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네드 하틀리 지음, 스튜디오 무티 그림, 권은정 옮김,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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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시작되고 저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댄스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의 댄스팀이 나와서 매주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인데, 이번 미션이 바로 '메가크루미션'이에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자 꽃인 미션이라고 하더군요. 여러 댄서들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사람의 몸을 저렇게 쓸 수 있을까. 저런 리듬감각을 무엇일까 감탄하며 보고 또 보고 있는데 여럿이 함께 만드는 선, 움직임, 한 몸처럼 움직이는 순간은 볼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댄스만 그럴까요? 이 책에서는 '과학', '의학,' '기술', '보호와 구조' ,'정치와 사회운동' ,'스포츠' '문화' 총7분야로 나눠 함께 세상을 변화시킨 업적이 등장합니다.

sns의 한 장면처럼 그동안 결과적 업적을 달성했다고 알려진 소수의 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그 뒤 숨은 과정을 알 수 있었어요. 소련과 미국이 우주 전쟁으로 불릴만큼 과학분야에서 경쟁했다는 사실 뒤 국제우주정거장이 탄생한 것, 인류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 외에도 달탐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들이 최소 40만명 이상이었다는 사실. 생소한 이름의 과학자들, 최초의 노벨수상자인 마리퀴리가 있기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해온 여성과학자들의 업적을 알게 부분이 좋았습니다.

과학자들이 병원에서 흔히 처방받는 항생제에 특허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 에디슨이 위대한 발명가인 것은 알았지만 그가 세운 멘로파크 연구소나 그가 불러모은 사람들이 오늘날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 전기 문명을 완성한 니콜라 테슬라까지 연결된다는 사실, 테트리스가 슈퍼스타 게임이 되기까지 이야기와 뒤 문화 부분에서 우주 정거장에 가져갈 정도로 인기있는 레고와 케이팝 스타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보호와 구조 장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밀렵감시대, 블랙맘바스는 혹독한 훈련과 단단한 팀워크로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이란 점에서 놀라웠는데, 힘이 무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그들의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언가 발명하고 발전시킨 이야기 외에도 칠레 광산 붕괴사고에서 광부 33명이 땅속에서 70여일을 버티고 팀워크를 발휘해 살아남은 이야기는 뭉클하게 다가왔구요.

정치와 사회운동이야 말로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 시위운동에 매번 등장하는 'Black Lives Matter)라는 문구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기후변화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크고 어려운 문제앞에 있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 변화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협력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이 이룩해온 모든 업적 뒤엔, 서로 '공유'하고 기존의 아이디어 발전시키는 협력이 있었어요.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쉽게 이해되는 데는 이야기 들려주듯 친절하게 전개되는 글. 무엇보다 간단하면서 특징을 잘 담아낸 일러스트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백과사전처럼 역사 속에 함께 한 순간을 모아둔 책인 동시에 다른 책과 분야로 뻗어 나가게 되는 링크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알고보면 인쇄된 책을 읽고, 노트북을 켜서 인터넷에 서평을 쓰는 이 순간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도움을 거쳐 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함께일 때 비로소 해낼 수 있는 놀랍고 멋진 일들, 내가 지금 고민하고 나눠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질문과 과제를 안겨준 책입니다. 아이들과 이야기처럼 하나씩 꺼내 읽을 수도 있고 동기유발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일 듯해요.


"팀워크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우리의 삶을 개선하며 우리를 성장시켜 줘요.

이 세상과 세상 속 우리의 자리를 이해하려면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가 필요해요.

우리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팀의 일원이 되는 거예요."

----------------------------------p.98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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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률풍 - 덕을 펼치는 바람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8
이승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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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시간에 역사를 배우던 딸아이가 묻는다.

"우리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언제였어? 엄마는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 태어나는게 제일 나을 거 같아?"

딸아이가 고려시대? 선사시대? 하면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조잘거리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역사상 고난이 없던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반대로, 역사상 가장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조선 후기-일제 강점기는 아마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남은 시기일 것이다. 하물며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아~ 어떻게 버텨냈을까 싶은데~ 요즘 뉴스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 아픈 이를 거쳐간 사람들을 두 번 , 세 번 죽이는게 아닌가 싶다. 더 알려져도 모자란 판에 자꾸 왜곡되고 숨기려는 시도들.

