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집 -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인생그림책 30
김선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둔 가정이라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은 3월이 아닐까싶어요.

아이들 뿐 아니라 학교 다니는 어른?^^ 에게도 아직 새해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쓰던 물건을 정리하고, 나누고 그리고 다시 새로운 기대와 함께 채워넣는 2월에 반가운 책을 만났습니다.

아지자기하고 세심한 그림에 다정한 시선을 담뿍 담는 김선진 작가님의 그림책이라 기대하며 촤르르 넘겨보다~ 비로소 짐정리가 끝난 주말에 찬찬히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책꽂이 뒤로 여인으로 보이는 뒷모습이 보여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탁 보기에도 의도되고 정돈된 공간입니다. 벌써 액자를 걸고, 꽃화분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공간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일이죠.

뒷표지를 먼저 보니, 이야기의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집. 그리고 그 속을 거쳐간 사람들의 소중한 꿈 이야기. 꿈꾸는 사람은 오늘도 작은 집의 문을 활짝 연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책등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살짝쿵 튀어나온 요 고양이, 그림책 속에서는 어떻게 등장할 지 궁금하네요.

이야기는 실제로 작가님의 다섯 번 번째 작업실이었떤 오래된 작은 집의 이야기라합니다.

  지금 어떤 머무는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이 책에서 작은집에 머무는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정작 나는 이곳이 어떤 곳이었겠다 궁금해하지 않았구나. 새삼 왜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적당한 가격에 우리 가족이 사는데 불편함 없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때맞춰 장소를 구하기만 급급해서였을까요?

그런데 요즘 집을 정리하면서...실은 지금도 정리중인데...집은 정말 그 사람의 상태를 대변해주는구나. 내가 집의 일부인데 내가 쉴 곳이 없고 여유가 없음이 공간에서도 느껴지는구나를 많이 생각했었죠.


아까 표지에 등장한 의문의 여인도 뒷모습이더니, 작은 집의 첫 주인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유독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뒷모습을 먼저 만나는 이유는 아마 인물의 생김새보다 머무는 작은 집이라는 공간을 세심히 눈여겨 보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게다 포니라니~ 그림책의 장면을 따라가며 추억 여행을 하기도 하구요.

늦은 밤까지 일하며 아저씨가 꾸는 꿈은? 멋진 자동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일. 정말 옷만 걸어둘 용도로 보이는 간이옷장과, 누런 주전자, 라디오가 전부인 살림살이지만, 종일 차를 보며 고되게 일하면서도 자동차 꿈을 꾸는 아저씨 뒷모습이 제겐 행복하게 느껴져요.


그 다음은 사진관 아저씨! 역시 뒷모습이시네요^^ 제게 초원사진관은 8월의 크리스마스로 연결되는데, 그 시대에 초원 사진관이라는 이름 또한 흔하지 않았을까요. 저희 부모님 사진에서나 보던 배경으로 결혼 사진을 찍는 주인공들.. 필름 간판, 제단기

각종 증명사진, 가족사진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틈으로 아저씨의 꿈이 엿보입니다. 사진사 아저씨가 언젠가 꼭 찍고 싶은 한 곳. 아저씨는 그 곳에서 셔터를 누를 수 있었을까?


  같은 공간에도 주인이 달라지면 물건이 달라지고, 살림살이만 봐도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으니, 작가님 말대로 거주하는 사람도 집의 일부인거 같아요. 



책등의 고양이는 저 고양이일까요? 여러 주인이 있지만 전 할머니의 꿈과 안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3월 21일은 무슨 날이길래 저렇게 빨갛게 동그라미 쳐놓으셨을까. 화면조정시간에나 나오던 티비를 틀어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할머니 모습에서~ 꼭 주무실 때도 티비를 끄지 말라시던 할머니가 떠오르구요...무슨 소리라도 나야할 거 같은 공간에 방 한 구석의 약봉지도 걱정되고...

하지만 겨울에도 추운 고양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머무나봅니다. 흔히 말하는 그 고무 다라이? 고무통에 심은 나무가 시릴까봐 짚으로 둘러준 할머니의 세심함이 보여요. 할머니는 함께 머무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애뜻하게 가꾸시는구나 싶어 유독 할머니 장면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아이들과는 물건만 보여주고, 어떤 사람이 사는 공간일까? 하며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어요.


