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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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히키코모리나 다름 없는 작가, 가가노에게 어느날 불쑥 아들이 찾아옵니다. 태어나서 스물 다섯 해가 되도록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이지요. 가가노는 작가라는 직업이 없었다면 과연 무엇이 되었을지 객관적으로 봐도 상당히 염려가 되는 인물입니다. 불통의 아이콘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세상과 단절되어 살고 있는 가가노. 그의 세계에 스무 살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양육비 십만엔을 부치고 나서 받아봤던 사진 속의 아들이 현실 세계에 등장한 것이지요. 

친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려니 이상하네. 그래도 처음 만났으니까 괜찮겠지. 뭐, 내 이름은 알고 있을 테지만 나가하라 도모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걸작은 아직_P.007

천연덕스럽게 반말을 건네며 가가노를 아저씨가 부르는 도모는 그날부로 가가노의 집에 머무릅니다. 처음 얼마 동안 가가노는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 그대로, 그다지 관심을 두지도 않습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지금까지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에 급급하지요. 뜬금없이 찾아온 아들을 의아해 하면서도 자신의 삶의 방식은 고수했어요.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식료품을 사 오는 일. 외부와는 거의 단절하다시피 하며 살던 가가노의 방식 그대로요. 

핏줄이 이어진 부자관계지만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25년의 세월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모가 머무르게 되면서 집은 서서히 사람의 온기가 생겨나요. 그리고 싹싹한 도모 덕분에 이사 온 뒤 20년 동안 이웃과의 만남이나 지역 활동을 하지 않았던 가가노에게도 서서히 이웃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도모가 일하는 편의점 주인 아저씨를 비롯한 자치회 회장 등을 만나게 되고, 얼결에 자치회 행사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물 흐르듯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도모의 모습을 보며 가가노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고 해야할까요. 일련의 자잘한 사건들을 겪어가며 가가노는 서서히 어엿한 성인으로서 이웃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일상 생활 가능하세요?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만큼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가가노. 과연 가가노는 제대로 된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 어찌보면 답답스러울만큼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그에게 도모의 존재는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데요. 이윽고 도모가 머무르기로 정했던 기간이 다 지나갑니다. 도모가 떠나기로 한 날, 가가노는 제각각이고 엉성한 메뉴의 조합이지만 음식을 준비해요. 도모를 위해 두근대는 마음으로 한정 판매하는 '유자 가린토'를 예약합니다. 도모가 떠나기 전 둘이서 마주한 마지막 식탁에서 가가노는 비로소 아들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되지요.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에 깊이 동감하는 바, 이 소설의 가가노는 스물 다섯 살짜리 자신의 아들인 도모를 만나 비로소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제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스스로 연락을 끊어버린 부모님을 찾아가요. 그동안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아들을 키워온 미쓰키는 가가노가 본가와 소식을 끊은 동안에도 아들 도모를 데리고 본가에 방문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부모님께는 '쓸데없는 소식은 전하면 일에 영향을 주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가가노에게는 일절 연락하지 않았던 미쓰키는 본가를 방문해 가가노가 쓴 소설의 내용이나 해석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려요. 본가의 책장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책들이 한 권도 빠짐없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가가노는 아들 도모의 이름을 어디서 따 왔는지 유추해 내기에 이릅니다. 

'이 소설은 내 뿌리 같은 면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던 도모의 말을 기억해낸 가가노. 허둥지둥 도모의 일터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길 청하지만 일하는 중이라며 매몰차게 거절당합니다. 이후 가가노는 미쓰키에게 양육비 대신 잡지에 실리기 전 상태의 원고를 보내요. 그리고 서서히 사람이 사는 온기가 돌며 화사해지는 자신의 집으로 도모와 미스키를 초대합니다. 


"내 부모를 만나는 건 문턱이 높았을 텐데."

"그런가?"

"그렇지. 뜬금없이 누구냐고 생각할 테고, 문전박대당할 가능성도 있잖아? 게다가 당신은 우리 부모님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애가 생기니까 내 인생인데 순식간에 주인공이 자식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는 아무 관계도 없어지고, 문턱 따위는 없어져 버려."

"흐음……. 대단하네, 자식이란."

