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투자의 비밀 - 세계트레이딩월드컵 신기록 보유자의 마켓 사이클과 최적의 타이밍 매수법
래리 윌리엄스 지음, 이은주 옮김, 성전 감수 / 이레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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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주식 투자서의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장기, 가치투자 위주의 책들이 주류를 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가치투자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출판업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책을 주로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도서 시장에서 가치투자에 비해 단타나 모멘텀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척 초라하다. 우리나라에서 단타기법은 대중을 고려한 책보다는 고액의 과외비를 내는 극소수를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전승되고 있다. 몇몇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책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 기법을 이야기하기보다 검색을 조금만 하면 알 수 있는 지식을 세련되게 포장하여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심지어 책을 내는 목적도 자신의 핵심 노하우가 담긴 기법 과외를 홍보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린이에게는 도움이 될 법도 하지만 1년 차 이상 트레이딩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다.

 

 사실 단타는 책으로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단타는 가치투자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기법' 중심이고 그 기법은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단타를 책으로 배우는 것은 기술업종에서 사수 없이 매뉴얼과 이론으로만 일을 배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기법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시행착오가 요구되는데, 이를 온전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그 기법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책으로 혼자 배우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서 기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단타 서적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자면 단타 자체의 속성상 책으로 배우기 어려운 영역이고, 우리나라 저자들에게서 출간되는 단타 책들은 기법을 모두 풀기보다 자신들의 고액 강의로 유입하려는 목적성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단타와 관련된 고전이나 명저도 꾸준하게 발간되고 있다. 가치투자자에게 피터 린치의 저서가 최고의 입문서라면 단타 투자자에게는 제시 리버모어의 저서가 최고의 입문서다. 제시 리버모어는 오늘날 트레이더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돌파' 전략을 최초로 이론화하여 책으로 남긴 선구자다. 제시 리버모어 이후 젝 슈웨거, 알렉선더 엘더, 스탠 와인스타인, 윌리엄 오닐 등등을 거쳐 단타는 다양한 분파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이들의 저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인정과 검증을 받았으며, 기법도 기법이지만 투자철학과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단타서적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최근에 발간된 래리 윌리엄스의 저서 《장단기 투자의 비밀》도 마찬가지다. 50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자신의 기법과 매매 철학, 그리고 심리에 대해서 소상하게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보조지표를 사용하는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윌리엄스 %R'을 만들었으며 '세계 선물 트레이딩 월드컵'에서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트레이더다.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철저하게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주력 기법인 '변동성 돌파'를 설명하고 있다. 이후 자신의 매매에 대한 시스템적 분석, 그리고 시장의 추세와 심리, 진입과 청산에 포인트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단기 매매를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단타 서적을 읽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부터, 최근 잘 나간다는 유튜버들의 책까지 서점에서 유명하다는 책은 대부분 살펴봤는데 인상이 깊은 책은 극소수였다. 주린이 시절에는 기법을 다룬 책을 보거나, 차트를 위주로 한 책을 주로 읽었다. 그렇게 나름 유용하다는 이론을 배우고 시장에서 적용을 하면서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기법을 완벽하게 안다고 하더라도 활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기법보다는 매매의 습관이나 심리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 다루는 책을 선호하게 됐다. 이런 나의 기준에서 볼 때 래리 윌리엄스의 책도 명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단타 매매에 있어 기법과 차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법과 차트가 절대적이지 않다. 단타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정량화된 시스템이다. 어떤 기법을 하건, 차트를 어떻게 해석하건 자기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장에서 실전을 거치면서 그 기준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래리의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매매 기법에 대한 시스템적 분석에 큰 인사이트를 받았다. 단기 매매는 장기투자보다 필연적으로 회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매매가 잦다는 것은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뛰어난 트레이더라면 잦은 매매를 통해 손해보다는 이익을 많이 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며 이를 정량화, 공식화, 시스템화하여 거래에 적용해야 한다. 책에서 저자는 월별로, 요일별로 타율이 높은 시기를 도출하고 있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매매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유심하게 살펴봤다.

