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7
고든 코먼 지음, 이철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들은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구석, 후미진 곳,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갖는 것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습성인걸까?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내게도 계단 사이의 공간, 마당의 구석, 옥상의 틈새 같은 곳에서 놀거나 홀로 책을 읽으며 뒹굴거릴 때 한 없이 편안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인 내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집의 구석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끼적이고 한숨 돌릴 공간들. 어떤 생각이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이 허용되는 '안전'한 공간은 인생에서 언제나 필요하니까.


  이야기는 허리케인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후부터 시작된다. 화자가 에반, 리키, 미첼, 제이슨, 씨제이로 돌아가며 서술되어 초반엔 '지금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거지?' 일시적으로 혼동이 일기도 했지만, 곧 이들 각자가 가진 사연에 빠져들었다.허리케인이 몰아치기 전 만들어둔 아지트를 찾다가 숲 속 한복판에서 찾아낸 지하공간. 알고보니 그곳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던 지역 유지가 냉전시대에 마련한 공습 대피소였고,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비밀공간이 된다.

  알고보면 아이들은 모두 일상의 도피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약물중독으로 자식을 버리고 떠난 부모, 낯선 곳으로의 이주, 엄마의 실직으로 갑자기 중단된 강박장애 치료와 저조한 학교 성적, 부모의 이혼 소송 , 툭하면 거침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계부. 아이들이 홀로 감당하기엔 가혹한 현실에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나타난 요새. 그곳은 단순한 비밀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피난처였다.

40년도 더 된 통조림 음식을 나눠 먹고, 귀에 익숙한LP판의 음악과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함께 보는 일상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씨제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내 추측이 맞다면 녀석에게는

오히려 가족이 걸림돌인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철저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을 씨제이의 딱한 처지였다."

p,202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특히 가족의 일이라면 그렇다. 여러 주인공들의 사연 중, 툭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불사조 놀이' 연기를 하며 자신의 상처를 숨기는 씨제이의 이야기. 무엇보다 타지에서 왔기에 친구로 받아들여주지 않던 리키의 관찰이 그를 구한 시작이 아니었다 싶다.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

에반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안식처를 내주는 에반의 할머니

남자친구인 제이슨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저넬

그리고 경찰인 저넬의 아버지

처음엔 도피처로 지하공간에 숨어지냈지만 그 곳에서 지낼수록 바깥 세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씨제이가 고립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서로에게 '제 2의 가족'이자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들이 내민 손이 아니었나싶다.


  2023년이 다 가기도 전에 올해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각자도생'인 사실은 너무 슬프다.

책을 덮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안식처, 우리 아이들의 안식처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서로가 손내밀고 보듬어 주어도 힘든 세상이니까. '안전가옥'은 결국 서로가 없으면 무의미하니까. 

  이 책을 오늘도 책상 밑에서 사부작 거리는 딸에게 권해본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이 글은 미래인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안전가옥 #고든코먼 # 이철민_옮김#미래인#미래인서포터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