"맞아, 대단해. 도모가 태어난 뒤로 난 자유가 사라졌지. 직업이라거나 취미처럼 그때까지 내가 쥐고 있던 것들도 대부분 사라졌고, 그래도 애와 있기에 맛볼 수 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감정은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미쓰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뭐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지만' 하며 어꺠를 으쓱했다. 그러자 '맞아, 아마 기분 탓이었을 거야'라며 도모도 웃었다.

걸작은 아직_P.256

이 작가의 전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서점 대상을 받은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와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생명의 끈』도 모두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가족을 그려냅니다. 다소 이상하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부터 서서히 뭔가 연결되는 느낌을 주고, 결국엔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소설들인 것 같아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범한 행복을 찾아가는 담담한 이야기들'이라고 표현한 역자의 글에 동감합니다. 다소 독특한 상황이지만, 담담히 펼쳐지는 일상속에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걸작은 아직』이었습니다. 

#걸작은아직 #세오마이코 #스토리텔러 #에디터유한회사 #다소독특한가족이야기 #가족의사랑 #히키코모리작가 #아들을만나비로소어른이되는아버지 #가족소설 #처음만나는아버지와아들 #부자재탄생프로젝트 #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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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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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솜처럼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지고 도무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이 있어요.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정도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날. 지하 129층으로 한없이 가라앉는 것만 같은 그런 날 말이죠.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던 어느 날, 달콤한 솜사탕같이 사랑스러운 책을 받았습니다.

표지부터 내지, '네모나게 엮'인 모든 이야기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달콤한 솜사탕을 먹는 것처럼 마음에 달달함이 채워지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게 하는 따뜻한 힐링 에세이,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봐』 입니다. 

프롤로그

토마스와 친구들

Part1 행복을 크게 한 입 먹어 봐

Part2 젖은 마음은 햇볕에 말리자

Part3 저마다 반짝이는 순간이 있어

Part4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줄게

에필로그

차례

 이제 힘들고 지칠 때에는 말랑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을 떠올리며, 하나 둘 셋 넷 나지막이 읊조리기로 해요. 소리를 낼 수 없다면 속으로라도 세어봅시다. 상황은 나아진 게 없을지라도 숫자를 세는 동안 한없이 가라앉던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요.

바다 깊숙하게 꽁꽁 숨겨놓았던 나의 꿈. 봉인해제된 나의 꿈은 세상 그 무엇보다 반짝일테지요. 반짝이는 꿈을 잊지도 잃지도 말고 꾸준히 걸어봐야겠어요. 무거운 마음은 구름에 실어 날려보내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지요. 천둥 번개가 치고 세상이 다 떠나갈 것처럼 와르르 비가 쏟아지는 날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내 안의 나는 이전보다 쑤욱 커져 있을 테니, 힘든 시간을 견뎌낸 나 자신을 칭찬해 주기로 해요.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 주자고요. 솔직한 나 자신을 사랑해 줄 이가 분명 세상 어딘가에도 꼭 있을 거예요. 일단, 한 명은 확정이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장 사랑하는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바로 나일 테니까요.

몽실몽실 꿈 카페에 놀러 와

따뜻한 별빛 밀크티와

달빛 카푸치노를 준비했어

포근한 구름 소파에 앉아서 한 모금 마시면

마음속에 쌓였던 힘든 말들이

따뜻한 거품에 녹아 버릴 거야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중에서

몽실몽실 꿈 카페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더군요. 포근한 구름 소파에 앉아 별빛 밀크티와 달빛 카푸치노를 마시는 걸 상상해 봤어요. 마음속에 쌓였던 독이 되는 말들이 다 녹아 사라질 때까지 머물고 싶어요.

