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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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P34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 한들, 모집 정원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수능을 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모두가 명문대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쉽게 얻은 기회인 만큼 쉽게 딜레마에 빠졌다 죽어라 노력해서 97점을 받아봤자 나머지가 다 100점을 받으면 꼴찌가 되는 현실이다 그래놓고 정당한 패배를, 노력의 부족을, 의지의 박약을 받아들이라 말한다

P120 우리는 절대 우리를 상처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들로부터 상처받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타인에 대한 불신을 학습한다 자세히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실수는 용납하지 않고, 작은 성공 따위에 칭찬하지 않으면서 실패에는 혹독하기 짝이 없다 알고 보면 우리에겐 그저 두렵지 않고 방향을 가르쳐주는 어른이 필요할 뿐인데. 실패해도 괜찮다고, 나도 너 나이 땐 실수투성이였다고, 누구나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는거라고, 대단한 걸 해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넌 절대 한심한 놈이 아니라고, 매일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는, 미지의 가능성을 가진 청춘이라고 말해줄 어른 말이다

P180 우리 사회에 빛이라는 게 있다면 그 형태는 아마 스포트라이트일 것이다 조명이 미치는 곳의 주인공은 더할 나위 없이 밝게 빛나며 주목받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엑스트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로 보면, 아주 일부분에 불과한 사람들을 비추기 위해서 대다수가 버려지는 셈이다 구성원의 대부분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라면, 평균적으로는 행복하기보다 불행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90년대생들은 '당신이 바라던 주인공이 되지 못해서' 부모님 세대는 '자식을 다른 인생의 조연으로 만들어서' 서로 미워하고 미안해한다 지금껏 해가 뜨지 않은 건 우리 중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젊은 것들,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그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쌍둥이도 세대차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90년대생들을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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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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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P83 "얘, 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너는."
나는 얼어붙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우친 것처럼
나는 그 길로 도망쳤다 집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이 잦아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 눈빛과 목소리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꿈속에서도 맴돌았다 할아버지는 그 말 외에 덧붙인 것도 없었다 그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옭아맸다
그 눈빛 안에, 네가 다른 애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려고 하면 될 것 같냐는 말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그 할아버지 때문이라기엔 뭐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로 컸다 이를테면 뜨거운 국을 들 때, 국을 손등에 엎질렀을 때의 내가 느낄 화끈거리는 통증을 생생하게 상상한 후, 절대로 국그릇을 엎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아이가 되었다 실수를 별로 하지 않아서 실수를 하면 엄마가 정말? 네가? 하고 묻는 아이가 되었다

P100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96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비극적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 '유원', 십여 년 전 금정동 화재 사건으로 어린 동생 유원을 살리고 떠난 언니 그리고 11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으며 삶과 몸이 망가진 아저씨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자기혐오, 증오, 가족에 대한 부채감 등 섬세한 심리적 묘사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된 수현과 가까워지며 치유를 받게 된다
ㅇㅇ사건, ㅇㅇ생존자 너무도 많은 사건 속 그 사람들 기적,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되고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꼬리표 눈빛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작은 관심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음을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를 잇는 올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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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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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 기자의 기록

신문기자의 일은 그림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처럼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고 나아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P58 중요한 건 누설은 누설이라는 것이다 정보를 주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감추려고 하는 것을 찾아내서 세상에 밝히는 것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나의 과제이다

P212 물론 신문기자라면 누구나 특종을 원한다 그럼에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의 내가 우회 헌금 국회의원 리스트를 입수한다면, 물론 있는 그대로 다 알리지는 않겠지만, 내 나름대로 인맥을 쌓아둔 다른 기자들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단독보다는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럭비의 스크럼 같은 것이다
종이와 전파, 신문과 잡지라는 벽을 넘어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가 수평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더욱 강해지고 있다

P225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집요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고 싶다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일본 언론 자유의 상징' 모치즈키 이소코가 보수 정권과 남성 권력을 뒤쫓으며 집요한 취재기를 기록한 책이다
자민당 부정 헌금 스캔들부터 가케 학원 스캔들까지 잘 몰랐던 사건인데도 푹빠져 읽었다 분명 다큐인데 추리소설을 읽는 듯 가독성 최고였다 어린 시절 배우를 꿈꾸었지만 엄마가 건넨 한 권의 책으로 인해 기자되었다 세

