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말하자면 밤은 치열한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부드러운 동화가 시작되는 시간일 거에요. 괘종시계가 열두 번을 치고 나면 저마다의 가슴속에 숨어 있던 소년과 소녀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밤에 쓴 편지를 낮에 부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낮의 어른은 밤의 아이를 부끄러워하니까요. 하지만 밤의 아이 역시 낮은 어른을 동경하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의 가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결과나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그 중요성이 놓여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설혹 그 결과가 끝내 내게 다가온다고 해도, 그 찰나의 지점이 뭐 그리 가치있겠습니까'
'변화의 순간은 일종의 의식을 필요로 할 때가 많은데, 말하자면 제게 그 의식은 빨간 테 안경을 사는 일이었던 셈이지요. 오랜 수행 끝에 인생관을 신념의 힘으로 바꾼 것도 아니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면서 심기일전하느라 세계일주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안경테 하나를 바꿨을 뿐이지요. 그런데 튀는 안경을 소화하는 작은 용기와 의지는 곧 세상에 대한 저의 태도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그 작은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은 또다른 연쇄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삶에서 변화란 원래 그렇게 아주 작은 것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루거나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삶 자체는 행복에서 멀어지기 쉽다는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업적이라는 것이 인생 전체에 걸쳐 있는 거시적 기준의 결과물이라면 행복은 그날그날의 일상을 대하는 미시적 감정과 감각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 하루하루의 삶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능력과 특별한 성과를 향해 전력 질주 할 수 있는 능력은 서로 이율배반적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온통 상황이 뒤얽혀 있고 길은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가장 확실히 여정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정을 떠올려 보는 겁니다. 당신은 지금 고민에 빠져 있는 그 일의 첫걸음을 어떻게 떼었습니까'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갔던 누군가는 당신의 오늘을 슬쩍 바라본 뒤 15년 후의 당신을 어떻게 예측했을까요'
''그건 현재의 상황이 처음엔 이전보다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예전과는 별개인 정황으로 보이기에 과거에 학습된 교훈을 떠올리지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결국 유사한 전개 끝에 흡사한 상처를 받게 되면 그제야 탄식하면서 자인합니다.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같은 실수를 저질렀구나.'
'삶에서 반복해서 자주 받게 되는 상처는 어쩌면 그 사람이 삶에서 어떤 지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같은 함정에 빠진다는 것은 그 함정이 그에게 그만큼 매혹적이라는 뜻이지 않을까요'
'무심결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당신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을 연쇄작용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
당신이 오늘 쓸모없다고 치워놓은 쓰레기가 내일 황금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