그리고 드디어 작가님! 아니 다섯 번째 주인이 카트를 밀며 들어옵니다. 애증의 카트..어라?! 근데 이 아가씨도 미싱이 있어요. 찻잔도 있고~ 서랍장에 어딘가 고급져 보이는 스탠드도 있고. 저 화분은 라벤더일까요? 암튼 단촐해 보여도 취향은 확실해 보이는 주인이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낡고 작은, 오래된 공간에 영감을 받아 탄생하는 작업들. 물감에, 연필깎이에~ 다섯번째 주인은 작가님을 모델로 했으니 아티스트?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이 책에서 만난 작은집의 주인공이 모두 보여요. 이들이 모두 한데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자의 꿈은 모두 이뤘을까요?

작은집에서 펼쳐지는 사연많은 꿈 이야기.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나의 취향과 바라는 바'를 담아 공들여 가꾸고 싶어지는 이야기 책.

일단 지금 제가 머무는 공간들을 더 비워야겠어요. 그래야 내가 바라는게 더 잘 나타날 테니까^^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의 선생님, 라일라 그리어 바람그림책 150
안드레아 비티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다리던 시리즈의 책이 나왔다. 이번엔 선생님이 주인공!

교사들이라면 3월 첫날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올해는 이걸 해봐야지. 작년엔 이래서 힘들었지. 첫날엔 어떻게 아이들을 만날까?'

각종 연수와 교육관련 서적이 쏟아지는 시기도 바로 3월인데,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을 많이 접해도,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후회와 자책만 남는 1년을 보내기 쉽다.    여전히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3월을 준비하는 시기에 만난 책, <올해의 선생님, 라일라 그리어>는 새학기를 준비하는 선생님들과, 선생님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표를 품고 태어난 아이. ? 모양 머리 모양을 숨겨도 보지만


'만약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은 멈추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서 외톨이를 자처하는 어린 라일라에게 담임 선생님은 '?'로 다가간다.

 선생님 좀 도와줄래?

만약에, 전혀 무섭지 않은 '만약에'도 있다면 어떨거 같아?

일단 시작해 봐.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이 장면에서 멈추고 생각해보니 '교사'란' ?'를 늘 마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다 때로는 라일라 선생님의 새 머리 스타일처럼 '.'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존재.

아주 심각하게, 정말로 지나치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다정한 시선으로 온마음을 내어줘야하는 존재.

책장을 덮으니 올해 어떻게 보내야할지! 만약에~ 시도들이 꿈틀댄다.

그리고 작고 어린 내게 따스한 곁을 내준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새학기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어린 딸에게도 소리내 읽어줘야겠다. 너와 함께 할 다정한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득할 교실을 꿈꾸며 말이다. 


*이 글은 초그신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 Dear 그림책
이지현 지음 / 사계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졸업/입학 시즌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꽃다발에 발걸음을 멈추고 꽃구경을 한참 할 때가 있어요. 요즘은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 뜨개 꽃다발도 있고,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캐릭터 인형이 든 꽃다발도 있고, 변함없이 아이들의 선택을 받는 킨더조이+ 사탕 꽃다발도 보이고~ 그중에서도 전 목화솜이 들어간 꽃다발들이 그렇게 예뻐보이더라구요.

이지현 작가님 이름을 보고 서평단에 무조건 응모했고~ 표지를 보자마자 예뻐보였습니다. 여리여리 섬세하게 그려진 목화꽃이 마냥 예뻐보였어요.

그런데 책소개와 북트레일러를 보면서....목화솜/요정/아동노동착취 등의 조합이 궁금했습니다.

나름 아동노동착취 문제 인식도 관심가지고 있고, 조금 더 비싸도 공정무역 바나나, 초콜릿을 구매하며~ 효리가 애용한다는 그 브랜드가 노동 여건 개선에도 도움 된다하니 걸쳐볼까~ 그래,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소비자야 라고 오만한 착각을 했던거죠.

정말 목화가 예뻐보이기만 했으니깐요.


왜 요정일까? 그러고보니 이야기 속의 요정들은 우리가 잠든 사이 뚝딱 뚝딱 잘도 만들어놓습니다. 옷도 만들어놓고

신발도 만들어 놓고~ 우리가 눈감고 있는 사이에 말이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고 섬세하게~

제대로 된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거의 공짜로 일해주다시피 하는 요정들.


이제야 보입니다.

