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1927년 출간 후 3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불멸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소설이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로 손꼽히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낡고 오래되었으나 어느 누구도 다리가 무너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그 다리가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에 무너졌다. 다리 위를 지나던 다섯 명의 여행자가 골짜기 아래로 추락했다.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다섯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까?

소설은 이에 의문을 품은 주니퍼 수사가 다섯 명의 숨겨진 삶을 조사하여 그들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유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딸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_P.23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은 부유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자신이 낳은 딸에게 집착과 애정을 갈구한다. 시집 간 딸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건너기 전 날, 새 인생을 시작할거라고 다짐한 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쓴다. "이제 나도 사는 것같이 살 거야. 다시 시작할 거야." 하녀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이던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새로운 삶이 아닌 죽음의 다리였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섯 명의 인물들이 비극적인 삶의 아픔을 견뎌내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는 시기에 어째서 죽음이라는 시련이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재난 뒤에 남겨진 이들의 슬픔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떠나간 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와 사랑은 남겨진 이들의 마음에 진한 흔적을 남긴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도대체 왜? 어째서? 하는 물음 대신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 인물들이 어떤 실수를 했든 결국엔 사랑만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_P. 207

삶과 죽음, 인간과 신, 운명과 예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책장을 덮고 난 뒤에 후폭풍처럼 몰려오는 여운이 가슴을 흔들고 지나갔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생이 다하는 날, 어떠한 후회도 없이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 하고 말할 수 있도록.

#원모어페이지 @1morepage_books 를 통해 #클레이하우스 @clayhouse.inc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산루이스레이의다리 #손턴와일더 #소설 #고전 #명작 #삶과죽음 #죽음을대하는우리의자세 #서평 #서평단 #소설리뷰 #신간소설추천

#온담캘리 #온담 #캘리그라피 #책속의문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례

01 내 삶에 예고 없이 찾아온 변화

02 이상한 집주인 그리고 결심

03 이상한 병원과 그들

04 닫혀버린 비밀

05 비밀이 기다린 사람

06 아나톨 가르니아

07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일기

08 이어진 비밀

09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공간

10 다시 살아나는 집

11 기억을 담은 공간

12 라자르 가르니아

13 제자리로

14 추억

작가 소개

나는 파리에 산다.

길을 지나다가 문득

아름다운 집을 볼 때마다

그 집의 우편함에

편지를 적어 넣곤 했다.

"당신의 집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 건축가로부터……."

간혹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 집에 숨어 있는

신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많은 파리의 저택에

발길이 닿았고

그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_빛이 이끄는 곳으로 서두에서


작가 백희성은 프랑스에서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의 사무소에서 건축가로 활약하였으나, 건축가로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미래를 뻥 차버린 괴짜 아티스트이다. 기억을 잘 못해 적기 시작한 '기록 노트'를 장장 21년 동안이나 써 오고 있으며, 거기에는 평소에 느끼고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들이 적혀 있다. 작가 소개에 적힌 기록 노트의 한 대목만 봐도 이미 한 편의 소설을 엿본 기분이다.


나의 사랑은 언제나 지우개처럼 지워진 채로 남겨진 찌꺼기 같았다. 적어도 이 오래된 저택들에 새겨진 사랑을 보기 전까지는. _빛이 이끄는 곳으로_P.354

아직 어리고 부족함이 많은 건축가이지만 집에 관심이 많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집 내부를 구경해 보고 싶다는 글에 연락처를 적어 우편함에 넣고 기다린지 한 달 남짓, 작가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아주 오래된 집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방문해 달라는…….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이 발동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저택을 방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는 눈물을 쏟고 깨달음을 얻는다.

자그마치 8년 동안 조사해 온 거의 모든 집의 이야기를 책 속에 넣고 그 이야기를 하나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이 책, 『빛이 이끄는 곳으로』다. 각각의 저택에 사는 이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소중한 추억, 비밀, 수수께끼. 그리고 작가가 파리에서 건축가로서 일하며 깨닫고 발견하고 마음에 담았던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지 나로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아주 아름다운 소설 한 편을 만났다. 긴 세월이 담긴 이야기를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린 것이 미안할 만큼.

책의 화자로 파리의 저택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뤼미에르는 건축가다. 건축가이기에 알아챌 수 있는 수많은 비밀들. 1년에 단 한 번 왈처요양병원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빛의 환희. 백년 전의 건축가가 아들에게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과정을 읽노라면, 어느새 시공간을 뛰어 넘어 그곳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루미에르는 스위스 루체른 왈처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는 피터로부터 수수께끼를 풀어 낸 보답으로 파리의 저택을 받지만, 저택의 열쇠를 다시 주인에게 돌려준다.