작은 모험이 모여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며 힘을 내 보아요. 펼치는 곳마다 작고 귀엽고 소중한 캐릭터들이 옹종종종 모여 있는 에세이. 귀여운 그림만큼이나 마음에 사르륵 녹아드는 사랑스러운 문장들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일상에 지쳐 잠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한 분이시라면 오늘 저녁 토마쓰리 님의 일러스트 에세이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슬픔은 오래된 눈처럼 쌓아 두지 않을래

닿자마자 스르륵 사라지는 진눈깨비처럼

나쁜 마음은 빠르게 녹여 버리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서리처럼

울적한 마음은 따뜻하게 녹여 버리자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_P.191

비가 그치고 햇살이 좋은 날, 보송보송하게 이불을 말리는 것처럼 마음 속 어둠도 시름도 싹 다 날려버리면 좋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고양이를 세어보며 마음에 당충전 하실 분,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

 

#마음이힘들땐고양이를세어봐 #토마쓰리 #부크럼 #일러스트에세이 #귀엽고사랑스러운에세이 #작고소중한예쁜캐릭터 #마음을위로하는힐링에세이 #서평단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온담캘리 #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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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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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심해어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역자후기


차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귀여운 후배를 짝사랑하는 어수룩한 남학생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로맨스, 라고는 하지만 간질간질한 무엇이라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절로 선배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그런 로맨스일까요. 교토의 대학가와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야기에 휩쓸려가다 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할 법한 상상력 내지는 망상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소설입니다.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실은 저는 이 책을 예전에 읽었습니다. 까맣고 윤기 흐르는 단발 머리를 찰랑이며 밤길을 씩씩하게 걷는 소녀와 그 소녀의 뒤를 쫒는 어수룩한 남학생의 이야기.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데에는 책으로도 읽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 작품 뿐만아니라 『펭귄하이웨이』도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 다 보았습니다.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펭귄무리라니... 정말 놀라운 상상력을 가졌는데 그걸 표현해 내는 방식이 또 매력적입니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나 『유정천 가족』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지요. 그러고보니 저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을 꽤나 읽었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여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가씨가 걸어가는 모습을 단순화하여 표현한 표지도 귀엽고요. 개정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하고요. 물론, 비교 분석하기에는 이미 읽은지가 꽤 오래되긴 했지만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은 아마 어리둥절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이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만화적 상상력이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그런 소설이거든요. 두께도 꽤 두툼한 편인 이 소설은 작가가 끝내기로 마음 먹었기에 망정이지 우주 끝까지라도 써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망상력" 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에는 그 상상력이 너무나 탐나는 1인인지라 읽으면서 예전의 기억이 속속 떠오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여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이끄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밤길 순회를 나서는 아가씨와 그 뒤를 쫒으며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는 남학생이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데요. 문체가 달라서 쉽게 구분이 갑니다. 남학생의 이야기도 여학생의 이야기도 둘 다 매력적입니다만, 읽다보면 어쩐지 제군들, 혹은 독자 제현, 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 남학생의 말투에 슬슬 중독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검은 머리의 아가씨가 기야마치에서 시작하여 본토초 일대의 밤길을 순회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가씨가 밤거리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하나같이 독특하고 요상하지만 신기하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울화가 치밀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는 건 그 인물들을 바라보는 아가씨의 시선이 올곧고 따뜻해서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치한이나 다름 없는 도도씨의 행각에도 노여워하지 않지만, 선을 넘어섰을 땐 응당 응징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바탕에는 상대방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밤거리를 걷다 만난 인연들을 통해 아가씨는 '가짜 전기부랑'을 알게 되고 급기야는 무시무시한 고리대금업자인 이백 씨와 가짜 전기부랑 마시기 대결을 펼칩니다. 아가씨는 생긴 것과 다르게 말술이어서 급기야 이백 씨를 이기고 사람들이 가진 빚을 탕감해주지요. 



섹시하고 여성미가 넘치기 보다는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가씨의 주변에는 그리하여 여러 명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데요.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즐겁고 유쾌합니다. 뭐랄까 다소 오타쿠스럽게 느껴지는 설정도 종종 나오긴 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는 그런 상황의 인물들인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답답함이 있다면, 아가씨를 사모하는 선배의 순정. 그 이어질듯 이어질듯 닿지 않는 선배의 마음이 안타까워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것 정도일까요? 물론 그게 이 소설의 묘미이긴 합니다만-.