아이를 업고, 어쩌면 어린 동생을 업고 일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상처 투성이의 손과, 지친 표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목화농장의 아동노동 실태를 고발하며, 하루 15,16시간을 일하면서 성인남자의 무게보다 더 많이 나가는 목화솜을 생산해야하는 아이들의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버리지도 못해 이고지고 사는 옷들, 사계절 내내 정리하다 지치곤 하는 옷가지를 쉬이 클릭 한 두번으로 사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좀 싸게, 빠르게 살 수 있을까. 메이드인 파키스탄, 인디아 이런 표시 보면서 차이나 보단 낫지 않아? 하던 제가 또한번 부끄러워집니다.

보지 못했던 것일까?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

버리지도 못해 이고지고 사는 옷들, 사계절 내내 정리하다 지치곤 하는 옷가지를 쉬이 클릭 한 두 번으로 사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좀 싸게, 빠르게 살 수 있을까. 메이드인 파키스탄, 인디아 이런 표시 보면서 차이나 보단 낫지 않아? 하던 제가 또 한번 부끄러워집니다.


날개를 떼자 더 훨훨 날아다니는 아이들.

아이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지우고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만드는 것은 결국 부당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쉬이 사는 저같이 무심한 소비자 탓이겠지요.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지 않나

어린이들이 어린이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는 것, 공정한 노동 여건이 준수되는 사회, 윤리적 소비, 환경 문제...., 거창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이런 주제들이 피해갈래도 피할 수 없는 주제임을, 무심한 손놀림 하나에 망가질 수 있는 미래임을 무겁게 깨닫는 책입니다. 코로나 이후 사실 아동노동착취는 더 심해졌는데 제대로 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고 하니~ 다국적기업감시센터의 리포트를 인용한 뒷표지의 글까지. 자세히 보라고 말하는 책.

  길고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장면 속에 숨은 진실을 만나보세요.


고용주들은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작은 손가락을 더 선호한다.

목소리가 없는 근로자들이다. 그래서 더 쉬운 표적이 된다.

    -다국적기업감시센터(SOMO)리포트, 가디언-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는 우주 사계절 아동문고 111
길상효 외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으로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미래지만, 감히 정복할 수 없는 것, 그건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까?

이번에 사계절에서 출간된 '나라는 우주'는 동화를 좋아하는 어린이, 어른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작가님들-길상효, 남유하,문이소, 오정연,이루카-의 단편모음집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여러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왠지 메세지는 이 제목으로 묶을 수 있다. '나'라는 '우주' 그 깊고 넓은 세계에 대하여^^

책이 도착했을 때 반짝 반짝 매끄러운 표지와 해랑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사춘기 딸아이의 취향저격이다. 엄마가 읽는 책은 시큰둥 하더니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책이야? 되게 예쁘다." 한다. 함께 보내주신 드로잉북도~ 딱 취향저격! 읽는 내내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느낌이 참 좋더라.

내가 좋아서/길상효

머리 위에 피울 꽃을 기다리는 아이들. 일러스트를 보면서 아하!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조언이, 어느 씨앗에서 어떤 꽃이 필지 모른다.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이런 말이었는데~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 에피소드. 근데 이야기 속의 메세지는 더 큰 울림을 주었다. 꼭 꽃을 피워야만 하는가? 이르게 화려한 꽃을 피운 경험이 있으나 더이상 새로운 꽃이 나지 않는 조이. 반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누가 어떤 꽃을 얼마나 화려하게 피울 것인가' 은근한 경쟁과 비교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꼭 봄꽃이어야만 할까'라고 스스로 의문을 던지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오른 줄기, 어디서부터가 올봄에 새로 자랐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연둣빛 여린 가지, 줄기를 감싼 비늘과 가지에 돋은 솜털, 돌려나고 어긋나고 마주 나고 뭉쳐 나는 저마다 다른 잎차례, 그 이파리마다 뻗은 잎맥,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조이는 머리 위에서 부지런히 자라고 움직이는 자신의 일부를 이제야 실감했다. 봄마다 꽃송이만 세어 본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이는 눈을 감고 살랑살랑 고개를 저어 보았다.

꼭 봄꽃이어야만 할까?"

내가 좋아서p.31

이모티콘 필터/남유하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전학온 뒤로 이모티콘 필터를 이용해 자신을 숨기게 된 유나. 그림 실력 만큼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자, 전학생보다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술대회에 둘이 함께 나가게 되고~ 서로 완성된 작품을 보며 진짜 '나'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

"같은 풍경, 닮은 얼굴, 다른 그림들…….우리의 외모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고 해도, 어쩌면 뇌의 생김새까지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당연하다. 나는 나일 뿐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그 애를 의식하고 비교했을까?"

