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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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겨울, 촛불로 가득했던 광화문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유난한 한파에도 모두 뜨거웠고, 간절했던 시간. 그 끝에 이어진 안도하고 다행스러웠던 날들. 하지만, 만약 결과가 달랐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촛불이 계속해서 꺼지지 않았을지, 아니면 촛불을 들기 전보다 더 나빠졌을지,,, 생각만해도 눈이 질끈 감기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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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력은 그 자체로 과감하고 강렬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플라스틱맨. 많은 국민들과 같은 마음 같기도 하고 반대로 왠지 비웃는 듯한 느낌도 풍기며 그 의도를 추측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만큼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플라스틱맨은 왜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이야기를, 무성의한 방식으로 계속 전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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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역사의 한 순간에 ‘만약 달랐다면’ 하는 가정은,, 현재의 삶과 달랐을지도 모를 삶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대통령이 바뀌고 난 후, 우리의 삶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감각은 어느새 많이 무뎌지고 닳아버린것 같다. 잊지말라고, 잊지말자고 하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서사가 뚜렷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과감한 소재와 독특한 전개가 흥미로웠고, 그때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는, 플라스틱맨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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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나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하는 나를 만나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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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나의빨강머리앤#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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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의 집에서 가정부를 하던 아주머니의 집에서 일을 도우며 살아가게 된 앤. 자신의 불행한 운명에 슬퍼 눈물짓다가도, 길가의 꽃을 보고 금새 꺄르르 웃는 아이의 해맑고 순수한 모습에 저절로 같이 웃음이 났다. 그 모습이 어이없어 웃다가,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는게 느껴진다. 나이먹을수록 슬퍼지기는 얼마나 쉽고, 기뻐지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니, 앤을 보며 웃게 되는 건 결코 작은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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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성취하거나 뜻밖에 행운을 얻었을 때 얻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쁨이라면,, 무언가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나쁘지는 않아’하는 마음을 고집스러운 기쁨이라고 한다. 살면서 기대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어지지 않는것이 더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고집스러운 기쁨은 행복과 가까워지는 비법일 것이다. <고집스러운 기쁨>이라는 말을 마음에 깊이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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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빨강머리 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서, 앤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되다니. 생각해보면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기쁨, 희망, 용기와 같은 말이 점점 공허하게 의미를 잃어가는 요즘, 앤을 통해 다시 떠올리고 아직은 웃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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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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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지금어디에살고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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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각자가 바라보는 모습은 다 다르다. 도시의 편리와 풍요로움, 안락함과 따뜻함, 그 뒷편에 존재하는 외로움과 허무함,,, 도시는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7명의 작가가 담아낸 도시의 삶은 나와,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보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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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도시의 집값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다른쪽에는 도시속에 남겨진 역사를 바라보고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 누군가는 위안을 얻고, 누군가는 불안에 시달리는 곳. 7편의 글에 7명의 작가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읽었다. 어느 한편이 기울어진다는 느낌없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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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주란 작가의 <별일은 없고요?>라는 글이 제일 인상 깊었다. 도시의 삶에서 상처를 받고, 또 다른 도시에서 조금씩 회복해 가는 모습을 그려낸 글 속에는, 담담하면서도 다정함이 가득했다. 조남주, 정지돈, 김초엽 작가 외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물론 다 좋았지만, 이주란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나봐서 더 인상깊게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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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살던 동네에 지금까지도 계속 살며, 같은 동네에서 거의 25년 가까이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은 어렸을때 느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매일 아무생각 없이 지나던 풍경들이 언젠가부터 집값과 연결이 되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환경과 연결이 되면서, 그동안 삶의 배경으로 존재하던 도시가 이제는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살면서 우선순위가 변해감에 따라 도시를 인식하는 시각이 달라진것을 소설을 읽으며 새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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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 도시라는 하나의 소재로 이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도시의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재밌었고,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가 커서 성인되고 난 후, 다시 내가 사는 곳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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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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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무력하고 슬픈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앞으로는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공허한지... 하지만, 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이런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거듭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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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살기가 힘들어 러시아로 떠난 사람들의 바람은 오직 한 가지, 배고파 굶어 죽지 않는 것이었다. 러시아에서 힘들게 황무지를 일구고 가꾼 조선인들, 하지만 나라를 잃은 그들에게 러시아 땅에 정착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러시아 정부에서 이주하라고 하면, 조선인들은 그저 봇짐 몇 개 챙겨 쫓겨가야하는 신세였다. 가축을 이동시키는 화물칸에서 치욕과 굴욕을 견디며 어딘지 모를 곳으로 옮겨지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가슴이 짓눌린 듯 답답하고, 슬프고, 화가 났다. 계속 마음을 가다듬고, 슬픔을 다독이며 아주 천천히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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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꽃>과 <알로하, 나의엄마들>의 배경과 같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이다. 조선을 떠나 나라밖에서 떠도는 사람들의 삶은 멕시코에서도, 하와이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비참하고, 고단하고, 슬펐다. 서로 뒤엉켜 있는 기차 화물칸안에서 떠다니는 대화에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얼마나 마음이 저릿하고 아팠는지. 김숨 작가님의 글은 처음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고 견고하게 이어지는 글이 너무 좋았다. 운문과 산문의 문장들이 교차하며 리듬감 있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것이 새로웠고, 역사를 대하는 문학적인 감각을 선명하게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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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역사를 가깝게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각색된 모습을 보고 있지만, 그것의 무게감이 결코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의 형태로 더 강렬하게 각인되어, 오래 마음에 남게 되는 것 같다. 비극을 잊지 않아야,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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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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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위에 묵직하게 내려놓은 서사가 무척 기대됩니다.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많이 아파할수 있게 되겠죠.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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