헌책시장이 열리는 날, 아가씨가 갖고 싶어하던 그림책 '라타타탐'을 얻기 위해 한 여름에 두툼한 빨간 솜옷을 입고 화로에 둘러앉아 불냄비 요리를 먹는 선배. 내기에 이겨 홀로 남았는데 돌연 헌책시장의 신이 나타나 고서들을 해방하지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에도 고서를 잃은 이백을 걱정하는 선배를 보면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선배는 끝내 그림책을 손에 넣지 못했지만, 친구펀치를 가지고 나무나무를 외며, 신이 날 땐 로봇스텝을 밟는 천진난만한 아가씨는 돌고 돌아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어린시절의 '라타타탐'을 보고 감격하지요. 



가을이 되어 대학가에는 축제가 열리고, 이 축제의 장에서 또 신기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축지법 고타츠', 연극 '괴팍왕', 달마오뚝이, 빤스총반장, 코끼리엉덩이 등등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그 한가운데에는 역시나 공기총 오락장의 상품으로 커다란 비단잉어 인형을 받아 등에 메고 다니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의 선배는 그 뒤를 쫒고 있지요. 괴팍왕의 마지막 연극에서 드디어 선배의 마음이 아가씨에게 가 닿았을까요? 둘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요? 아, 이제 마지막 장만 남아 있습니다. 


바야흐로 겨울, 대학가뿐만 아니라 온 교토 시내를 감기의 신이 휩쓰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신의 가호를 받은 아가씨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감기의 신에 몰락당하고, 역시 이상한 꿈들을 꾸게 되는데요. 마음 착한 아가씨는 감기에 걸린 이들을 찾아가 간호를 하지만, 정작 선배에게는 문병을 갈 수가 없었지요.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바깥 해자'만 계속 메우던(우연히 아가씨를 마주치려는 무수한 노력들이여!) 선배는 감기에 걸려 비몽사몽한 가운데 온갖 꿈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와중 아가씨는 감기의 신이 깃든 이백 씨를 걱정하여 중무장을 하고 문병을 가지요. 이백 씨가 아가씨의 도움으로 감기의 신을 물리치게 되던 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환상속에서 선배와 아가씨가 마주치게 됩니다. 감기의 신의 회오리에 점점 위로 올라가던 아가씨는 선배의 손을 맞잡고 선배의 자취방으로 무사히 착지하지요.


이윽고 선배와 아가씨는 보통의 남녀가 데이트 하듯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합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마치 봄날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그 햇살 속에서 턱을 괴고 앉아 어쩐지 낮잠 자는 고양이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배 밑바닥에서부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가볍고 작은 고양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초원에 누운 기분이랄까요.


선배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리하여 선배 곁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중에서_P.392


아, 정말 선배의 고군분투가 드디어 결실을 맺어 어찌나 다행이던지. 그러나 생기발랄한 아가씨와 주변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앞으로도 벌어지지 않으리란 장담은 할 수 없지요. 어쩐지 여전히 그 둘 사이에는 험난한 앞길이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각기 다른 방향이 아닌 한 방향을 보며 함께할테니 그 어떤 일들이 생겨도 즐겁기 그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상상력이 총망라되어 있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통해 유쾌하고 즐거운 '망상'의 바다에 푹 빠져보심이 어떨는지요. 이상 망상의 바다에 푹 빠져 있던 독자 제현 중 1인이었습니다.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 #모리미도미히코 #작가정신 #개정판출간 #폭발하는망상력 #망상의바다에빠지실독자모집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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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파괴할 힘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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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달


2부 혁민이들


3부 예카테린부르크


4부 모두를 파괴할 힘


차례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는 이경희 작가의 소설입니다. 단편소설 모음집인 전작에서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우리가 멈추면」,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번엔 단편이 아닌 두께도 꽤 두툼한 장편 소설입니다. 


총 4부로 나뉘어진 소설은 달에서 출발해서 주인공이 지구로 다시 돌아오게 되기까지의 일을 담아냅니다. 홀홀단신으로 지구에 도착한 신화경의 앞날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더더욱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리즈 첫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2편을 기대하시라 두둥! 하는 것 같은 마무리에 에필로그에 더해진 "쿠키"까지 들어있어요. 마치 런닝타임이 긴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도 쿠키 영상을 보려고 꾹 참고 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소설에서 그려진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져요. "책을 덮고 나면 현실의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한동안 심호흡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시차 적응이 필요한 소설, 『모두를 파괴할 힘』입니다.


