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P49 시를 무기로 비뚤어지고 부조리한 세상을 변혁할 수 있을까? 시로 돈을 버는 것도 당장 현실을 바꾸는 것도 아닌데, 왜 시인들은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서 시를 쓴다고 끙끙대는 걸까? 이런 자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인이 있을까? 이것이 어찌 비단 시만의 문제이겠는가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P133 원래 네루다의 본명은 리카르도 엘리에세르 네프탈리레예스 바소알토라는 대단히 긴 이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시를 써서 먹고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당시에도 시인은 가난의 동의어였다 그래서 자식이 시인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의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택한 필명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다 여러 이견이 있지만 필명 네루다는 체코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얀 네루다에게서 따왔다고 하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폴 베를렌을 연상시키는 파블로는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의 하나다 여담이지만, 만약 파블로 네루다라는 필명을 사용하지 않고 그 긴 본명을 내세워 시를 썼다면 오늘 우리에게 훨씬 더 낯선 시인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근하고 누구나 부르기 쉬운 이름을 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생소했다
이 책에서는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4명의 시인의 삶과 작품을 다루었는데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고 파블로 네루다만 알고 있어서 그를 다룬 부분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읽다 보니 다리오에게 매력을 느꼈다 시는 어렵다는 인식때문에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관심이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P12 우리 삶에서 여행처럼 즐거움이 보장된 것이 또 있을까? 우리는 이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워진다 선택 가능한 다양한 세계가 놓여 있고 재미ㆍ의미ㆍ도전ㆍ로맨스 또는 각자 추구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감정이 있다

아무리 잘 짜놓은 여행일지라도 자신의 결정ㆍ습관ㆍ목표 때문에 망쳐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행복한 여행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상당수는 사실 우리 안에 존재하는데 말이다

P20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해 조금 배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 관한 몇 가지 근본적이고 놀라운 진실들, 심리학에 의해 밝혀진 진실들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비논리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뭔가를 주목하고 감사를 느끼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P335 여행 중에 SNS에 끊임없이 사진을 게시하는 것보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좋아하는 순간만 골라서 게시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하면 당시의 경험을 다시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눈을 통혀 사진을 새롭게 살펴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즐거움이 연장됨은 물론이고 소중한 여행 시간을 SNS에 쏟아 붓지 않아도 된다

넘치는 정보로 많은 것을 찾고 계획하며 최고의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여행은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최악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책으로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운 진정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여행과 심리학의 조합이 새롭고 흥미로운데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행복한 여행을 꿈꾼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P12 그래도 운동을 한다
가늘고 길게, 미래의 내가 쓸 체력을 비축하려고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마음으로
남 보기 예쁜 몸이 아니라, 적절한 나의 동반을 만드는 마음으로
나약한 나를 극복하여 '더 강한' 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약점이 있거나 아픈 몸이라도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P15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실수에도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퇴근하고 만나는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 다정도 체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게 점점 실감하는 것이다 아, 이러다 나는 결국 짓무르고 터지겠구나 일터가 나를 빨아먹는 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겠구나 인성 때문에 운동한다는 후배의 말은 이런 맥락이다

인성이라는 모호한 단어에는 타인과 관계 맺는 태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복을 챙긴다

P167 산을 오를 때 목표만 보는 사람이 있고, 눈앞어 풍경과 꽃과 흙과 나무의 냄새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운동의 궤적은 궤스트를 깨듯 쭉쭉 나아가기만 하는 전진형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어진 지점을 찍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나선형에 더 가깝다 변화하는 몸은 '이미 깬 판'과 달리 '나'와 단절되거나 지나가지 않고, 매번 똑같은 위기나 다른 변수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니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운동에서 성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성취가 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운동이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은 종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으로 깃든다

P180 장비는 운동에 쓰는 도구인 동시에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동기를 부여하는 펌프다 운동이 질릴 때 새로운 운동복을 사서 기분전환을 하거나, '지금부터 이 운동을 한다'라는 스위치를 켜는 의미가 있다

나에게 운동은 숨쉬기 운동뿐이데 이 책 너무나 재밌다 여자의 운동은 건강보다는 다이어트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나이 먹으면서 살도 찌고 체력이 떨어져서 운동을 해야할텐데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숨쉬기도 잘하면 운동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내 몸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작가님이 체험한 다양한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말빨? 글빨?이 너무 좋으셔서 읽는내내 엄마 미소 지으며 읽었다 내가 점점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지는게 체력 탓도 있었음을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질서한 전개, 무의미한 농담, 강박적인 말놀이로 그리는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P9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꾼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마침 오전 새참을 먹고 있던 현장감독이 그를 힐끗 올려다보는 순간 그는 그것을 해고 표시로 이해하고 공사장을 떠났다

P85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어떠한 해명을 요구받거나 자신이 무엇에 대해 비난받았을 경우에 필요한 것이다 심문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사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201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 '독창적인 언어를 통해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특수성을 탐구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작품' 이라는 선정 이유가 말해주듯이 언어에 집중한 실험적인 글쓰기로 새로운 문학 세계를 열었다
이 작품은 197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닌데 내용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읽는 소설의 개연성이 없고 기,승,전,결이 없어서 난해하다
소통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불안한 단면을 강박적인 말놀이를 통해 보여준다 마지막 장이 최고였다 뒷내용 궁금하다고 먼저 읽지 말기를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전 세계가 극찬한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 옌련커의 대표 중단편

P147 사람들은 보통 가을에 비가 없으면 겨울에는 반드시 눈이 온다고들 생각했지만 겨울은 꾸물대면서 아주 늦게야 왔다 마침내 찾아온 겨울은 아주 메마르고 혹독했다 거대한 한재는 이듬해 밀을 파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때가 되어서야 마침내 비구름이 보름 동안이나 몰려왔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마침내 비가 내렸다

P311 마침내 그는 이 세상에서의 인생살이가 끝없는 노동과 쓸데없고 자질구레한 소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월은 기름등처럼 꺼졌다가 다시 타고 탔다가 다시 꺼지다가 탈 기름이 없어지면 또 다른 전경前景이 나타났다

루쉰 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최고상을 비롯해 20여 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왔고 중국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는 옌련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70여 편의 중ㆍ단편소설 중 최고의 작품 네 편을 직접 골라 모았다
<연월일>
<골수>
<천궁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40여 년 전 중국의 농촌,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며 작황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다루었다 지독한 가뭄과 굶주림, 장애, 가난 등 절망과 고통 속에서 드러나는 휴머니즘,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색다른 감동에 빠져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