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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
안채윤 지음 / 안김 / 2024년 7월
평점 :
소년기는
그때가 아니면 꿈꾸지 못하고,
그때가 아니면 깨닫지 못하는,
그때의 아이들, 그때의 나와
그떄의 친구들이 남긴 기록이다
- 작가의 말 중-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열여덟 소년의 기록과 성장을 담은 소설 소년기.
이 소설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다.”
’우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만큼 정직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준경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준경에게는 33초 먼저 나온 쌍둥이 형 준희가 있다. 준희는 번개탄 두 개를 피워 놓고 쓰려진 준경이를 들쳐업고 1킬로 밖에 있는 의료원까지 단숨에 내달려 동생을 살린다. 타의 모법이 되는, 그야말로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형 준희는 준경이 제대로 삶을 살아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준경은 여전히 삶에 의욕이 없다.
그런 준경을 준희는 감시와 지도의 명목 아래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피자집에 데려다 놓거나, 관찰 일기를 써 보라고 고급 노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쌍둥이 형의 염려에 준경은 못이긴 척 노트를 받아 들지만, 직접 뭔가를 적어보는 대신 도서관에 간다. 여전히 죽음이라는 단어에 빠져 요절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같은 책을 동시에 집어든 여학생과 마주친다. 그 여학생이 꼭 그 책을 빌려야만 했던 이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에 탁진교에 걸려 발견되었던 이유는 나중에서야 반납된 책에 꽂혀 있던 유서 같은 편지를 통해 밝혀지는데… 여학생의 죽음, 삼촌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에 그려진 충격적인 사건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준경의 삶을 강타한다.
쌍둥이 형 준희에게는 꿈이 있는데, 세계적인 한국계 미국인인 피아니스트 안젤라 윤에게 반해 콘서트 플래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집에 피아노를 들여 놓고, 피아노를 치열하게 연습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면서도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수재 준희. 준희 곁에는 준희가 하는 거라면 아르바이트도 따라 하는 단짝 훈이가 있다. 준희와는 단짝이지만, 준경과는 앙숙이나 다름 없는.
준경, 준희, 훈이 그리고 남편과 사별하고 집으로 돌아온 앞집 헤라 누나까지. 준경이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열여덟 인생은 지켜보는 내내 아슬아슬하면서도 저릿했다. 어쩌면 준경은 죽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는 요즘 아이들과 그 시절을 지나왔으나 여전히 소년의 마음을 지닌 겉보기에만 어른인 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2017년의 제가 무엇 때문에 그리도 힘들어 밤마다 펜을 내려놓고 엎드려 울었었는지 2024년의 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우습게도 인생은 그런 것 같아요. 미래엔 기억나지도 않을 일들을 붙잡고 현재를 부단히도 괴롭히죠.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 깜깜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모쪼록 눈부신 빛이 찾아들기를… 열여덞 준경이 열아홉을 맞이하면서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라는 과거형의 문장으로 관찰 일기의 첫문장을 기록하듯이.
@annkim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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