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미누스 :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
레베카 도트르메르 지음, 이경혜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야기.

이 책을 넘기기도 전에 바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아이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정말 온힘을 다해 그린거 같아요. 찬찬히 보고 또 볼게요.

정말요. 처음엔 그림에 혹 해서 바라보는데

자꾸 장면 장면의 글귀에 맘에 머무네요.

그리고 자꾸 내게 묻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함께 보라고 만든 책이래요.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 자코미누스 스탕 말로 루이스 갱스보루! 이제부터 간단히 줄여 자코미누스라고 부르기로 하죠.

유아차 속의 아가가 자코미누스일텐데 첫장면에서 솔직히 저 청색개에게 온통 시선을 뺏긴거 있죠?


이 부분 읽다가 생각해보니 사춘기 이후로 거울 앞에서면 항상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난 왜 나야?

난 왜 하필 나지?

나라서 다행인걸까?

내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코미누스의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맨처음 이야기했듯 그가 자신의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죠. 평범해보이는 토끼 자코미누스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보았을까요?


  종종 달나라 여행을 다녀오곤 했던 자코미누스는 작은 추락사고로 '한 쪽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좀 힘든 신세'가 되죠. 전 이런 표현들도 좋았어요. 장애를 갖게 되었다. 다리를 제대로 못쓰게 되었다 뭐 이런 편견 가득한 말만 떠오른데 말이죠.


"다리 좀 절뚝이면 어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자코미누스의 할머니의 말이 어떻게 그가 사랑을 듬뿍 받고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알게 해주죠. 이 할머니 넘나 멋져요. 두 나라 말을 할 줄 알고 수다스럽고 철학적인 할머니죠. 이후로 자코미누스는 자신의 불편한 다리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게 됩니다.

대신 자코미누스는 날마다 조금씩 배우며 자랐어요.

어쩌면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

듣고 보고 느끼는 법, 앞장서 이끄는 법, 먼 곳을 보는 법,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법,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위해 말하는 법. 참는 법. 선택하고 결정하는 법. 떠나는 법....아 정말 어려운 것들. 어쩌면 평생 배워도 모자랄 것들. 할머니의 명언은 이어집니다.


Just a world of pain, Sweety!

아가, 세상은 온통 고통이란다!

사랑하는 것을 갖지 못한다면 지금 네가 가진 것을 사랑해야 된단다!


자코미누스는 할머니를 닮고 싶었기에 친구와 노는 대신 영어책을 펼쳐듭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영어도 유창하게, 말도 멋지게, 모두를 웃게 ~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다 행복해지기를~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기를 바라죠.

그렇게 철학의 힘과 달을 여행한 힘으로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들을 익혔는데, 곧 미쳐버린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깁니다. 전쟁터로 떠나게 되는 것이죠.


문득 돌아보니

자코미누스가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을 만났네요.

이 장면에서 저 또한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나와 가장 비슷했던 이는 누구였을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는?

그저 좋기만 한 누군가는?

호감이 갔던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한 이는?

조심해야 했던 이는?

너무나 고마운 누군가는?

내 인생에서 남아있는 사람들,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렇다면 난 누군가의 인생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지? 지금 내 주변 이들에게 난 어떤 존재일까?

지금의 내 모습이 더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시간이 흐르고, 자코미누스는 삶이란 종종 심술궂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고 닮고파 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죠. 자코미누스의 인생에서 슬픈 일 목록 맨 위에 올라가게 된 그 날을, '할머니가 온 가족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묘지로 초대한 날'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 센스가 넘칩니다.

그 뒤, 치열하고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죠. 철학을 떠올리기엔 너무도 분주한 시간들. 밤에 꾸는 꿈이 유일한 현실의 도피처가 되는 일상.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말소리도, 늙었다며 영락없는 아빠라는 친구의 놀림도, 점점 화내는 모습이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아내의 말도...버럭하다...다시 서서히 원래의 훌륭한 모습을 찾게 됩니다.

보다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며 말이죠.


나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지. 내 삶은 소박했어.

평범한 삶이었지만 용감하고 만족스러운 일생이었지.

자기 일을 잘 해낸 작고 좋은 삶이었어.

나의 소박한 삶이여,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단다.


  이 장면에서 전 뭉클했어요.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정에. 스스로가 좋은 삶이었다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요?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는 자코미누스의 풍요로운 시간들을 엿보며

내 인생의 곳간엔 어떤 추억들이 쌓이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중 하나는 분명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나눈 수다들, 흔적들, 수많은 도전들이 아닐지요? 함께 넘기며 천천히 곱씹고 싶은 예술적인 장면들, 올해 초 아름다운 자코미누스를 만나 더 잘 살아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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