 

 또한 초보 트레이더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인 자금 관리에 있어서도 귀중한 조언을 제공한다. 단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계좌관리다. 차트 해석이나 기법, 시스템을 확립하더라도 계좌를 관리하는 능력이 허술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차트를 비롯하여 심리, 추세, 기법, 자금 관리, 매매 시스템 등 단타에 있어서 전반적인 요소들을 두루 다루고 있기에 가볍게 저술된 책과는 결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초짜 주린이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고, 어느 정도 거래를 한 트레이더나 특히 선물 옵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법보다는 거래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에 대해서 커다란 울림을 줬던 도서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순차적으로 출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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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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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에는 고려하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부분은 아무래도 저자다. 저자에 대해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대체로 믿고 보는 편이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도 저자 때문에 완독한 책이다. 저자의 첫 저작인 《주가급등 사유없음》은 기존 주식 도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작전주와 세력주를 공시로 풀이한 책이다. 국내에서 공시 관련된 책은 일반론적인 설명으로 채워져 있는데 반해 이 책은 교과서적인 내용보다 실제로 움직이는 작전주들이 어떤 공시를 내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작년 초, 사료 테마에서 대장주로 손꼽혔던 '현대사료'라는 종목이 있다. 이 종목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결국에는 '카나리아바이오'로 개명하고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나는 현대사료는 들어가지 않았고, 고려산업이라는 사료주를 매매하여 큰 수익을 냈었다. 책을 읽으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공시를 유심히 살펴보며 복기를 했는데 테마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몇 개월 뒤 2차전지 관련주들이 크게 시세를 줄 무렵, '코리아에스이'라는 종목이 급등의 급등을 거듭하더니 '하이드로리튬'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때에도 공시의 흐름을 읽으면서 세력이 메자닌 채권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다. 책 한 권에 세력의 방대한 전략을 담을 순 없지만 그래도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약력에 기업 간 M&A를 주로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론보단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번역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재미있게 읽었다. 윤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정서로 볼 때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지만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표현한 부분에 있어서는 걸출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로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였는데 원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서 뒤늦게 번역된 셈이다. 아무튼 저자와 관련된 책이 하나같이 취향 저격이라서 《금융시장의 포식자들》도 무척 궁금했다. 주식시장의 격언 중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보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개미는 금융을 움직일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포식자들을 분석한 책이라니 저자도 저자지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말 '작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저자는 여느 다른 셀럽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필터 없이 돌직구로 쏟아낸다.(특히 저자의 직설 코너에서는 더더욱!) 어느 분야에서 인지도와 권위를 누리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미지 관리를 통하여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저자는 그런 가식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가식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을 다룬 부분에서 삼성의 승계 이야기,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의 차이, 대기업 승계 작업을 통한 투자 인사이트 찾기, 물적 분할에 대한 시각 등등이 나와있는데 흥미롭게 읽었다. 안으로는 단타를 치면서 밖으로는 장기투자를 권하는 기관에 대해서 매섭게 꼬집고 과거에 단타와 작전주로 부를 크게 불리고 이제 와서 가치투자를 운운하는 표리부동의 셀럽 투자자들에게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다룬 부분에서는 일본 이야기가 와닿았다. 일본에 관한 뉴스 유튜브를 볼 때마다 일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책을 보고 나니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다.

 

