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 티끌 모아 축구화 팡 그래픽노블
필립 베히터 지음,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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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자마자 단숨에 후루룩 읽어버린 책이에요.

그래픽노블은 대체적으로 후루룩 읽히는 편이지만 이 책은 그림체가 워낙 제 취향이라 더 눈에 들어온 책입니다.

표지를 보니 제가 유년시절부터 좋아하는 장자크 상페의 그림체를 닮았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표현할 거 다 하는 그림체


늘 사건의 시작은 우연히 만난 한 사람, 한 장면에서 시작되죠.

레나토 플래시! 후레쉬 종류라고 생각하면 오산: 저 같이 슛돌이 향수에나 빠져있는 사람에겐 그냥 지나쳤을 광고지만 축구에 흠뻑 빠져있는 토니에겐 인생 속 한 장면이죠.

 ' 저 축구화만 있으면 내가 축구로 전 세계를 휩쓰는 건 시간 문제일 거야.'


근데 축구화를 딴 걸로 대체하면? 이거 허구한 날 제가 하는 생각인데

저 육아템만 있으면~

저 마법소스만 있으면~

아이를 저 학원에만 보내면....


마침 6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에서는 경제 부분을 다룹니다. 자원은 유한하고 그래서 우리는 합리적 선택을 해야한다는 게 바로 대단원의 시작이거든요.

토니 이야기로 풀면 바로 딱이지 않을까요?

게다 6학년 1학기 수학4단원은 비와 비율을 배우거든요.

79.99유로가 원화로 얼마나 될까? 환율 개념을 자연스레!

암튼, 토니는 자신만만합니다.

처음엔 엄마를 설드하려 했죠.

할아버지 찬스도! 마지막 크리스마스 찬스까지!

하지만 씨알도 안먹히는 상황

그리고 깨닫습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찬스에서 좌절되자 조금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살다보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스스로 돈을 벌어 레나토 플래시를 사기로 하죠.


시작은 자신만만했습니다.

돈 조금 버는게 뭐그리 힘들겠어! 하지만 괜히 제목이 티끌모아 축구화겠습니까?

버는 돈은 정말 티끌 같았죠.

그리고 아직 중반도 안왔는데 벌써 현타가... 벌써 세상이치 다 깨달은 걸까요?


이 책 전반에서 토니 어머님의 모습은 참 이상적이에요

아이의 의견에 경청하고 나름의 선도 그어주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장면이었습니다.

티끌모아 지친 토니가 구걸이나 해볼까 했을때 나누는 대화

어쩔 수 없어서 경제활동에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래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야 너 그렇게 공부안하고 축구공이나 굴리고 맨날 놀생각만 하면

저렇게 되. 엄마가 그래서 너 공부하라는 거야. 나중에 편하라고! ~~ 삐--------!"

이런식의 대화. 무심결에 이렇게 나올법도 한 대화가 아니라서요.

저도 매번 아이가 공부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물을 때 '네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거다?' 같이 말도 안되는 소릴 갖다 집어넣을 때가 많은데 그것이 곧 공부 잘해야하고 그것이 경제적 성공의 밑바탕이 되고 결국 성공한 인생 이런 식으로 흐르지는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피치못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그래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해봐야겠다고도~


암튼 토니는 될 사람은 티끌을 모으다가도 사람을 만난다고

사랑도 찾고, 우정도 찾고, 경제관념도 찾고~ 축구화도 스스로 찾게 될까요?

주니어RHK의 팡그래픽노블 시리즈를 응원하며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보다 서평책에 붙여주신 메모지와 마스킹 테이프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가::: 저 테이프만 있으면 서평 더 잘 쓸 수 있을거 같고 그랬는데 마침 알라딘에서 굿즈로 마스킹 테이프를 주시네요!

와우 최고의 선택^^


암튼 어서 마무리하고 저도 내일의 경제활동을 위해 잠들어야겠습니다.

*이 글을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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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버스 - 2022 서울 강남구·종로구·서대문구 올해의 한 책 선정, 2022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바람그림책 122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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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날 있잖아요.

내 마음이 내 마음같이 않은 날.

이 정도면 됐지 하며 순행하는 줄 알았던 내 버스가, 그 길이

어딘지 낯설고,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새학기의 긴장이 가시기도 전에 정신없이 몰아지는 각종 일정에 허덕이는 날.

