쏙 세계사 2 - 고대 통일 제국의 등장 한눈에 쏙 세계사 2
서지원 지음, 이은열 그림, 박소연 외 감수 / 열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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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나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사는 글쎄~ 영 자신이 없다. 늘 부족하다고 스스로도 느끼고, 언제 한번 제대로 공부해봐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무언가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고, 상황적으로라도 나를 강제하고 싶었다. 그런 차에 만나게 된 <한눈에 쏙 세계사> 시리즈~!


열다 출판사는 조금 생소했는데, 알고보니 스푼북의 어린이책 브랜드다. 요즘 어린이책들이 얼마나 알차게 잘 나오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애들 보는 책이라고 무시하지 않으리라. 140쪽이 살짝 넘어가는 페이지는 만만해 보여서 오히려 반가웠다. 최근 역사책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우리 아이에게도, 세계사에 부족함을 느끼는 나에게도 모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눈에 쏙 세계사 2> 고대 통일 제국의 등장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의 순으로 서술되어 있다. 풍부한 시각 자료는 눈을 즐겁게 하는데, 해상도 높은 사진과 깔끔한 그림들이 텍스트의 부족한 부분을 잘 받쳐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사진과 그림, 지도들이 들어 있으니 글밥은 많지 않은 셈이다. 글자도 비교적 큰 편이라 시원시원하게 잘 읽힌다.



소설가로 등단한 이야기꾼이 저자여서 그런지 딱딱하지 않은 문장은 부드럽게 읽힌다. 마치 앞에 앉은 사람에게 말하듯이 '~했어, ~거든' 등의 구어체로 풀어낸 문장은 친근감마저 준다. 책 중간중간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나와 주요 개념과 내용을 보충 설명한다. 본문 중 어려운 단어는 파란색 글씨로 표시하고 책 날개에 박스로 묶어 설명했다.



'역사 속 상식 쏙'과 '역사 속 재미 쏙'은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지식을 높이고 재미를 더한다. 다만 '상식'에 비해 '재미'의 분량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다. 특별 코너인만큼 상식보다 재미에 좀 더 비중을 높였어도 좋지 않았을까 한다. '세계사가 한눈에 쏙!'은 단원 정리에 해당하는데, 5~6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했다.


카데시 전투 후 인류 최초의 평화조약으로 새겨진 점토문은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더 찾아보니 복제본이 유엔에 전시되어 국제평화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로망이자 판타지인 페르시아 제국은 정복지의 언어와 종교, 풍습을 존중하는 관용적 정책과 '왕의 길, 왕의 귀'라는 제도가 놀라웠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정치·사회 체제의 차이는 그 나라가 처한 환경적 차이가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헬레니즘은 동양의 단순한 '그리스화'가 아닌 동서양 문화의 오랜 융합으로 만들어진 그 시대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해석에서는 균형적 역사인식이 돋보인다.


그러나 중국 황제와 로마 황제를 비교한 짤막한 글은 지나치게 도식적이어서 어색하고 논리적 비약이 보인다. 한편 중국사의 분량이 로마사에 비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루고 있는 기간의 차이가 큰 것도 아닌데, 분량은 페이지 수로 3배 차이다.(본문을 기준으로 로마는 36쪽, 중국은 12쪽임)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서술과 풍부한 시각 자료는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하는 코너를 적재적소에 삽입해 지루함을 덜고 읽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두껍지 않은 적절한 분량은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하기에 좋은데, 세계사의 큰 얼개를 튼튼히 잡게 하는 데도 무리가 없는 듯하다. 어렵지 않게 세계의 역사를 접하고 싶은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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