멋진 액자를 가졌다고 그림의 주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림의 주인이 액자를 가져야죠. 그 그림은 당신과 부모님의 추억입니다. 제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돌아가서 그분과 함께했던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찾으셔야죠. 프랑스와가 제게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위해 그 부족함을 채웠습니다. 이제 피터 씨,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흔적을 채워서 당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줄 차례입니다._빛이 이끄는 곳으로_P.330

#빛이이끄는곳으로 #백희성 #소설 #감동소설 #인생소설 #소설추천 #베스트셀러 #신간 #인생책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캘리그라피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타이틀 #온담캘리 #온담 #아버지 #모든이들의기억의장소는바로집이었다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도 못 맞히는데 자꾸만 가게 되는 점집이 있다?

"답답한 마음 탁 털어놓고 싶거든, 냉큼 방석 깔고 앉으셔!"

-차례-
프롤로그
베르사유의 미용사
허균의 동의보감?
신윤복, 나이팅게일 그리고…
파지 줍는 스크루지 영감
모태솔로 카사노바
에필로그
작가의 말

이름도 신박한 미스코리아 점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쪽진 머리에 화장을 곱게 한 고 여사와 커다란 덩치에 연분홍 바지 저고리와 색동마고자에 복건을 쓴 아기 동자가 있다.

전생을 맞힌다는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프롤로그부터 흥미진진한 미스코리아 점집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고민과 사연을 들여다 보노라면, 우리 주변에 익히 들어봄직한 이야기인지라 측은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한데, 갑갑하기만 한 현실에서 미스코리아 점집에만 다녀오면 신기하게도 솟아날 구멍이 생긴다.

알아맞힌다는 전생은 어째 너털웃음이 날 정도로 허술하지만 미스코리아 점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각자의 사연에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고 여사와 아기 동자를 만난 뒤 이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노라면, 나도 모르게 네이버 지도를 검색하고 싶어진다. 경기도 외곽의 어느 동네에 가면 정말로 미스코리아 점집이 있을 것만 같아서.

순 엉터리 같으면서도 영 엉터리는 아니란 말씀! 미스코리아 점집에 드나드는 면면들의 짠하고도 찐한 인생 대 역전!

인생 네 컷 중 나머지 두 컷을 그려낼 신혜의 인생, 진맥만 하면 손끝으로 감이 탁 오는 명의로 거듭난 닥터 강의 인생, 딩크족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현생망에서 벗어나고 싶은 영희의 인생, 큰 애를 가슴에 묻고 평생 스크루지처럼 살았던 곽영감의 일생, 오십대가 될 때까지 노모와 함께 살던 모태솔로 카사노바 영광의 볕들 날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저마다의 사연이 물 흐르듯 펼쳐지고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던 팔자가 미스코리아 점집을 다녀오면 수리술술 풀어진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살아봐야 안다더니, 이왕이면 아직 한참이나 남은 인생 이생흥으로 살아가기를!

웃다가 뭉클하다가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그래서 거기가 어디야? 하고 묻고 싶어지는 소설,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가슴 답답한 이들이라면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앞으로 줄을 서시오!

#하나도못맞히는점집
#이선영
#미스코리아점집
#신간소설
#이생흥
#서평단
#온담캘리
#온담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기
안채윤 지음 / 안김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기는
그때가 아니면 꿈꾸지 못하고,
그때가 아니면 깨닫지 못하는,
그때의 아이들, 그때의 나와
그떄의 친구들이 남긴 기록이다
- 작가의 말 중-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열여덟 소년의 기록과 성장을 담은 소설 소년기.

이 소설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다.”

’우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만큼 정직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준경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준경에게는 33초 먼저 나온 쌍둥이 형 준희가 있다. 준희는 번개탄 두 개를 피워 놓고 쓰려진 준경이를 들쳐업고 1킬로 밖에 있는 의료원까지 단숨에 내달려 동생을 살린다. 타의 모법이 되는, 그야말로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형 준희는 준경이 제대로 삶을 살아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준경은 여전히 삶에 의욕이 없다.

그런 준경을 준희는 감시와 지도의 명목 아래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피자집에 데려다 놓거나, 관찰 일기를 써 보라고 고급 노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쌍둥이 형의 염려에 준경은 못이긴 척 노트를 받아 들지만, 직접 뭔가를 적어보는 대신 도서관에 간다. 여전히 죽음이라는 단어에 빠져 요절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같은 책을 동시에 집어든 여학생과 마주친다. 그 여학생이 꼭 그 책을 빌려야만 했던 이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에 탁진교에 걸려 발견되었던 이유는 나중에서야 반납된 책에 꽂혀 있던 유서 같은 편지를 통해 밝혀지는데… 여학생의 죽음, 삼촌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에 그려진 충격적인 사건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준경의 삶을 강타한다.