이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김유+ 소복이 작가의 마음버스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들이 모이면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작가-

마을이 있어 마음도 머물 수 있는 곳에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복이-


여러 그림책 작가님들 중에 특히 좋아하는 작가님을 뽑으라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소복이 작가님을 꼽을 듯해요.

그림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마음에 안정, 힐링을 찾을 때가 많은데

소복이 작가님이 작업한 그림책을 만나면 특히 이 마음이 움찔움찔하거든요.

마음버스는 김유작가와 소복이 작가님의 콜라보만으로도 우와! 하는데 마침, 사인본 증정 이벤트가 있어 온라인 서점에 풀리기도 전에 예약해 만난 책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날, 마을버스에서 이 사라지며 시작됩니다.

운전사 아저씨는 곰 아저씨. 그러고 보니 곰과 닮은 모습이죠? 넥타이 패턴까지 곰돌이^^

한참을 찾아 헤매다을 대신해 붙인

우연치곤 기막힌 우연이죠? 마음버스라니!

게다 아저씨를 닮은 ㅁ! 탁월한 선택입니다.

같은 버스를 타도 곰아저씨의 다정한 인사에 응답 한 번 없는 사람들.

말없이 등돌린 사람들이

곰 아저씨까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정말 마음버스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

이 굉장하고 대단한 일이

실은 나 이랬어 하고 먼저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야 말로 벚꽃 엔딩이 아닐런지요?

벚꽃이 날리며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에서

어느덧 창밖으로 따스해진 공기를 다시 느껴봅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비교하고 상처받고 마음닫았던 지친 하루에서

다시 창을 내 마음을 열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내 마음버스의 노선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깐요.

아, 그리고 마음버스에는 귀여운 반전이 숨어있어요.

잃어버린 ㄹ을 가져간 범인이 등장하거든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다정한 그림책장을 넘겨볼랍니다.

올 봄에 만난 가장 다정한 책, 마음버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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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찐만두 씨 사계절 그림책
심보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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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끈따끈 신상 그림책이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바람의 결도 따스해지고 있구요.

사실, 따끈따끈 찐만두씨 책이 도착하자마자

동네 만두집으로 달려갔어요.

만두 먹으면서 이 책 보면 얼마나 재미질까 생각해서죠.

근데 만두 먹는 사진 좀 찍으려하니 벌써 만두를 다 먹어버렸고

이번엔 책이 어디로 갔더라.


이 책이 그런 책입니다.

아이들이 읽자고 하지 않아도

표지보자마자 가져가는 책.


우리 심보영씨(작가님)는 언제부터 이리 귀염귀염 캐릭터를 그리셨나 했더니만

그 깨알캐릭터로 유명한~~ 시리즈책 붕붕 꿀약방의 작가님이셨군요.


엇 이 책도 도서관에서 표지보자마자 빌려봤던 책이고

최근 큰 아이가 재미있게 보던 책의 삽화도!!


시작부터 우리집 딸들의 취향저격입니다. 아니 사이드메뉴를 직접 챙겨나가는 찐만두씨라니요~

단무지와 간장 꼭꼭 챙겨

귀마개 마냥 꼭 감싸는 만두피 흐흐



아이들은 주전자 모양의 기차에 찜통 모양의 건물들을 보며 우와우와 했답니다.



전 유독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뜨끈한 찜통동네에서 냉동마을로 향한 찐만두씨.

누굴 만나러 왔을까 하니

할머니가 계신곳이 냉동마을이었군요.

사실 주부 입장에선...한 번 해동시켰는데 다시 얼리면 안되는데 싶고 괜히 진지모드잖아요?

할머니가 찐만두와 함께 살지 않고 냉동집에 사시는 이유가

이대로 쉰만두가 될 수는 없다....이 구절이 왜이렇게 자꾸 맴돌던지요.


이제 화려하고 뽀송한 시기를 지나 나이듦과 죽음이 문득문득 곁에 있음을 깨달을 때

내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자꾸 생각하게 되거든요.

말도 어눌해지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누워만 있다 가고 싶진 않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느리더라도 갈 수 있고

깜박깜박 하더라도 온전히 기억을 지키고 싶은 욕심.

그게 행여 가족과 떨어져 꽁꽁 얼게 될지라도 말이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땜에 수고 스럽고 애쓰고 정나미 떨어질 정도로 힘들게 하다 가고 싶지 않다.