 저자의 생각에 100%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의 분식회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분식회계는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강조하는데, 좁은 식견이지만, '굳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채를 당겨서 무리하게 경영을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분적으로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시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돈을 버는 것'에 있어 저자의 생각이 합리적이면 그 관점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을 겪으면서 안 좋은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아집을 고집하는 것이었다. 자기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즉시 받아들이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계좌를 살릴 수 있으며 나아가 돈을 벌 수 있다. 단타로 벌건 장타로 벌건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데에는 좌우가 없고 이념이 없다. 합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불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주식에 임하는 기본 마인드고 투자자의 기본 마인드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무척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책의 관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아무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특히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이라면, 대기업, 대주주, 기관, 글로벌 기업들의 관념과 생각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토록 직설적으로 생각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용기와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시 한번 신간으로 재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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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래지도 -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이겨내는 전방위 투자 전망
이상우 지음 / 여의도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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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전에 리뷰했던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와 유사한 책이다. 주식시장의 업종과 섹터를 밸류체인, 테마로 추린 가이드북이다. 575페이지로 상당히 두툼한데, 섹터에 대한 설명과 그림, 그리고 도표 등등이 앞에 리뷰한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보다 디테일하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망한 반도체 섹터를 필두로 바이오, 모빌리티, 로봇과 AI, 미디어 등등 소위 요즘 잘나가는 업종과 섹터를 중심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산업 군에 대해서도 기술 집약적인 트랜디한 부분을 먼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전통적인 업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식량과 농업을 다루면서, 이번 CES2023에서 농슬라(농기계 + 자율주행으로 테슬라와 농업의 합성어)로 주목받은 농기계 섹터를 먼저 언급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2차전지 섹터를 설명하는 부분에 기업들의 미국 진출 및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수록하고 있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업종과 산업을 정리한 책은 일반적으로 기업 분류와 대표 종목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만 이 책은 거시경제, 매크로에 대해서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 현상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두툼한 분량 알찬 설명, 거시경제의 개괄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섹터별 대표적인 해외 종목과 밸류체인, 그리고 ETF를 정리한 부분이었다. 국내 주식만 하는 입장에서도 미국 장의 흐름은 무척 중요하다. 대부분의 산업군은 미국 장의 흐름을 따라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체크한다.

 

 섹터별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한다면 투자 포인트를 찾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하건, 단기 투자를 하건, 해외 주식을 하건, 국내 주식을 하건 섹터별 대표적인 글로벌기업을 알고 정리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나는 책을 통하여 AI와 로봇 관련 해외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시장 주도주의 단타로 승부를 보는 성격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차트 공부를 할 때 저자의 전작인 《주식 차트 절대비기 300선!》을 참고한 적이 있다. 너무 많은 기준들을 나열하여 복잡한 감은 있지만, 해설집을 보는 느낌으로 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하여 단타 매매를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번 책도 단기 매매를 신경 쓴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예를 들어보자면 '챕터 10 지정학 위기'에서 핵심 광물과 원자재 관련 주들을 정리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국내의 테마 밸류체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구리의 이구산업, 금의 엠케이전자, 리튬의 웰크론한텍, 희토류의 유니온머티리얼 등등... 위의 기업들은 단타꾼들이 테마주로 손꼽는 대표 주식들이다. 광물별로 관련 테마주들을 이렇게 정리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여러모로 신경 쓴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로는 통신 관련 5G 관련 업종과 데이터 관련 업종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 않은 부분인데, 트랜디한 분야인 만큼 다루지 않은 점이 크게 느껴졌다. 두 번째로 잘나가는 주도 업종들은 디테일하게 설명한 반면, 기존의 전통사업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다. 책 제목이 《2023 미래지도》라서 트랜디한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은행이나 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들에 대해서도 개괄적으로 다루고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아쉬운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2023년 시장의 주도 섹터의 밸류체인과 동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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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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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크리스마스이브, 시내 대형 서점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 관련 책을 살피다 오랜만에 인문학 코너로 갔다. 주식을 시작하고 난 뒤 경제 서적만 읽었는데 그날따라 인문학이 그리웠다. 그렇게 인문학 코너를 가서 어떤 신간이 나왔다 기웃거리며 매대를 살피던 중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오늘 소개할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키아벨리를 《군주론》의 저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주론》은 그의 초기작에 불과했다. 《군주론》 외에도 《로마사논고》라던가 《전술론》과 같은 다양한 저서를 저술했다. 《피렌체사》는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저서다.

어느 한 사상가를 평가할 때에는 그의 작품을 두루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마키아벨리와 같이 상반되는 내용을 저술한 사상가라면 그의 저서 전반을 더욱 철저하게 고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기서 조금 나아간다면 중기작인 《로마사 논고》를 토대로 공화주의자로 규정한다. 과연 그는 절대 권력을 옹호하는 군주정을 지지한 것일까? 아니면 시민과 의회가 중심이 된 공화정을 지지한 것일까?

