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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의 제목과 표지가 궁금해질 떄가 많다.
원서의 제목은 '라스트찬스'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을의 이름이자 '라스트찬스'가 가진 본래 의미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100년 넘게 운영 중인 황금성, 우리 나라에서도 어딘가 있을 법한 중국집 이름이지만 이야기 속 '황금성'은 미네소타에 '라스트 찬스'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주인공 메이지는 오파(할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엄마와 미네소타 라스트찬스에 방학동안 머물며 황금성이 존재하기까지 처음 이 땅에 자리 잡은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황금성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음식과 우정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곳이었음을 깨닫고 메이지 또한 사람과 장소 세대를 잇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통해 듣는 고조할아버지-러키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19세기 후반, 미국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상당한 공을 세운 중국 노동자들. 이 철도 건설로 미국의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두어 현재의 미국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나, 당시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 목숨을 걸고 일해야만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는 참전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부정당하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폭력과 모욕을 감내해야만 했던 그들. 생존을 위해 적어내려간 "나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라는 메세지.
러키 가족의 재산과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손상시키는 자들 앞에서 정당방위 조차 허용되지 않던 날들, 네 집으로 가라는 혐오의 메세지를 거침없이 내뱉는 자들. 더불어 이주금지법이라는 악법에도 불구하고, 러키는 이주를 결심한 '종이 아들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민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더 열악했던 종이딸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와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과 포커의 전략이 이야기 전체에 풍미를 더한다.
러키 가족의 역사에서 음식은 이주민의 정착만 도운 것이 아니다.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할머니,할아버지와 푸드스타일 리스트 엄마 사이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과거,엄마의 일을 가짜 요리라고 치부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충돌 속에 메이지의 다리 역할로 가족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보듬게 된다.
특히 메이지가 황금성에 머무는 손님들을 관찰하며 그에 맞는 메세지를 넣어 포춘쿠키에 넣어준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한 세심한 관찰과 다정한 메세지는 서로의 마음을 여는 시작이 아닐까^^
"이주민을 반대하는 구호가 들리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일어나니 무섭다는 건 알아. 그래서 더욱 그 이야기를 계속하는게 중요한 거야. 과거에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는 나쁜 일을 없는 일인 척할 수는 없어.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겉으로 드러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해."-p.195-196
서로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황금성의 대표 마스코트 버드가 수없이 총에 맞고 도난당하고 손상되는 것처럼...대놓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도, sns상에 눈을 찢는 행동을 재미삼아 찍고 올리는 사진들. 무심코 낄낄거리는 이야기 중에 외국인의 억양이나 말투를 조롱삼거나, 그 나라에서 태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출신을 따지는 사람들. 차별과 혐오를 품은 신조어, 팬더믹 위기 속에서 이주자들이 겪는 혐오범죄와 가슴아픈 소식들이 전해질 때면, 과연 세상에 자비가 있는가 싶을 때가 많다.
"때로는 옆에서 쿡 찌르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도울 수 있다."-p.250
그래서 '황금성'과 같은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책을 넘기며 초기 미국에 계약직 노동자로 이주한 중국인들의 삶 뿐 아니라 해외 도처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우리의 역사, 현재 우리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시선, 고용현실까지 외면한 이야기들을 더 찾고 귀기울이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메이에게 전수한 포커 전략 중 하나인 '텔' 은 사람을 봐야한다. 러키와 그의 가족에게 가슴아픈 상처를 남긴 이들만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준 것도 이웃이고, 함께 살아가야할 이들도 결국은곁에 있다. 메이지의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황금성 보조 조리사이자 환경운동가 데이지,라스트 찬스에서 친구가 되어준 로건, 엄마의 오랜 친구 홈스 선생님, 할아버지의 단짝이자 원수인 베르너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연결된 우리 이야기를 만난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 -p.299
메이지의 말처럼,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메세지에 움추려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살아가고 웃고 함께 나눌 것들이 많은 우리이기에. 그리고 연결되어있는 우리기에.
*이글은 위즈덤하우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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