P225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변의 환경 때문에 내가 변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사나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정치와 사회의 문제점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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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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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바람이 불 때마다
밤의 얼굴이 한 장 넘겨진다

P22 죽은 자들이 잠들어 있는 땅에 둘러앉아 죽은 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뭐가 그리 필사적일까? 내가 남은 생에 큰 희망이 없어서일까?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에 익숙해진 탓일까?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P52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해마 업그레이드 및 메모리 증설 시술이 보편화되었다 덕분에 치매 발병률은 낮아졌고 평균수명은 늘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곧이어 신형 바이러스가 덮쳤다 몇 년 전부터 해마 분열증 환자수가 이전의 치매 환자수를 고스란히 대체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해마 분열증 말기다 분열증은 뇌 손상과 함께 신체 건강에 급속한 쇠약을 가져왔다 하지만 분열증 발병 이전부터 할아버지는 자기가 한 말을 잘 기억하지 못했고 맥락 없는 말을 잘했다 타인에게 상처 주는 언행도 거침없이 했다 죽음이 매 새벽처럼 찾아올 거란 선고를 받은 와중에도 노인의 감수성은 평생을 그래왔던 것처럼 일관성 있게 사납고 모질었다 ~ 당신의 기억은 유령

P116 무지와 공포는 연결된다 일반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을 때 각종 소문과 괴담이 늘어간다 음모론도 멀지 않은 곳에서 기웃거린다 ~ 니시와세다역 B층

P165 차마 다 해석되지 않는 것, 이가 빠진 것처럼 불명확한 것, 말로 다 전달되지 않는 것, 말로 표현하니 오히려 오해가 생기는 것, 누군가 조장한 의도적인 데마고기, 잘못된 교육시 만든 단단한 장벽, 100년이 흘러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적 상처 해결이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이 우리 사이에 쌓여 있다 그런 한계를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폴짝 뛰어넘는 존재가 나와 니상 사이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해결은 요원하지만 사람과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려고 할 때 가슴으로 이해되는 정서들이 통역되어 성큼 다가온다 ~ 투명 러너

수록작 <모멘트 아케이드>로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중ㆍ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첫 소설집 <밤의 얼굴들>이 출간 되었다 만화가의 꿈을 안고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인지 일본을 배경으로 사실적 역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sf를 선보인다 그동안의 대부분의 sf가 따라가기 벅차고 어려운 소재가 많았는데 이 책은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Sf 속 가상 현실에서 아바타를 만나고 기억과 감각을 공유하고 죽은 자들이 살아난다 상처입고 소외 받은 사람들 그들의 고통을 덜고 감싸안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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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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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

P46 머리 위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 고작 1퍼센트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력한 개인과 광대무변한 신이 아닐까요? 인간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를 어떤 자는 부처라 일컫고 어떤 자는 여호와, 어떤 자는 알라 그리고 어떤 자는 시바라고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인간은 늘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배웠습니다 ~ 여행

P132 우린 너무 사랑했기에 때문에 이별했다 그리고 이별한 뒤에도 여전히 사랑했으나 시대의 불행으로 끝내 살림을 합치지 못했다 우리는 그러한 세대이다 우리의 사랑은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감시를 당하고 방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롱이나 유혹의 대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욱 순수해지고 뜨거워졌다

고난은 신이 발명해낸 돋보기 같은 것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자사의 삶 속에 숨어 있던 행복의 씨앗들을 찾아내어 발아시킬 수 없는 것이다 고난이 많을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 믿음

P207 낯익은 것들로부터 확실히 멀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에서 남미라는 단어를 발견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머릿속으로 헤엄쳐 들어온 이상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생각을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거부할 의사가 없는 이상 계획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계획을 지지해줄 동지나 근거를 찾을 목적으로 나는 그 서점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 서치

40편의 짧은 소설이고 파란색 토끼가 있는 귀여운 표지로 인해 가볍게 후딱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소설을 읽는 순간부터 혼란이 왔다 국적 불문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대화보다는 서사가 많은 독백 형식이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기도 했다 사진이나 카드 뉴스, 짧은 글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언제 어디서나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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