냉동만두가 할머니도 그런 맘이었을까요?



암튼 오지랖 찐만두는 할머니 맘만 사르르 녹이는 게 아니라

냉동실의 정체모를 검정 봉지들도 녹이고

꽁꽁 떡들도 녹이고

근데 역시 목욕 후엔 뚱뚱 바나나 우유는 진리인가봅니다^^

그러고보니 우리집 냉동실도 지금 터지기 직전이던데....

주말에 좀 풀어줘야겠어요.



*이 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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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기 오리에게 -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하려면 마음속 그림책 20
코비 야마다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김여진 옮김 / 상상의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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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책장을 갖게 되었어요.

그림책은 쉬이 내보낼 수가 없다는거 아시죠?

그 중에 제 침실엔... 뭔가 잘 안풀리는 날,

아무 페이지나 넘기다보면

엉킨 마음이 사라락 풀리고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책들이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꽂혀 있어요.

상상의 힘 출판사 역시 생소하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했더니, 바로 침실 선반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상상의 힘에서 나왔었군요.

코비 야마다~이 작가 역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알고보니 볼때마다 감탄하던 책들-아마도 너라면, '문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 저자였어요.


<아마도 너라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나의 아기 오리에게'

이 책들을 나란히 세워두니 상상의 힘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들의 결이 느껴지는 듯 해요.

무엇보다 이 책들은 나란히 제 책장에서 뚝심있게 자리잡고, 제가 흔들릴 때마다 위안과 질문을 안길 책들일테구요.

게다 김여진쌤의 번역이라니~

원서보다 더 진하게 다가올 문장들이 기대되었죠.


올해의 첫 시작을(진짜 시작을) 전 이 책과 함께 열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올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는 물 아래에서는 떠 있기 위해 발을 쉼 없이 움직인다고 하죠. 근데 여기 백조보다 더 사랑스러운 오리가 있어요.

이렇게 바지런한 흔적을 남기면서 말이죠.



원서의 제목은 Finding Muchness

이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첫 장의 이야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해결되었어요.

내 안에 출렁대며 넘처 흐르는 꿈과, 잠재력, 가능성이 있다고?

좋은 말이긴한데

정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아직 2022년이라는 숫자가 마냥 어색하기만한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구?

올해 계획도 제대로 못세운 듯한데말이죠.


두려움과 의심은 그만, 얘 좀 보세요.

아기오리의 귀여움에 빠져 장면 속 목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아! 그래! 그거! 한번 해볼까? 하는 긍정의 기운이 스물스물 솟아오릅니다.

무엇보다 오늘부터 1일! 진짜 진짜 새해입니다.

이 페이지를 만나면서 제 올해 목표는 더 확실해졌어요.

지레 겁먹고 걱정되서 시작조차 못했던 것들.

편한 것보다 용감한 것을 선택해야지!!!!!!


맞아요, 뭐든 절로 잘되는게 어디있겠어요.

처음부터 쉬운게 어디있겠어요.

마냥 걱정만하고 피한다고 나아지지 않죠.

바로 지금을 즐기며 행복해지는 법을 선택해야죠.

겸손과 비하는 분명 다른 거니까

남들과 비교하며

난 왜 저만큼 못할까

난 왜 이모양일까

후회만하며 올해는 끝낼 수 없어요.

세상은 경이로운 일 투성이고

그 경이로움을 더하는 것도 저 자체일테니깐요.

그나저나 그림책 지면 공개의 한계 때문에 어느 장을 꼽야하나 이렇게 망설이다니....

한 장 한 장 함께 보고 싶은 장면들이라..

넘길 때마다 찡하게 통하는 장면도 다를 것 같구요.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앞두고 있는 새해의 시작!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읽고픈 그림책.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올해도 넘실대며, 나누며, 사랑하며 잘 보내야지!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차네요.

*이 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의아기오리에게

#코비야마다_글

#찰스산토소_그림

#김여진_옮김

#상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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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미누스 :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
레베카 도트르메르 지음, 이경혜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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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정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야기.

이 책을 넘기기도 전에 바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아이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정말 온힘을 다해 그린거 같아요. 찬찬히 보고 또 볼게요.

정말요. 처음엔 그림에 혹 해서 바라보는데

자꾸 장면 장면의 글귀에 맘에 머무네요.

