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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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무력하고 슬픈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앞으로는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공허한지... 하지만, 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이런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거듭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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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살기가 힘들어 러시아로 떠난 사람들의 바람은 오직 한 가지, 배고파 굶어 죽지 않는 것이었다. 러시아에서 힘들게 황무지를 일구고 가꾼 조선인들, 하지만 나라를 잃은 그들에게 러시아 땅에 정착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러시아 정부에서 이주하라고 하면, 조선인들은 그저 봇짐 몇 개 챙겨 쫓겨가야하는 신세였다. 가축을 이동시키는 화물칸에서 치욕과 굴욕을 견디며 어딘지 모를 곳으로 옮겨지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가슴이 짓눌린 듯 답답하고, 슬프고, 화가 났다. 계속 마음을 가다듬고, 슬픔을 다독이며 아주 천천히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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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꽃>과 <알로하, 나의엄마들>의 배경과 같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이다. 조선을 떠나 나라밖에서 떠도는 사람들의 삶은 멕시코에서도, 하와이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비참하고, 고단하고, 슬펐다. 서로 뒤엉켜 있는 기차 화물칸안에서 떠다니는 대화에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얼마나 마음이 저릿하고 아팠는지. 김숨 작가님의 글은 처음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고 견고하게 이어지는 글이 너무 좋았다. 운문과 산문의 문장들이 교차하며 리듬감 있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것이 새로웠고, 역사를 대하는 문학적인 감각을 선명하게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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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역사를 가깝게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각색된 모습을 보고 있지만, 그것의 무게감이 결코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의 형태로 더 강렬하게 각인되어, 오래 마음에 남게 되는 것 같다. 비극을 잊지 않아야,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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