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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매일 전철을 타고 다니며 '난 언제쯤 내 삶의 주인공이 될까?'를 생각하던 제비(주인공이름)는 사회생활로 지친 자신의 청춘에 제주 여름을 선물하기로 합니다. 원룸의 계약까지 해지하고 떠난 여행,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여행의 끝에 제비에게 남은 건 물에 빠져 먹통이 된 핸드폰과 축축하게 젖은 배낭, 그리고 수중에 있는 칠천원이 전부입니다.
제주에서 한 달을 보내기로 했을 때 정해 두었던 목표는 흐지부지 되고, 어느새 떠나야 하는 날이 되었지만 제비는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숙식이 제공되는 일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터벅터벅 걷던 제비의 눈에 시커먼 물꾸럭 장승이 보이지요. 제주 방언으로 문어를 뜻하는 물꾸럭 장승의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기에 제비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요. 제비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석상의 입에 손을 집어 넣고 소원을 빌자, 제비는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잠시 목이나 축일까 하고 들어갔던 벼랑 위의 사진관에서 그날부로 직원 계약을 맺습니다. 아직 2층은 은행 거라며 쑥스러워 하던 사진관 주인 석영은 제비를 영입한 이후로 사진관의 컨셉을 제대로 구축하게 됩니다. 제비의 추진력과 마케팅 능력에 석영의 사진 기술과 요리 솜씨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 덕에 많은 이들이 하쿠다 사진관으로 모여들게 돼요.
"'하쿠다'는 제주도 말로 '하겠습니다' 라는 뜻,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란 뜻이지."
각자가 가진 기구한 사연들. 얼기설기 엮어가는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사연도 인물들도 다양합니다. 한 챕터마다 사진관을 찾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사연의 내용도 깊이도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 따스하고 묵직하고 애잔한 느낌이 듭니다. 사진관의 손님들의 사연에 석영과 제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하쿠다 사진관은 점점 다양한 색이 입혀져요.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사진관 내의 전시작품. 작품 속 사진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카페나 갤러리 느낌의 펜션을 개조한 사진관에서 사진 촬영과 전시, 요리가 함께 어우려진 상영회까지 가능하다니. 너무 멋진 곳 아닌가요? 혹시 또 모르죠.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제주에서 그런 사진관을 열게 될는지도요.
'대왕물꾸럭마을'은 제주를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실재하는 지역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된 공간이라고 해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하고요. 책을 읽는 내내 제주 방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떠올라서 어쩐지 드라마를 보는 기분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던 것도 같아요.
사진관을 찾는 손님이 점점 늘기 시작하던 어느날, 제비는 물꾸럭 맞이 축제의 사자로 뽑히게 됩니다. 외지인에게 선을 긋는 마을 사람들이지만, 주민 회의에 석영의 식구로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문어가 제비의 몸을 타고 올라가 머리위에 앉아 먹물을 뿜어냈지 뭐예요. 그 광경이 석영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힌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고요. 그 사진은 이후 유명한 사진 잡지에 실리게 되지요. 제비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꼼짝없이 섬을 떠나서도 안되고, 물꾸럭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된 거예요. 어릴적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는 과연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임무를 성공하지 못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에 제비는 우여곡절 끝에 석영이 좋아하는 해녀, 양희의 도움을 받아 잠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윽고 제비가 빈 소원이 밝혀지는데요. 소설인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의 소원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책장을 덮기가 무척 아쉬웠던 소설이에요. 그래서 서평은 한 번 더 읽고 쓰려고 아껴두었다죠. 내용을 다 알고 다시 봐도 좋더군요.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N차 관람하는 기분이었달까요. 하쿠다 사진관을 찾은 손님들의 각기 다른 사연에 뭉클하기도 가슴 철렁하기도 했지만, 따스한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어요. 석영과 제비의 앞날과 함께 손님들의 앞날도 절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올 여름 지친 인생들의 마음 치유소, 하쿠다 사진관으로 함께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마음 속 빈 자리에 갈증을 채워 줄 오아시스 같은 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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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