그리고 자꾸 내게 묻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함께 보라고 만든 책이래요.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 자코미누스 스탕 말로 루이스 갱스보루! 이제부터 간단히 줄여 자코미누스라고 부르기로 하죠.

유아차 속의 아가가 자코미누스일텐데 첫장면에서 솔직히 저 청색개에게 온통 시선을 뺏긴거 있죠?


이 부분 읽다가 생각해보니 사춘기 이후로 거울 앞에서면 항상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난 왜 나야?

난 왜 하필 나지?

나라서 다행인걸까?

내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코미누스의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맨처음 이야기했듯 그가 자신의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죠. 평범해보이는 토끼 자코미누스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보았을까요?


  종종 달나라 여행을 다녀오곤 했던 자코미누스는 작은 추락사고로 '한 쪽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좀 힘든 신세'가 되죠. 전 이런 표현들도 좋았어요. 장애를 갖게 되었다. 다리를 제대로 못쓰게 되었다 뭐 이런 편견 가득한 말만 떠오른데 말이죠.


"다리 좀 절뚝이면 어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자코미누스의 할머니의 말이 어떻게 그가 사랑을 듬뿍 받고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알게 해주죠. 이 할머니 넘나 멋져요. 두 나라 말을 할 줄 알고 수다스럽고 철학적인 할머니죠. 이후로 자코미누스는 자신의 불편한 다리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게 됩니다.

대신 자코미누스는 날마다 조금씩 배우며 자랐어요.

어쩌면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

듣고 보고 느끼는 법, 앞장서 이끄는 법, 먼 곳을 보는 법,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법,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위해 말하는 법. 참는 법. 선택하고 결정하는 법. 떠나는 법....아 정말 어려운 것들. 어쩌면 평생 배워도 모자랄 것들. 할머니의 명언은 이어집니다.


Just a world of pain, Sweety!

아가, 세상은 온통 고통이란다!

사랑하는 것을 갖지 못한다면 지금 네가 가진 것을 사랑해야 된단다!


자코미누스는 할머니를 닮고 싶었기에 친구와 노는 대신 영어책을 펼쳐듭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영어도 유창하게, 말도 멋지게, 모두를 웃게 ~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다 행복해지기를~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기를 바라죠.

그렇게 철학의 힘과 달을 여행한 힘으로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들을 익혔는데, 곧 미쳐버린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깁니다. 전쟁터로 떠나게 되는 것이죠.


문득 돌아보니

자코미누스가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을 만났네요.

이 장면에서 저 또한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나와 가장 비슷했던 이는 누구였을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는?

그저 좋기만 한 누군가는?

호감이 갔던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한 이는?

조심해야 했던 이는?

너무나 고마운 누군가는?

내 인생에서 남아있는 사람들,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렇다면 난 누군가의 인생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지? 지금 내 주변 이들에게 난 어떤 존재일까?

지금의 내 모습이 더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시간이 흐르고, 자코미누스는 삶이란 종종 심술궂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고 닮고파 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죠. 자코미누스의 인생에서 슬픈 일 목록 맨 위에 올라가게 된 그 날을, '할머니가 온 가족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묘지로 초대한 날'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 센스가 넘칩니다.

그 뒤, 치열하고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죠. 철학을 떠올리기엔 너무도 분주한 시간들. 밤에 꾸는 꿈이 유일한 현실의 도피처가 되는 일상.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말소리도, 늙었다며 영락없는 아빠라는 친구의 놀림도, 점점 화내는 모습이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아내의 말도...버럭하다...다시 서서히 원래의 훌륭한 모습을 찾게 됩니다.

보다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며 말이죠.


나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지. 내 삶은 소박했어.

평범한 삶이었지만 용감하고 만족스러운 일생이었지.

자기 일을 잘 해낸 작고 좋은 삶이었어.

나의 소박한 삶이여,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단다.


  이 장면에서 전 뭉클했어요.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정에. 스스로가 좋은 삶이었다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요?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는 자코미누스의 풍요로운 시간들을 엿보며

내 인생의 곳간엔 어떤 추억들이 쌓이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중 하나는 분명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나눈 수다들, 흔적들, 수많은 도전들이 아닐지요? 함께 넘기며 천천히 곱씹고 싶은 예술적인 장면들, 올해 초 아름다운 자코미누스를 만나 더 잘 살아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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