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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루시아 벌린은 2004년 사망한 인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분이다.
해외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정확한 인명은 루시아 베를린이다. 국내본은 '청소부 메뉴얼'이라는 책 제목이지만
원서로는 '청소하는 여자를 위한 메뉴얼'. (청소하는 남자&여자도 아니고 꼭 여자라니! 원작제목은 아예 자조적이기 까지 하다!)
미국에서 스페인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교사까지 했을 정도니 '청소부 메뉴얼'이라는 단편에서 볼 수 있듯 그녀는 배울 대로 배운 여자다. 소설 단편 중 응급실 이야기에서 그녀가 멕시코인을 통역해주는 장면에서도 '이사람, 고급인력?!이 아닌가?'싶었다.
즉, 어두운 단면이 있을 뿐 못 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적어도 해외에서 그녀의 책은 여러 권이 출간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청소부를 떠나 여러 직업들을 토대로 그녀의 소설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소설과 수필의 경계를 허문다.
따라서 내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흡사 자서전을 읽는 기분도 든다.
(고로 독자들은 명심할 것. 당신의 직업전전이야기, '기업리뷰'같은 이야기가 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도 간호보조 등으로 일했다는 그녀, 그래서인지 치과이야기, 응급실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도 놀랍지 않다.
국경을 넘어, 다루기 어려운 분야에서 일했던 그녀이기에 이야기들은 다소 어두울 수 있다. 낙태, 치매, 종교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어릴 적 시점을 돌아보는 듯한 말로 쓰인 글도 있기에 짠하다. 수녀가 있던 학교에서 사랑받았지만 그 동정이 싫어 벗어나려하다 오해가 생겨 퇴학을 당한 이야기.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동정도 싫었지만 오해를 받게 되어 더더욱 상처가 된듯한 어투가 남아있다.
'수녀님이 어떻게 내가 때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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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충고가 소설까지 스며들어있다. 삶의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은 사람마다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_
단편 '선과 악' 중 '나'와 선생님의 대화
많이 배웠어요. 세상에 바꿔야 할 게 많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싸움이지 내 싸움이 아니에요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너 모르겠어? 그 태도, 바로 그게 세상의 문제라는 걸?'
그래서 나도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말을 싫어한다.
삶이 힘들 때 누군가의 삶도 어둡고 저릿한 추억으로 가득했을 거라고
위로와 공감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절대로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이해못할 책이지만
곱씹을 수록 '어린왕자'같은 내면에 감탄하게 될
(어른이 되서도 그 때 그 때 의미가 다르게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어린왕자다.)
구절들로 가득하다.
*좋은 기회를 주신 웅진지식하우스에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어요. 세상에 바꿔야 할 게 많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싸움이지 내 싸움이 아니에요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너 모르겠어? 그 태도, 바로 그게 세상의 문제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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