해답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그의 말년작이자 죽기 직전에 저술한 《피렌체사》를 필수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피렌체사》의 번역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키아벨리를 다룬 평전이나 저작에서도 《피렌체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젠가는' 번역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는데 기대가 가물가물해질 때쯤에서야 비로소 번역본을 볼 수 있었다. 서점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피렌체사》의 번역이야말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의 출간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피렌체사》는 마키아벨리가 조국이자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피렌체의 역사를 정리한 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책을 열면 피렌체의 역사만을 다룬 저작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했던 제국 중 하나인 로마의 몰락에서 시작한다. 동로마와 서로마 제국이 나뉘는 것을 기점으로 여러 이민족들의 급습, 그리고 도시국가로 찢어지는 서로마 제국의 흐름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이탈리아가 찢기는 과정에서 이민족의 침입을 비롯하여 정치권력에 굶주린 교황, 그리고 외세를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피렌체는 공화정으로 운영됐지만, 내부의 분열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로마의 공화정은 건전한 갈등과 상호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이익을 가져왔지만 피렌체의 공화정은 서로를 파멸시키는 극단적인 모습만 되풀이됐다. 권력을 잡은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을 부렸고 이를 빼앗은 평민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했다. 이를 마키아벨리의 개념을 빌려 표현해 보자면 "로마의 공화정은 비르투가 있고, 피렌체의 공화정은 비르투가 결여됐다."고 할 수 있다. 비르투란 남성적, 역량, 역동적, 실력, 적극적 등등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바람직한 군주는 비르투를 갖춰야 한다며 적극 강조했다.

공화정의 어수선함은 메디치가의 집권으로 일단락된다. 피렌체에서 권력을 장악한 메디치가는 코시모 데 메디치를 기점으로 하여 로렌초 데 메디치 시절에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 피렌체의 정치제도는 사실상 메디치에 의한 군주정으로 바뀌게 됐다. 책은 로렌초 데 메디치의 죽음과 더불어 다가올 혼란에 대한 예고로 끝맺는다.


책을 읽으면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의문증을 풀 수 있었다. 마지막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렌체사》를 완독하고 나서야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미약하나마 알 수 있었다. 주관적인 생각을 피력해 보자면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정체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물론 그가 공화정에 기울어져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공화정보다 훨씬 우위에 둔 가치는 '조국 피렌체의 번영'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혼보다 조국을 사랑한 애국자였다. 그럼 구체적으로 '조국의 번영'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이를 《피렌체사》 1권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제국 로마의 부흥을 꿈꿨다. 그렇기에 《피렌체사》의 시작을 로마제국의 몰락에서 시작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가 로마시대를 동경했다는 사실은 중기작인 《로마사 논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군주론》을 포함한 여러 저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풀어보자면 조국인 피렌체사 주축이 되어 로마제국의 모태인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또 다른 제국으로 발돋음하길 간절하게 바란 것으로 보인다.