이모티콘 필터 p.66

우울할 땐 모하나/문이소

개인적으로 여러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6학년이 되어 강제로 다니던 미술학원을 끊고 영수학원을 다니게 된 염소영. 어느날 소영 앞에 나타난 전학생 모하나는 신비한 능력자로 그림 스티커를 이용해 우울을 다스리는 우울력자. 전학생의 능력을 빌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방법을 궁리하던 소영은 결국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난 그림 그리는 게 좋다. 미술 학원에 계속 다니고 싶은 것도,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 그림이 좋다."

우울할 땐 모하나 p.91

최고의 언니/오정연

초능력 일꾼을 키우는 학교에서 최고의 아날로그 능력자 추새봄, 버팀돌 선배로서 타고난 디지털 능력자 한가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우리는 조금씩 음정을 틀리기도 했고 박자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니까. 즐겁게 부르는 한 모든 노래는 최고다. 중요한 건 함께 노래하는 과정이고 시간이다. "

최고의 언니 p.143

소리는 메아리/이루카

신기한 돌을 찾아 모으는 소리. 그리고 돌을 수집하다 만난 메아리. 메아리는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고민을 해결해주는 스마트 해결사였는데~

"좋아하는 마음이란 원래 좋기도 괴롭기도 한 것이었다. 누군가 와 함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만나서 같이 걸어갈 수도 있고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서로 부딪힐 수도 있고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탓은 아니었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좋아하는 길로 계속 걸어갈 뿐인 것이다.

내가 가진 좋아하는 마음이 오늘 움직이는 방향은 어디일까?"

소리는 메아리 p.170

순식간에 읽어나간 다섯 편의 단편에서 요즘 내가 사춘기 딸과 부딪히며 만나는 여러 고민들을 만났다.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맨날 나오는~

"다른 아이들은 이런걸 하는데, 저런 걸 하는데~~~" 비교하는 말.

"너 도대체 잘 할 수 있는게 뭐있어? 지금 잘하고 있는게 뭐가 있니?" 아이의 의지를 깎아버리는 말.

아이가 도무지 내 마음을 반에 반도 못알아주는 거 같다. 어쩜 저렇게 아무 생각없을까 탓하고 원망하고 결국 말로 상처주었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좋아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을까? 아니 옆에서 지켜봐 주었을까?

우리 아이가 가진 씨앗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요즘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으면서

남들 다 하니까. 아니 해야 한다니까 늘 늦다고, 부족하다고 채근했던 요즘의 '나'가 떠오르면서

뭐든 순탄하게 그냥 절로 큰 것 같은 내게도 무엇을 좋아하고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나 더듬어 본다.

사실, 불혹이 넘는 나이에도 '나'라는 존재는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는걸.

오늘은 할일 했냐 안했냐로 아이와 다투기 전에~

슬며시 이 책을 권해봐야겠다.

너와 내가 만나는 우주도~ 꼭 우주전쟁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

*사춘기 딸과 함께 읽고 싶은 고운 책^^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나라는우주#길상효#남유하#문이소#오정연#이루카#해랑_그림#사계절#사계절아동문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 아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9
손서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의 뜨거운 햇살을 기억한다. 낮엔 숨막힐 듯이 쪼아대던 볕. 그늘만 들어가면 또 살만하네, 여기가 천국이네 하며 마주하던 그림 같은 광경들. 느즈막하게 아침을 먹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꼭 중간에 숙소에서 한잠 자고 나왔던 기억. 밤엔 언제 그랬냐는 듯히 선선한 바람과 함께 유럽 각지에서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넘쳐나던 섬의 열기. 누구나 한 번 쯤 머물고픈 이 곳이,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시리아에서 건너온 소년, 마이크는 크레타 섬에 안정적으로 살 기회를 찾아 왔다. 이 책에서 그가 만나는 관광객의 반응처럼 나 또한, '시리아'하면 내전, 난민, 그리고 언제 바다로 빠질 지 모르는 보트를 타고 위태롭게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모습들만 떠올랐다. 마이크가 여기서 바란 것은 오직 한 자리! 호텔 웨이팅 스태프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음식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그는, 관광객들을 찾아다니며 호객행위에 나선다. 남다른 관찰력과 친절함으로 관광객에게 접근해 음식점, 수영복 가게 등으로 인도해 보고, 비지니스의 꿈도 키워보지만...... 타지에서의 삶은. 특히 난민 신분으로서 타지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 하나뿐인 긴 바지를 드라이어로 급히 말리면서도 비지니스의 기본은 단정함이라는 철칙을 세우는 마이크. 그가 한 때 예뻤던 엠마를 만나면서 기이한 일들이 생기게 된다.

