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우주 사계절 아동문고 111
길상효 외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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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미래지만, 감히 정복할 수 없는 것, 그건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까?

이번에 사계절에서 출간된 '나라는 우주'는 동화를 좋아하는 어린이, 어른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작가님들-길상효, 남유하,문이소, 오정연,이루카-의 단편모음집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여러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왠지 메세지는 이 제목으로 묶을 수 있다. '나'라는 '우주' 그 깊고 넓은 세계에 대하여^^

책이 도착했을 때 반짝 반짝 매끄러운 표지와 해랑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사춘기 딸아이의 취향저격이다. 엄마가 읽는 책은 시큰둥 하더니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책이야? 되게 예쁘다." 한다. 함께 보내주신 드로잉북도~ 딱 취향저격! 읽는 내내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느낌이 참 좋더라.

내가 좋아서/길상효

머리 위에 피울 꽃을 기다리는 아이들. 일러스트를 보면서 아하!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조언이, 어느 씨앗에서 어떤 꽃이 필지 모른다.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이런 말이었는데~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 에피소드. 근데 이야기 속의 메세지는 더 큰 울림을 주었다. 꼭 꽃을 피워야만 하는가? 이르게 화려한 꽃을 피운 경험이 있으나 더이상 새로운 꽃이 나지 않는 조이. 반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누가 어떤 꽃을 얼마나 화려하게 피울 것인가' 은근한 경쟁과 비교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꼭 봄꽃이어야만 할까'라고 스스로 의문을 던지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오른 줄기, 어디서부터가 올봄에 새로 자랐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연둣빛 여린 가지, 줄기를 감싼 비늘과 가지에 돋은 솜털, 돌려나고 어긋나고 마주 나고 뭉쳐 나는 저마다 다른 잎차례, 그 이파리마다 뻗은 잎맥,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조이는 머리 위에서 부지런히 자라고 움직이는 자신의 일부를 이제야 실감했다. 봄마다 꽃송이만 세어 본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이는 눈을 감고 살랑살랑 고개를 저어 보았다.

꼭 봄꽃이어야만 할까?"

내가 좋아서p.31

이모티콘 필터/남유하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전학온 뒤로 이모티콘 필터를 이용해 자신을 숨기게 된 유나. 그림 실력 만큼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자, 전학생보다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술대회에 둘이 함께 나가게 되고~ 서로 완성된 작품을 보며 진짜 '나'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

"같은 풍경, 닮은 얼굴, 다른 그림들…….우리의 외모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고 해도, 어쩌면 뇌의 생김새까지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당연하다. 나는 나일 뿐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그 애를 의식하고 비교했을까?"

이모티콘 필터 p.66

우울할 땐 모하나/문이소

개인적으로 여러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6학년이 되어 강제로 다니던 미술학원을 끊고 영수학원을 다니게 된 염소영. 어느날 소영 앞에 나타난 전학생 모하나는 신비한 능력자로 그림 스티커를 이용해 우울을 다스리는 우울력자. 전학생의 능력을 빌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방법을 궁리하던 소영은 결국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난 그림 그리는 게 좋다. 미술 학원에 계속 다니고 싶은 것도,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 그림이 좋다."

우울할 땐 모하나 p.91

최고의 언니/오정연

초능력 일꾼을 키우는 학교에서 최고의 아날로그 능력자 추새봄, 버팀돌 선배로서 타고난 디지털 능력자 한가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우리는 조금씩 음정을 틀리기도 했고 박자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니까. 즐겁게 부르는 한 모든 노래는 최고다. 중요한 건 함께 노래하는 과정이고 시간이다. "

최고의 언니 p.143

소리는 메아리/이루카

신기한 돌을 찾아 모으는 소리. 그리고 돌을 수집하다 만난 메아리. 메아리는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고민을 해결해주는 스마트 해결사였는데~

"좋아하는 마음이란 원래 좋기도 괴롭기도 한 것이었다. 누군가 와 함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만나서 같이 걸어갈 수도 있고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서로 부딪힐 수도 있고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탓은 아니었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좋아하는 길로 계속 걸어갈 뿐인 것이다.

내가 가진 좋아하는 마음이 오늘 움직이는 방향은 어디일까?"

소리는 메아리 p.170

순식간에 읽어나간 다섯 편의 단편에서 요즘 내가 사춘기 딸과 부딪히며 만나는 여러 고민들을 만났다.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맨날 나오는~

"다른 아이들은 이런걸 하는데, 저런 걸 하는데~~~" 비교하는 말.

"너 도대체 잘 할 수 있는게 뭐있어? 지금 잘하고 있는게 뭐가 있니?" 아이의 의지를 깎아버리는 말.

아이가 도무지 내 마음을 반에 반도 못알아주는 거 같다. 어쩜 저렇게 아무 생각없을까 탓하고 원망하고 결국 말로 상처주었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좋아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을까? 아니 옆에서 지켜봐 주었을까?

우리 아이가 가진 씨앗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요즘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으면서

남들 다 하니까. 아니 해야 한다니까 늘 늦다고, 부족하다고 채근했던 요즘의 '나'가 떠오르면서

뭐든 순탄하게 그냥 절로 큰 것 같은 내게도 무엇을 좋아하고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나 더듬어 본다.

사실, 불혹이 넘는 나이에도 '나'라는 존재는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는걸.

오늘은 할일 했냐 안했냐로 아이와 다투기 전에~

슬며시 이 책을 권해봐야겠다.

너와 내가 만나는 우주도~ 꼭 우주전쟁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

*사춘기 딸과 함께 읽고 싶은 고운 책^^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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