쌍둥이 형 준희에게는 꿈이 있는데, 세계적인 한국계 미국인인 피아니스트 안젤라 윤에게 반해 콘서트 플래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집에 피아노를 들여 놓고, 피아노를 치열하게 연습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면서도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수재 준희. 준희 곁에는 준희가 하는 거라면 아르바이트도 따라 하는 단짝 훈이가 있다. 준희와는 단짝이지만, 준경과는 앙숙이나 다름 없는.

준경, 준희, 훈이 그리고 남편과 사별하고 집으로 돌아온 앞집 헤라 누나까지. 준경이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열여덟 인생은 지켜보는 내내 아슬아슬하면서도 저릿했다. 어쩌면 준경은 죽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는 요즘 아이들과 그 시절을 지나왔으나 여전히 소년의 마음을 지닌 겉보기에만 어른인 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2017년의 제가 무엇 때문에 그리도 힘들어 밤마다 펜을 내려놓고 엎드려 울었었는지 2024년의 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우습게도 인생은 그런 것 같아요. 미래엔 기억나지도 않을 일들을 붙잡고 현재를 부단히도 괴롭히죠.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 깜깜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모쪼록 눈부신 빛이 찾아들기를… 열여덞 준경이 열아홉을 맞이하면서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라는 과거형의 문장으로 관찰 일기의 첫문장을 기록하듯이.

@annkim_books
#소년기
#안채윤
#개정판
#서평단
#온담캘리
#온담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타이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 - 코펜하겐에서 전해온 도시 생활자의 휘겔리한 삶
김성은 지음 / 어반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펜하겐에서 전해온 도시 생활자의 휘겔리한 삶.

세계적인 레스토랑 노마 NOMA 출신 푸드 디렉터가 들려 주는 눈부신 세 달의 여름과 고요한 아홉 달의 겨울이 담긴 책,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딕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김성은 푸드 디렉터가 글과 사진 그리고 그만의 특별한 요리 레시피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그 어렵다는 덴마크의 이민 절차를 거쳐 코펜하겐에 거주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녀의 휘겔리한 삶을 들여다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덩달아 느긋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과 덴마크를 오고 가며 절기에 맞는 ‘차회(티 게다링)‘를 열고 국내외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덴마크의 식재료를 이용한 한국의 차와 다식 문화를 전하고 있는 김성은 작가.

그녀가 들려 주는 코펜하겐에서의 삶은 차분하고 느긋하며,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이를테면 채집,이라는 단어는 기실 현대 도시 생활자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덴마크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도 소중한 식재료를 얻는 방식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더도 덜도 말고 꼭 필요한 만큼만 따는 것.

물론 한국에서도 새봄이 찾아오면 봄 나물을 캐러 다니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 보다는 어르신들이 더 ’채집‘에 익숙할 테다. 모르긴 몰라도 요즘 사람들은 냉이며 쑥이며 달래, 같은 흔한 봄나물도 자연에서 보다는 슈퍼나 마트에서 더 많이 봤을 테니까.

정신없이 바쁜 레스토랑에서의 생활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민과 우여곡절도 많았을텐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덴마크의 좋은 점과 부족한 부분을 하나둘 알아가고 있다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그 모든 것이 그 사람을 이루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곳이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가능하면 좋은 점을 보려 마음을 다졌다. _P.30

5년의 덴마크 생활 중 7번의 이사.
타국에서 머물 곳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머문다는 공식이 거기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좋은 집주인과 이웃들을 만나 천천히 덴마크에 스며드는 작가의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다.

반복적이고 익숙했던 일상에서 눈꺼풀이 벗겨지는 순간,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나아갈 용기가 생겼다, 는 작가의 말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용기가 있기에 덴마크에서의 5년과 앞으로의 나날들이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 나도 참 좋아하는 말이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새로운 도전과 시도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1년만 지내보자는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소중한 가치를 나누는 이를 만나 삶의 터전을 함께 만들어가게 되었다는 그녀가 덴마크 사람들에게 한국의 뿌리 문화를 전하는 소망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읽는 내내 왠지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아서 작가가 여는 ‘차회’가 궁금해졌다. 기회가 닿는다면 차회에 참여해서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소담한 다과와 향긋한 차 내음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핀란드의 온천을 경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더 많이 타고, 카페에 가기 보단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다과를 함께 나누는 덴마크 사람들의 소박한 풍경이 그린 듯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어갈 때까지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여기고 오래 이어가는 덴마크 사람들. 나도 그들처럼 곁에 있는 이들과 좋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어디에서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기를 바라 본다.

누구나 동경하는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삶!
북유럽의 아름다운 일상을 사진과 글, 그리고 소박하지만 다정한 레시피로 담아 낸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

볕이 좋은 날,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한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면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북유럽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녀의 휘겔리한 삶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urbanbookskorea #푸른호수밤시나몬롤 #김성은 #코펜하겐 #도시생활자 #휘겔리한삶 #서평단 #디어블루 #온담캘리 #온담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