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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비밀 - 버핏의 평생 파트너, 트위디 브라운의 절대 투자 원칙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권성희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내가 주식시장에서 트레이딩 하는 종목들은 모멘텀, 시장 주도주가 대부분이다. 이런 종목들은 초 단위로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이 매매하기에는 쉽지 않다. 몇 분 만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무빙을 보여주기에 단타를 치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기피 대상 종목들이다. 그래서 보통 지인들이 투자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에는 단타보다 가치투자와 관련된 책을 추천한다. 《가치투자의 비밀》은 가치투자의 핵심을 군더더기 없이 쉽게 풀어쓴 책이다. 평이한 난이도에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역작이다.
여기서 잠깐, 단타와 장기투자를 비교해 보자. 단타는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주목받는(그것이 테마가 됐던, 강한 재료가 됐던) 종목을 사서 파는 기법이다. 분 초 단위로 보유하는 스캘핑을 비롯하여 2주 정도 보유하는 스윙까지, 매매 방법도 다양하지만 핵심은 시장의 주도주를 짧게 보유하면서 시세차익을 남긴다는 점이다. 장기투자는 이와 전혀 대조적이다. 장기투자의 대표적인 기법인 가치투자는 적정가치 이상으로 떨어진 종목을 헐값에 사서 차익을 남기는 기법이다. 단타매매가 프리미엄 거래라면 장기투자는 바겐세일 매매라고 할 수 있겠다. 장기투자는 기본적으로 회전율이 낮은 대신 목표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반대로 단타는 회전율이 높지만 목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장기투자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주식이 주업이라면 회전율이 낮은 장기투자를 고집할 순 없다. 거액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폭락장과 같은 좋은 기회에 헐값에 떨어진 우량주를 분할로 매수하여 큰 이윤을 남기지만 전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돈을 계속해서 굴려서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단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투자가 적격일까? 변동성이 크고 물릴 가능성이 많은 단타보단 싸게 사서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싸게 사는 것이다. 어떻게 싸게 사야 할까? 기업의 적정가치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때야말로 매수의 기회가 된다. 그렇기에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적정가치를 정밀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PER, PBR, ROE, ROA, EPS, EV/EBITDA, PSR 등등...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재무제표도 정밀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산하여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수한다. 말은 쉬워 보여도 서로 다른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가치투자를 최대한 평이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가치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게 배울 수 있고, 나름 투자에 있어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이 애용했던 투자회사 트위디 브라운에서 펀드를 운용했다. 가치투자에 있어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투자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워런 버핏이 애용한 회사 출신이라는 점, 그런 약력의 저자가 쓴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책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인내심'이다. 단타도 마찬가지지만 가치투자 역시 나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매력적인 종목을 분석하여 가치를 계산한 뒤, 싸게 매입하더라도 주가라는 것이 언제 오를지는 미지수다.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3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업황 사이클이 긴 경우에는 1년, 2년 걸릴 수도 있다. 그런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투자자는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계산한 뒤에 비로소 매수 버튼을 누른다. 이런 신중함은 단타를 할 때에 더욱 명심해야 할 요소다. 초짜 시절 급등하는 주식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진입했다가 박살 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몇 번 당한 뒤로는 단타 종목을 매수할 때에도 따질 것을 따져보고 나서야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투자에 있어서 신중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흐름출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이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인데 이 책도 흐름출판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에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미국의 성장, 기업의 역사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투자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를 추천하며, 가치투자에 입문하려는 분들껜 《가치투자의 비밀》과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 순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