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투자의 비밀 - 세계트레이딩월드컵 신기록 보유자의 마켓 사이클과 최적의 타이밍 매수법
래리 윌리엄스 지음, 이은주 옮김, 성전 감수 / 이레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주식 투자서의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장기, 가치투자 위주의 책들이 주류를 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가치투자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출판업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책을 주로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도서 시장에서 가치투자에 비해 단타나 모멘텀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척 초라하다. 우리나라에서 단타기법은 대중을 고려한 책보다는 고액의 과외비를 내는 극소수를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전승되고 있다. 몇몇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책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 기법을 이야기하기보다 검색을 조금만 하면 알 수 있는 지식을 세련되게 포장하여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심지어 책을 내는 목적도 자신의 핵심 노하우가 담긴 기법 과외를 홍보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린이에게는 도움이 될 법도 하지만 1년 차 이상 트레이딩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다.

 

 사실 단타는 책으로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단타는 가치투자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기법' 중심이고 그 기법은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단타를 책으로 배우는 것은 기술업종에서 사수 없이 매뉴얼과 이론으로만 일을 배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기법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시행착오가 요구되는데, 이를 온전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그 기법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책으로 혼자 배우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서 기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단타 서적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자면 단타 자체의 속성상 책으로 배우기 어려운 영역이고, 우리나라 저자들에게서 출간되는 단타 책들은 기법을 모두 풀기보다 자신들의 고액 강의로 유입하려는 목적성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단타와 관련된 고전이나 명저도 꾸준하게 발간되고 있다. 가치투자자에게 피터 린치의 저서가 최고의 입문서라면 단타 투자자에게는 제시 리버모어의 저서가 최고의 입문서다. 제시 리버모어는 오늘날 트레이더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돌파' 전략을 최초로 이론화하여 책으로 남긴 선구자다. 제시 리버모어 이후 젝 슈웨거, 알렉선더 엘더, 스탠 와인스타인, 윌리엄 오닐 등등을 거쳐 단타는 다양한 분파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이들의 저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인정과 검증을 받았으며, 기법도 기법이지만 투자철학과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단타서적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최근에 발간된 래리 윌리엄스의 저서 《장단기 투자의 비밀》도 마찬가지다. 50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자신의 기법과 매매 철학, 그리고 심리에 대해서 소상하게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보조지표를 사용하는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윌리엄스 %R'을 만들었으며 '세계 선물 트레이딩 월드컵'에서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트레이더다.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철저하게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주력 기법인 '변동성 돌파'를 설명하고 있다. 이후 자신의 매매에 대한 시스템적 분석, 그리고 시장의 추세와 심리, 진입과 청산에 포인트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단기 매매를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단타 서적을 읽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부터, 최근 잘 나간다는 유튜버들의 책까지 서점에서 유명하다는 책은 대부분 살펴봤는데 인상이 깊은 책은 극소수였다. 주린이 시절에는 기법을 다룬 책을 보거나, 차트를 위주로 한 책을 주로 읽었다. 그렇게 나름 유용하다는 이론을 배우고 시장에서 적용을 하면서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기법을 완벽하게 안다고 하더라도 활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기법보다는 매매의 습관이나 심리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 다루는 책을 선호하게 됐다. 이런 나의 기준에서 볼 때 래리 윌리엄스의 책도 명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단타 매매에 있어 기법과 차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법과 차트가 절대적이지 않다. 단타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정량화된 시스템이다. 어떤 기법을 하건, 차트를 어떻게 해석하건 자기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장에서 실전을 거치면서 그 기준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래리의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매매 기법에 대한 시스템적 분석에 큰 인사이트를 받았다. 단기 매매는 장기투자보다 필연적으로 회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매매가 잦다는 것은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뛰어난 트레이더라면 잦은 매매를 통해 손해보다는 이익을 많이 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며 이를 정량화, 공식화, 시스템화하여 거래에 적용해야 한다. 책에서 저자는 월별로, 요일별로 타율이 높은 시기를 도출하고 있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매매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유심하게 살펴봤다.

 

 또한 초보 트레이더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인 자금 관리에 있어서도 귀중한 조언을 제공한다. 단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계좌관리다. 차트 해석이나 기법, 시스템을 확립하더라도 계좌를 관리하는 능력이 허술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차트를 비롯하여 심리, 추세, 기법, 자금 관리, 매매 시스템 등 단타에 있어서 전반적인 요소들을 두루 다루고 있기에 가볍게 저술된 책과는 결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초짜 주린이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고, 어느 정도 거래를 한 트레이더나 특히 선물 옵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법보다는 거래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에 대해서 커다란 울림을 줬던 도서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순차적으로 출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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