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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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

P46 머리 위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 고작 1퍼센트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력한 개인과 광대무변한 신이 아닐까요? 인간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를 어떤 자는 부처라 일컫고 어떤 자는 여호와, 어떤 자는 알라 그리고 어떤 자는 시바라고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인간은 늘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배웠습니다 ~ 여행

P132 우린 너무 사랑했기에 때문에 이별했다 그리고 이별한 뒤에도 여전히 사랑했으나 시대의 불행으로 끝내 살림을 합치지 못했다 우리는 그러한 세대이다 우리의 사랑은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감시를 당하고 방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롱이나 유혹의 대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욱 순수해지고 뜨거워졌다

고난은 신이 발명해낸 돋보기 같은 것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자사의 삶 속에 숨어 있던 행복의 씨앗들을 찾아내어 발아시킬 수 없는 것이다 고난이 많을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 믿음

P207 낯익은 것들로부터 확실히 멀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에서 남미라는 단어를 발견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머릿속으로 헤엄쳐 들어온 이상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생각을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거부할 의사가 없는 이상 계획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계획을 지지해줄 동지나 근거를 찾을 목적으로 나는 그 서점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 서치

40편의 짧은 소설이고 파란색 토끼가 있는 귀여운 표지로 인해 가볍게 후딱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소설을 읽는 순간부터 혼란이 왔다 국적 불문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대화보다는 서사가 많은 독백 형식이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기도 했다 사진이나 카드 뉴스, 짧은 글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언제 어디서나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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