몰락한 제국의 부활을 꿈꾸기 위해 마키아벨리는 두 가지 통치론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군주론》으로 군주제를 현실적으로 제시했다. 또 하나는 《로마사 논고》로 바람직한 공화정에 대한 모습을 담았다. 물론 그는 군주정보다 공화정을 '개인적으로' 지지했지만, 지독히 현실주의자인 그에게 있어 바람직한 군주정이 들어선다면 차선의 선택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던 것 같다. 현실주의자의 관점으로 볼 때 정치란 최선의 선택이 베스트지만 최악을 모면하고 차선의 선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년작인 《피렌체사》에는 어떤 정체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제3의 시각을 유지하면서 피렌체의 공화정과 군주정의 장점과 문제점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피렌체사》를 읽으면서 떠오른 책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리비우스 로마사》고 두 번째는 《로마제국 쇠망사》다. 이 중 서술적으로,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리비우스 로마사》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분은 《로마제국 쇠망사》와 비슷하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신생 도시국가인 로마가 바람직한 공화정을 통하여 세계 최대 제국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은 고전이다. 로마와 피렌체는 변방의 소도시로 시작하여 공화정이 들어섰고 내부적으로 권력 다툼이 있었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한쪽은 갈등이 발전의 촉매가 되었으나 한쪽은 파멸로 몰아갔다. 한쪽의 귀족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면 다른 한쪽의 귀족은 탐욕만이 가득했다. 한쪽의 평민은 공동체의 미덕을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면 다른 한쪽의 평민은 무질서했고 분열만을 내세웠다. 그렇기에 로마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뒤 뻗어나가 제국으로 변모했고, 피렌체는 도시국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리비우스 로마사》와 《피렌체사》는 서술 방식도 비슷하다. 리비우스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책을 저술했지만 주요 인물들의 발언이나 선동에 대해는 자신만의 수사학적 기교와 상상력을 더하여 생동감 있게 포장했다. 마찬가지로 마키아벨리 또한 《피렌체사》의 역사적인 인물들의 언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신념, 이념을 자연스럽게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서술적 유사함은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공자의 《춘추》의 춘추필법을 모방하고, 반고의 《한서》가 사마천의 《사기》의 기전체 형식을 모방한 것을 연상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라와 세력, 그리고 인물들이 나온다. 처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는 수많은 집단의 등장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러 세력들의 이합집산 합종연횡의 복잡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부담과 피로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역사도 기억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이탈리아의 중세 시대 소도시의 역사라니... 마키아벨리가 쓴 책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보는 독자는 두 부류일 것이다. 첫 번째는 이쪽 관련된 전공자일 것이고, 두 번째는 관심이 있는 일반인일 것이다. 전공자야 알아서 잘 읽을 것이 뻔하니 논외로 치고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이 책은 수험서가 아니다. 국사 교과서처럼 달달 암기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핵심적인 키워드나 흐름을 중심으로 독서할 것을 추천한다. 그럼 이 책의 핵심적인 키워드나 흐름은 무엇일까? 바로 '분열'이다.

책은 철저하게 분열을 다루고 있다. 제국의 분열, 이민족의 침입 이후 이탈리아반도의 분열로 인한 도시국가들의 세력화, 교황을 따르는 귀족과 황제를 따르는 귀족의 분열, 귀족과 평민의 분열, 평민과 평민의 분열, 평민과 하층민의 분열 등등...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집단과 세력들을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다. 큰 틀에서 피렌체의 역사는 분열을 거듭했고, 그랬기에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중심으로 읽는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피렌체의 분열을 보면서, 로마의 분열과 비교하게 되고, 나아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분열도 생각하게 됐다. 공동체의 발전보다 탐욕과 광기, 포퓰리즘으로 일관하는 오늘날 정치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갈등과 분열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갈등과 분열이 있기에 다양한 시각이 생기고 특정 권력의 독재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론이 아닐까. 갈등과 분열을 하더라도, 대의는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감정과 반감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서 생각해야 한다. 상대가 나보다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다면 싸울 것이 아니라 양보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최소한의 미덕이 있어야 갈등과 분열이 사회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결국 마키아벨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비르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정이니 공화정이나 결국은 올바른 비르투를 가진 집단이 집권을 해야 공동체가 번영한다. 피렌체의 공화정에는 비르투가 없었고, 로마의 공화정에는 비르투가 있었다. 운명을 상징하는 포르투나는 인간의 영역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그것은 비르투를 키우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마키아벨리는 헌정한 《군주론》을 통하여 메디치의 집권자가 비르투를 갖춘 지도자가 되길 희망했고, 《로마사 논고》를 통하여 루첼라이 모임을 주도하는 미래의 씨앗들에게 비르투를 바탕으로 한 공화정 체제를 강조했다. 그리고 《피렌체사》를 통해 이탈리아와 피렌체의 분열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비르투가 없는 집단은 어떤 정체(설령 그것이 군주정이든 공화정이든)를 가지더라도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역자와 출판사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다. 추천사의 김상근 교수가 우려한 것처럼, 이 책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중요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문화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애독할 것 같진 않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주석과 지도 삽화 등을 통하여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도우려고 한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업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깊이 있는 책들은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출간된 책이라 더욱 반갑다. 책을 번역하고 출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런 불씨가 조금씩 모여서 대한민국의 인문학 인프라를 폭넓고 깊이 있게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 자리를 빌려 번역하시느라 고생하신 역자, 그리고 이쁜 책을 만드느라 편집한 출판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디 많은 독자분들이 이 책을 접하고 오늘날 공동체의 방향에 대해서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역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문학과 관련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차기작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출간할 예정이며 《로마사 논고》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에는 마키아벨리의 문학 작품들과 서간집 등등을 먼저 출간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시중에 마키아벨리의 정치서적은 많지만 문학 작품은 조명되지 않았고 번역도 되지 않았다. 문학과 가까운 역자이기에 마키아벨리의 문학 작품들의 번역에 있어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대악마 벨파코르》나 《만드라골라》 등등을 묶어서 나온다면 의미 있는 역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후 서점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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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비밀 - 버핏의 평생 파트너, 트위디 브라운의 절대 투자 원칙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권성희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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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식시장에서 트레이딩 하는 종목들은 모멘텀, 시장 주도주가 대부분이다. 이런 종목들은 초 단위로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이 매매하기에는 쉽지 않다. 몇 분 만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무빙을 보여주기에 단타를 치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기피 대상 종목들이다. 그래서 보통 지인들이 투자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에는 단타보다 가치투자와 관련된 책을 추천한다. 《가치투자의 비밀》은 가치투자의 핵심을 군더더기 없이 쉽게 풀어쓴 책이다. 평이한 난이도에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역작이다.