1부 달은 우주선의 수면캡슐에서 화경이 눈을 뜨며 시작합니다. 화경이 타고 있던 우주선이 정체 불명의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아요. 그리고 우주선에 타고 있던 많은 이들이 죽고, 화경은 가까스로 그 중 일부와 함께 달의 그늘로 피신합니다. 화경은 왜 달에 오게 된 것일까요? 생존한 이들의 사연과 함께 화경의 유년이 그려집니다. 


'데비안트(2020년대 한반도에서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한 일련의 초능력 현상 및 능력자들을 일컫는 용어)'로 각성하게 된 어린 화경은 강제적으로 엄마와 떨어져 수술대에 오릅니다. 어린 나이에 더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이후 섬에 갖히게 되지요. 섬 안에 있는 학교에는 각각의 능력을 가진 데비안트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어느날 유영이 전학을 오게 되고, 각종 불합리한 규칙과 폭력, 차별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작은 '혁명'을 일으킵니다. 그 과정에서 발현된 유영의 능력은 화경을 통해 극대화됩니다. 이윽고 유영은 전국에 있는 데비안트 시설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섬을 떠나요. 화경이 섬에 갖혀 있는 동안 화경의 엄마는 데비안트 아이들을 위한 일인 시위를 벌이고 끝내는 분신을 시도해 목숨을 잃습니다. 


화경의 이야기와 함께 생존한 이들의 사연도 속속 드러나는데요. '소리 없는 섬광이 온몸을 후려갈'기는 공격을 받는 것으로 1부에서 2부로 넘어갑니다. 


2부의 혁민이들에서는 섬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게 된 화경이 유영 그룹과 합류하면서 혁민이들이 일으키는 혁명의 시작과 진행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1세대 '전설의 데비안트'들과 화경의 엄마 유민아가 친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이 화경을 중심으로 만남을 약속하게 됩니다. 화경은 그 만남이 어떠한 일을 빚어낼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만, 유영 그룹에 있던 PD 리웨이만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요. 1세대 데비안트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결국 혁명의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게 됩니다. 


"화경아. 너는 뭍에 나온 바다의 아이야. 아마도 육지를 사랑하게 될 테지. 영원히 같은 물결을 반복하는 파도처럼. 그래도 잊어선 안 된단다. 파도는 결국 바다로 돌아가야 해. 언젠가는."


너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빛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를 파괴할 힘_P.252


유튜브 영상과 댓글이라는 형식을 가져온 2부에서는 혁민이들(유영, 화경, 태빈, 레이리, 리웨이)이 어떻게 세계와 하나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녀시대와 아이유의 노래가 그렇게 찰떡일수가 없어요. 생각지도 못한 노래가 등장했지만, 노래로 하나가 되는 혁명 참가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절대 너희들끼리 싸우지'말라던 마리야의 조언을 혁민이들이 기억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3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첫 문장 "우리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은 끝났다."에서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혁명의 시작과 그 역동하는 에너지는 지지부진한 협상과 존속을 위한 작업으로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내부의 분열과 분쟁, 그리고 새롭게 침입한 세력으로 인해 협상은 불발되고 모두에게는 상처만 남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무를 끝낼 때마다 기억이 지워지는 리웨이의 이야기가 서서히 베일을 벗습니다. 수수께기 같은 인물 PD, 리웨이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4부 모두를 파괴할 힘에서 이야기는 다시 달로 돌아갑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유영은 화경을 구해내 지구로 보내려 애씁니다. 화경이 다시 지구로 가야만 하는 이유가 드러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유영의 모습을 한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화경은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한 줄기 민들레 씨앗처럼.