근데 그 시기의 통신이라~ 생소한 부분이었다. 덕률풍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아! 우리나라 처음 전화기?' 정도의 상식을 떠올렸으나, 이 소재 하나로 이야기가 될까 싶었는데~ 작가님의 상상 속에 뜨거운 메세지를 전하는 또 한 편의 역사동화가 탄생했다.


  때는 대한제국 광무 6년- 거센 돌풍과 암흑을 앞둔 때이지만, 고된 현실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며 당찬 꿈을 꾸는 이들이 있다. 아버지가 세운 전신대에 '나는 할 수 있다'를 세기며 조선 최고의 통신원을 꿈꾸는 강식이와 전무학당의 친구들. 그리고 매일 나뭇짐을 한가득 등에 지고 다니면서 역관을 꿈꾸는 수자. 그리고 변해버린 조선을 보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덕률풍- 덕을 펼치는 바람이 어디든 불기를 바라는 바람은 사실 초창기 전화기 이름 정도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독립문 근처에 살고 있는 지라 이야기 속 장소인 경교, 광화문, 인왕산 봉수대, 종각, 정동 등 늘 걷고 오가던 길이 등장할 때마다 역사 박물관에서 흐릿하게 넘겨본 사진과 모형들이 살아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통신권을 빼앗기면 안 돼.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없어."

-p.29

  통신원인 성열과 해철 형님처럼 평소에는 말이 없고 차분하다 분노해야 할 때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하는 이들은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는데, 딸아이와 나눈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역사상 고난이 없던 시기가 있었겠냐마는 그때마다 위기를 넘기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던 것은 바로 행동하는 이들이 일으킨 따스한 바람 덕 아니었을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끌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해야하고. 그리고 믿었던 어른-병수 삼촌의 배신까지. 위기에 빠진 강식이를 다시 살린 것이 봉수대에서 피어올린 불꽃 그리고 직접 만든 전화기-덕률풍이라는 설정 또한 인상적었다.

  "우린 말이야. 봉수대가 폐지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봉수대를 지켰단다. 사람들이 사명감 어쩌고 하는데 우린 그런 거 모른다고 했다. 그냥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p.85

  그저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 현실을 살아가는 내게 그냥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역사상 한 점 아니 티끌처럼 흩어질 지라도 따스한 바람을 만들어낼 기운. 그리고 모여서 큰 변화가 생길 바람은 무엇일까?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강식이가 전신대에 쓴 마지막 글귀는 내가, 행동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무너지고 쓰러질 지라도 바람을 변화로 이끈 사람들의 노력. 유난히 더 기다려지던 이번 주말에 역사동화 '덕률풍' 을 읽으며,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아니 거창하게 이 시대를 살아갈 힘을 새롭게 충전해본다.

  '사실, 진정한 충전이 필요한 존재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작가의 말 중

  오늘의 역사를 만드는 우리에게. 따뜻한 바람이 불러올 응원의 기를 받는 이야기. 요즘 부쩍 역사에 관심이 생긴 딸에게 건네야지. 변화는 함께 만드는 거니까.

* 이 글은 미래인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덕률풍#이승민#미래인#미래인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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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 웅진 우리그림책 106
남동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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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려도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요즘,

책 제목인 '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가 어쩐지 슬프게 다가옵니다.

이제 과학조차도 우리,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니까요.


어느 대륙만큼 크다는 쓰레기섬,

플라스틱을 배 속에 품고 죽어간 고래들

그물에 걸려 허우적 대는 아기 새들과 원유를 뒤집어 쓴 바다생물을 보며 허걱 했지만 당장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 속의 나는



이 주인공처럼, 커피 한 잔의 낙으로 하루를 버티는 자요.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배달의 유혹에 넘어가는 십상이니까요.

그나마도 배달 후 남는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에 마음이 불편해져 일회용 수저는 안받고, 간편한 밀키트 제품으로 한끼를 때우지만~


아차차, 오늘이 재활용날이라 다용도실을 꽉채운 쓰레기들을 가지고 내려가면...

아, 우리 아파트 한 동에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데

이거 어쩌나 싶은거죠.


근데 우리의 주인공은 도대체 무엇을 빌려준다는 걸까요?

