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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삽화도 잘 그리지만
글은 또 얼마나 잘 쓰는지
제주 촌놈이 서울에서 장가들고 거기서 직장 다니고 아이들을 길렀다. 20여년 세월을 그렇게 서울에서 보냈다. 게다가 건축잡지 기자로 일했으니 서울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할만하다. 그런데 이 책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보고서는 꼬랑지 내리고 말았다.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올레 17코스를 걷다가 들어간 카페 닐모리동동에서였다. 카페 손님들을 위한 책꽃이에서 이 책을 찾아낸 초등학생 아들이 먼저 급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빠! 이 책 좀 봐바.", " 뭔데?", 아들 손에서 책을 나꿔챈 나는 한참을 책 속에 빠져들어갔다. 책 속에 그려진 시간들은 그 서울의 시간들은 결국 나의 시간들이었다. 나는 지금 홀로 제주에 산다. 겨우 육개월째이지만 그래도 더더욱 내가 보낸 서울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아들은 이 책 서평이 완료되면 빨리 책을 보내 달란다. 아들에게도 서평을 써보라고 해야겠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일러스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서울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백년의 적층을 들춰내다보면 또 나오고 또 나올 것이다. 해외 도서들 중에 이런 류의 책들을 간혹 본적이 있다. 파리나 뉴욕의 뒷골목 스케치와 함께 소소한 단상의 글들이 들어 있는;;;. 그런데 그런 책들에 대한 부러움을 이 책이 일거에 날려버렸다. 게다가 그 풍부한 삽화라니;;;; 도대체 신은 왜 이리 불공평한거람? 이 사람. 삽화도 잘 그리지만 글은 또 얼마나 잘 쓰는지 몰라;;; 처음엔 그저 네이버백과에나 나온 글이려니 하고 들여다 보는데 하나하나 자신의 눈으로 보고, 손과 발로 만져보고 걸어본 이야기들로 채워 넣은 것이 아닌가;; 정말 불공평해;;;; 집요함까지 주시다니;; 헐헐;;;;
요즘 블로거들은 카메라 찍기가 대세다. 그래서 다들 웬만하면 데세랄(DSLR)을 들고 다닌다. 파워 블로거들 중에는 그동안 찍고 쓴 단상들을 모아 책 한 권 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또 하나의 유행이 있다. 10년도 더 전에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목터지게 외쳤었지만 찻잔의 태풍으로 끝나버린 그 구호가 이제는 우후죽순처럼 서점가의 진열대를 장악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현상이 너무나 반갑다. 주커버그가 모든 사람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꿈꾸던 그 상상력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듯이 재기발랄한 이런 작가들이 계속 등장해 그 충만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눈을 그리고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니 말이다. 가히 이제 세상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시와 골목, 최신식 건물들과 유적과 심지어 유물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이 책과 카메라를 들고 작가가 걸은 길을 따라가 보고 그가 그린 스케치와 동일한 앵글을 찾아내서 찍어보라. 어차피 당신은 이 작가만큼의 스케치 실력은 없을테니까;;;;(앗 아니라구요? 죄송;;;) 그리고 작가가 찾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지 그것도 탐색해 보라. 이제 블로그 쓰기 창을 열어 몇번 정리해 가다보면 당신의 표현력이 갑자기 쑥쑥 자라난 것을 느낄 것이다. 당신의 안목이 더 성장했음을 미리 축하하고, 그 감사는 저자 이장희에게 돌려라. 그의 다음번 도전이 자못 궁금해 진다.
흠 잡을데 없는 이 책에서 딱 한가지 굳이 대라면;;; 글이 조금 독백조다;;; 그래선지 너무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이다. 다음번에는 좀 통통 튀는 그의 글 맛을 기대해본다. 왁자지껄 따라다니는 탐방객들 앞에 서서 마이크 잡고 웃겨주고 울려주는 그런 목소리를 담은 글이라면 어떨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