엠마는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를 잃고, 한때는 예뻤던 몸과 얼굴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아이였다. 하지만 10대가 되어 뚱뚱해지기 시작하자, 어울리던 친구들,아버지, 새어머니에게도 버림받은 기억을 안고 있다. 그녀에게 '뚱뚱함'이 정말 문제였을까? 혼자 남은 엠마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소년, 마이크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오지만 다른 손님에 밀려 여전히 외면받는 현실에 자신을 유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유령은 누구일까?

마이크는 남았다.

마이크는 있어도 되거나, 나가야 하거나 하는 식으로 호명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마이크는 유령아이였다.

부겐베리아에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유령.

p.60


남의 나라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아 산다는 건

마이크가 보기엔 판타지였다.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 버티는 것.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p.103


  마이크가 아이들과 함께 여행온 카티야라는 여성의 가족을 만나, 그가 하는 호객행위가 노동력 착취라며 제대로 살고 싶지 않냐는 말이 그의 맘 속에 걸린다. 남들처럼 학교도 가고, 주말도 즐기는 삶. 그걸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니까. 바뀌지 않는 것, 안 되는 것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마이크가제대로 살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이 대목에서 우리가 불우한(? )이웃이라는 범주에 그들을 가두고 단순히 불쌍히 여기고 잠깐의 관심으로 선행을 베풀며 전시하는 것. 그것으로 우쭐해져 역시 살만한 세상이야 하고 단정지었던 순간, 누군가는 또 한 번 좌절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민들의 국적획득은 커녕 임시 거주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종교며 정치적 상황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우리가 사는 영역에 발딛지 못하게 하는 현실도.

유난히 되는 일 없이 공치는 날, 그는 엠마를 다시 만나 호텔로 초대를 받는데, 그가 기대했던 따스한 차 한 잔 대신 돌아온 것은 폭력과 폭언. 나라도 없고 부모도 없고 집도 없는게... 그렇다. 마이크는 꿈도 있고 계획도 있고 미래도 있고 성실하게 일할 손과 다리도 있고~ 최악의 상황을 맞아 삶의 끝자락까지 바란다는 이들보다 자신이 크게 기울지 않는다고 저항해 봤자. '제 나라가 없는 거'. 문제는 언제나 거기서 벌어졌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그어진 선. 그가 유령처럼 맴돌 수 밖에 없는 이유. 정규직으로 채용되려면 잘 보여도 모자랄 마당에, 새로 온다는 사장 눈에 띄면 안되는 이유. 여기저기 차이다가 공처럼 사라져야 했던 이유.

도움이 필요하다고 살려 달라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야만 알아들어.

상대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

그걸 우린 모두 잃고 말았어.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자질 하나씩은 가지고 살았어야 하는거 아닐까.


  마이크에게 주방의 빵 한 조각이라도 챙겨줬던 마리아 아줌마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대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제도와 관심.

미래인의 청소년 소설들은 지금껏 내가 취향껏 골라온 청소년 소설과는 뭔가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미래인 서포터즈를 하며 만난 이번 책도 '난민'소재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개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뒤집히는 상황에서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요청하지 못하는 현실. 죽기살기로 뛰쳐나온 곳에서도 유령처럼 맴돌 수 밖에 없는 마이크의 처지에서. 그가 만나는 관광객들의 바닥과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그의 현실이 마주하는 구성도 흥미로웠다.

  인터넷 검색으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음식점의 이름인 꽃,부겐베리아를 찾아보았다. 부겐베리아 나무는 여름에 꽃을 피우고 흐드러진 분홍색 꽃도 화려하고 볼 만 하지만 무엇보다 넝쿨진 그늘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이 딱 그리스의 푸른 바다와 쨍한 볕 아래 어울린다. 완전한 햇빛이 필요하고 추위에 약하다는 이 꽃이 나무에 달렸을 땐 아름다운 꽃. 떨어지면 쓰레기나 진배없다는 마지막 장면, 마리아 아주머니의 말에서 나무에 꽃이 매달려 있다는 것. 

  이 추운 겨울에 '그저 버티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인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글은 미래인 써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