이미 제목이 스포라고~~ 피서지 한 가운데서 초능력을 빌려주다니?

역시 사람들은 관심이 없네요.

그런데 가만보니, --를 빌려드립니다를 의도적으로 가려놓은 것이

우리가 늘 입버릇 처럼 하는 지구는 빌린 것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면지에 등장하는 어쩐지 요상한 물건들의 정체도 바로 이 초능력과 관계된 것들일까요?



역시나 주인공이 일하는 바닷속에는 그득그득 쓰레기가 가득차 있었고

쓰레기 더미들 사이엔 동물들이 말못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죠.


알고보니 주인공은 피서지에 위장한 히어로맨!

게다 든든한 친구들이 함께라니


바다가 깨끗해지는건 시간문제일까요?


하지만 초능력이 사라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훨씬 더 . 아름....아니 아찔합니다.

오늘 아이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면서 과연 이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득그득 버리기만 하고

올 여름은 너무 더웠고

어쩌면 올해가 가장 버틸만한 여름이 될 수도 있다는데

기후위기란 말이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들리는데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수 있을까?

이 책을 함께 보며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할 자는 초능력자나, 바다 생물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다시 밍기적거리다 배달앱을 켜려는 손을 멈춥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면서 주섬주섬 텀블러를 챙기고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서 살 것들을 추려봅니다.

거창하고 어마어마한 것들부터가 아니라~ 당장,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꾸준히 해야

지구와 함께 조금 더 오래오래 버텨내는 초~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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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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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의 제목과 표지가 궁금해질 떄가 많다.

원서의 제목은 '라스트찬스'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을의 이름이자 '라스트찬스'가 가진 본래 의미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100년 넘게 운영 중인 황금성, 우리 나라에서도 어딘가 있을 법한 중국집 이름이지만 이야기 속 '황금성'은 미네소타에 '라스트 찬스'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주인공 메이지는 오파(할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엄마와 미네소타 라스트찬스에 방학동안 머물며 황금성이 존재하기까지 처음 이 땅에 자리 잡은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황금성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음식과 우정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곳이었음을 깨닫고 메이지 또한 사람과 장소 세대를 잇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통해 듣는 고조할아버지-러키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19세기 후반, 미국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상당한 공을 세운 중국 노동자들. 이 철도 건설로 미국의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두어 현재의 미국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나, 당시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 목숨을 걸고 일해야만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는 참전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부정당하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폭력과 모욕을 감내해야만 했던 그들. 생존을 위해 적어내려간 "나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라는 메세지.

러키 가족의 재산과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손상시키는 자들 앞에서 정당방위 조차 허용되지 않던 날들, 네 집으로 가라는 혐오의 메세지를 거침없이 내뱉는 자들. 더불어 이주금지법이라는 악법에도 불구하고, 러키는 이주를 결심한 '종이 아들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민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더 열악했던 종이딸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와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과 포커의 전략이 이야기 전체에 풍미를 더한다.

러키 가족의 역사에서 음식은 이주민의 정착만 도운 것이 아니다.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할머니,할아버지와 푸드스타일 리스트 엄마 사이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과거,엄마의 일을 가짜 요리라고 치부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충돌 속에 메이지의 다리 역할로 가족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보듬게 된다.

특히 메이지가 황금성에 머무는 손님들을 관찰하며 그에 맞는 메세지를 넣어 포춘쿠키에 넣어준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한 세심한 관찰과 다정한 메세지는 서로의 마음을 여는 시작이 아닐까^^

"이주민을 반대하는 구호가 들리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일어나니 무섭다는 건 알아. 그래서 더욱 그 이야기를 계속하는게 중요한 거야. 과거에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는 나쁜 일을 없는 일인 척할 수는 없어.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겉으로 드러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해."-p.195-196