여기서 잠깐, 단타와 장기투자를 비교해 보자. 단타는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주목받는(그것이 테마가 됐던, 강한 재료가 됐던) 종목을 사서 파는 기법이다. 분 초 단위로 보유하는 스캘핑을 비롯하여 2주 정도 보유하는 스윙까지, 매매 방법도 다양하지만 핵심은 시장의 주도주를 짧게 보유하면서 시세차익을 남긴다는 점이다. 장기투자는 이와 전혀 대조적이다. 장기투자의 대표적인 기법인 가치투자는 적정가치 이상으로 떨어진 종목을 헐값에 사서 차익을 남기는 기법이다. 단타매매가 프리미엄 거래라면 장기투자는 바겐세일 매매라고 할 수 있겠다. 장기투자는 기본적으로 회전율이 낮은 대신 목표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반대로 단타는 회전율이 높지만 목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장기투자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주식이 주업이라면 회전율이 낮은 장기투자를 고집할 순 없다. 거액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폭락장과 같은 좋은 기회에 헐값에 떨어진 우량주를 분할로 매수하여 큰 이윤을 남기지만 전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돈을 계속해서 굴려서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단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투자가 적격일까? 변동성이 크고 물릴 가능성이 많은 단타보단 싸게 사서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싸게 사는 것이다. 어떻게 싸게 사야 할까? 기업의 적정가치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때야말로 매수의 기회가 된다. 그렇기에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적정가치를 정밀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PER, PBR, ROE, ROA, EPS, EV/EBITDA, PSR 등등...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재무제표도 정밀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산하여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수한다. 말은 쉬워 보여도 서로 다른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가치투자를 최대한 평이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가치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게 배울 수 있고, 나름 투자에 있어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이 애용했던 투자회사 트위디 브라운에서 펀드를 운용했다. 가치투자에 있어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투자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워런 버핏이 애용한 회사 출신이라는 점, 그런 약력의 저자가 쓴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책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인내심'이다. 단타도 마찬가지지만 가치투자 역시 나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매력적인 종목을 분석하여 가치를 계산한 뒤, 싸게 매입하더라도 주가라는 것이 언제 오를지는 미지수다.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3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업황 사이클이 긴 경우에는 1년, 2년 걸릴 수도 있다. 그런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투자자는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계산한 뒤에 비로소 매수 버튼을 누른다. 이런 신중함은 단타를 할 때에 더욱 명심해야 할 요소다. 초짜 시절 급등하는 주식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진입했다가 박살 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몇 번 당한 뒤로는 단타 종목을 매수할 때에도 따질 것을 따져보고 나서야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투자에 있어서 신중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흐름출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이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인데 이 책도 흐름출판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에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미국의 성장, 기업의 역사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투자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를 추천하며, 가치투자에 입문하려는 분들껜 《가치투자의 비밀》과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 순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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