낙하산은 바람을 타고 대지를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모두를 파괴할 힘_에필로그 중에서


소설의 책장을 덮으며 마음이 알싸해졌습니다. 지구에 도착한 화경이 보게 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요. 열아홉살 소녀가 짊어진 무게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무거웠겠지요. 약자와 소수자, 차별 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구축하는 연대와 믿음. 그 결과가 부디 '아름다운 변화'를 일으켜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의 노랫말처럼 화경이 다시 함께하게 될 지구의 모습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능력의 초능력자들이 모여 일궈내는 혁명의 과정과 탄탄한 서사가 방대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소설 『모두를 파괴할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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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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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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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철을 타고 다니며 '난 언제쯤 내 삶의 주인공이 될까?'를 생각하던 제비(주인공이름)는 사회생활로 지친 자신의 청춘에 제주 여름을 선물하기로 합니다. 원룸의 계약까지 해지하고 떠난 여행,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여행의 끝에 제비에게 남은 건 물에 빠져 먹통이 된 핸드폰과 축축하게 젖은 배낭, 그리고 수중에 있는 칠천원이 전부입니다. ​

제주에서 한 달을 보내기로 했을 때 정해 두었던 목표는 흐지부지 되고, 어느새 떠나야 하는 날이 되었지만 제비는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숙식이 제공되는 일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터벅터벅 걷던 제비의 눈에 시커먼 물꾸럭 장승이 보이지요. 제주 방언으로 문어를 뜻하는 물꾸럭 장승의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기에 제비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요. 제비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석상의 입에 손을 집어 넣고 소원을 빌자, 제비는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잠시 목이나 축일까 하고 들어갔던 벼랑 위의 사진관에서 그날부로 직원 계약을 맺습니다. 아직 2층은 은행 거라며 쑥스러워 하던 사진관 주인 석영은 제비를 영입한 이후로 사진관의 컨셉을 제대로 구축하게 됩니다. 제비의 추진력과 마케팅 능력에 석영의 사진 기술과 요리 솜씨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 덕에 많은 이들이 하쿠다 사진관으로 모여들게 돼요.

"'하쿠다'는 제주도 말로 '하겠습니다' 라는 뜻,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란 뜻이지."

각자가 가진 기구한 사연들. 얼기설기 엮어가는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사연도 인물들도 다양합니다. 한 챕터마다 사진관을 찾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사연의 내용도 깊이도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 따스하고 묵직하고 애잔한 느낌이 듭니다. 사진관의 손님들의 사연에 석영과 제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하쿠다 사진관은 점점 다양한 색이 입혀져요.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사진관 내의 전시작품. 작품 속 사진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카페나 갤러리 느낌의 펜션을 개조한 사진관에서 사진 촬영과 전시, 요리가 함께 어우려진 상영회까지 가능하다니. 너무 멋진 곳 아닌가요? 혹시 또 모르죠.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제주에서 그런 사진관을 열게 될는지도요.

'대왕물꾸럭마을'은 제주를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실재하는 지역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된 공간이라고 해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하고요. 책을 읽는 내내 제주 방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떠올라서 어쩐지 드라마를 보는 기분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던 것도 같아요.

사진관을 찾는 손님이 점점 늘기 시작하던 어느날, 제비는 물꾸럭 맞이 축제의 사자로 뽑히게 됩니다. 외지인에게 선을 긋는 마을 사람들이지만, 주민 회의에 석영의 식구로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문어가 제비의 몸을 타고 올라가 머리위에 앉아 먹물을 뿜어냈지 뭐예요. 그 광경이 석영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힌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고요. 그 사진은 이후 유명한 사진 잡지에 실리게 되지요. 제비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꼼짝없이 섬을 떠나서도 안되고, 물꾸럭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된 거예요. 어릴적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는 과연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임무를 성공하지 못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에 제비는 우여곡절 끝에 석영이 좋아하는 해녀, 양희의 도움을 받아 잠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윽고 제비가 빈 소원이 밝혀지는데요. 소설인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의 소원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책장을 덮기가 무척 아쉬웠던 소설이에요. 그래서 서평은 한 번 더 읽고 쓰려고 아껴두었다죠. 내용을 다 알고 다시 봐도 좋더군요.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N차 관람하는 기분이었달까요. 하쿠다 사진관을 찾은 손님들의 각기 다른 사연에 뭉클하기도 가슴 철렁하기도 했지만, 따스한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어요. 석영과 제비의 앞날과 함께 손님들의 앞날도 절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올 여름 지친 인생들의 마음 치유소, 하쿠다 사진관으로 함께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마음 속 빈 자리에 갈증을 채워 줄 오아시스 같은 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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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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