서로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황금성의 대표 마스코트 버드가 수없이 총에 맞고 도난당하고 손상되는 것처럼...대놓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도, sns상에 눈을 찢는 행동을 재미삼아 찍고 올리는 사진들. 무심코 낄낄거리는 이야기 중에 외국인의 억양이나 말투를 조롱삼거나, 그 나라에서 태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출신을 따지는 사람들. 차별과 혐오를 품은 신조어, 팬더믹 위기 속에서 이주자들이 겪는 혐오범죄와 가슴아픈 소식들이 전해질 때면, 과연 세상에 자비가 있는가 싶을 때가 많다.
"때로는 옆에서 쿡 찌르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도울 수 있다."-p.250
그래서 '황금성'과 같은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책을 넘기며 초기 미국에 계약직 노동자로 이주한 중국인들의 삶 뿐 아니라 해외 도처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우리의 역사, 현재 우리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시선, 고용현실까지 외면한 이야기들을 더 찾고 귀기울이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메이에게 전수한 포커 전략 중 하나인 '텔' 은 사람을 봐야한다. 러키와 그의 가족에게 가슴아픈 상처를 남긴 이들만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준 것도 이웃이고, 함께 살아가야할 이들도 결국은곁에 있다. 메이지의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황금성 보조 조리사이자 환경운동가 데이지,라스트 찬스에서 친구가 되어준 로건, 엄마의 오랜 친구 홈스 선생님, 할아버지의 단짝이자 원수인 베르너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연결된 우리 이야기를 만난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 -p.299

메이지의 말처럼,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메세지에 움추려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살아가고 웃고 함께 나눌 것들이 많은 우리이기에. 그리고 연결되어있는 우리기에.



*이글은 위즈덤하우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 입니다.

#황금성 #리사이지음 !송섬별옮김 #위즈덤하우스 #나는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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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7
고든 코먼 지음, 이철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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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들은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구석, 후미진 곳,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갖는 것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습성인걸까?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내게도 계단 사이의 공간, 마당의 구석, 옥상의 틈새 같은 곳에서 놀거나 홀로 책을 읽으며 뒹굴거릴 때 한 없이 편안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인 내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집의 구석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끼적이고 한숨 돌릴 공간들. 어떤 생각이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이 허용되는 '안전'한 공간은 인생에서 언제나 필요하니까.


  이야기는 허리케인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후부터 시작된다. 화자가 에반, 리키, 미첼, 제이슨, 씨제이로 돌아가며 서술되어 초반엔 '지금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거지?' 일시적으로 혼동이 일기도 했지만, 곧 이들 각자가 가진 사연에 빠져들었다.허리케인이 몰아치기 전 만들어둔 아지트를 찾다가 숲 속 한복판에서 찾아낸 지하공간. 알고보니 그곳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던 지역 유지가 냉전시대에 마련한 공습 대피소였고,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비밀공간이 된다.

  알고보면 아이들은 모두 일상의 도피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약물중독으로 자식을 버리고 떠난 부모, 낯선 곳으로의 이주, 엄마의 실직으로 갑자기 중단된 강박장애 치료와 저조한 학교 성적, 부모의 이혼 소송 , 툭하면 거침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계부. 아이들이 홀로 감당하기엔 가혹한 현실에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나타난 요새. 그곳은 단순한 비밀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피난처였다.

40년도 더 된 통조림 음식을 나눠 먹고, 귀에 익숙한LP판의 음악과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함께 보는 일상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씨제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내 추측이 맞다면 녀석에게는

오히려 가족이 걸림돌인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철저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을 씨제이의 딱한 처지였다."

p,202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특히 가족의 일이라면 그렇다. 여러 주인공들의 사연 중, 툭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불사조 놀이' 연기를 하며 자신의 상처를 숨기는 씨제이의 이야기. 무엇보다 타지에서 왔기에 친구로 받아들여주지 않던 리키의 관찰이 그를 구한 시작이 아니었다 싶다.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

에반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안식처를 내주는 에반의 할머니

남자친구인 제이슨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저넬

그리고 경찰인 저넬의 아버지

처음엔 도피처로 지하공간에 숨어지냈지만 그 곳에서 지낼수록 바깥 세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씨제이가 고립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서로에게 '제 2의 가족'이자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들이 내민 손이 아니었나싶다.


  2023년이 다 가기도 전에 올해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각자도생'인 사실은 너무 슬프다.

책을 덮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안식처, 우리 아이들의 안식처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서로가 손내밀고 보듬어 주어도 힘든 세상이니까. '안전가옥'은 결국 서로가 없으면 무의미하니까. 

  이 책을 오늘도 책상 밑에서 사부작 거리는 딸에게 권해본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이 글은 미래인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안전가옥 #고든코먼 # 이철민_옮김#미래인#미래인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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