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으면,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 P290
"놀이 시간에 가는 거야. 거기서 노는 법을 배워" "그게 뭔데?"파올로가 설명했다. "오늘은 펀치 카드 놀이를 해. 아주 유익한 놀이야.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 - P292
카시오페이아가 버둥거렸다. 모모는 거북을 바라보았다. 거북등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넌 지금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 P337
이 재회의 기쁨을 묘사할 말은 아마 이 세상에는 없으리라. 두사람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끝없이 횡설수설을 늘어 놓았다. 기쁨에 취한 사람들이 그러듯 온통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 P359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무슨 일을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 것이다. - P360
"좋아. 갈게. 하지만 좀 빨리 가게 널 안고 가면 안 될까?"모모는 카시오페이아의 등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었다."미안하지만 안 돼.""왜 꼭 네가 직접 기어가려고 하는 거니?"이 물음에 거북은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했다."길은 내 안에 있어." - P314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야." - P317
"보다시피 나는 이 꼴이 되었단다. 아무리 원해도 다시 돌아갈수가 없어. 난 끝장이 났어. 기기는 기기인 거야! 모모, 이 말 생각나니? 하지만 기기는 기기로 남아 있지 못했단다. 모모, 얘기하나 해줄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건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적어도 나처럼 되면 그렇지. 나는 더 이상 꿈꿀 게 없거든. 아마너희들한테서도 다시는 꿈꾸는 걸 배울 수 없을 거야. 난 이 세상 모든 것에 신물이 났어." - P281
"지금 내가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사는 것뿐일 거야. 아마 남은 여생 동안 그래야겠지.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다시 나를 잊어 버리고, 그래서 내가 다시 이름 없는 가난한 놈이 될 때까지는 그래야 할 거야. 하지만 꿈도 없이 가난하다는 것.... 아니, 모모, 그건 지옥이야. 그래서 나는 차라리 지금 그대로 머물고 있는 거야. 이것 역시 지옥이지만, 적어도 편안한 지옥이거든………. 아,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물론 너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거다." - P282
기기는 다시 기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 P283
사실 진정한 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한 외로움은 실상 설명이 불가능한 법이다. - P291
요 며칠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이야기가 계속 들린다. 늑구는 사람 손을 타서 사냥할 줄도 모르는, 개와 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늑대다. 뉴스 속 늑구는 자그마한 몸에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뽀롱이'를 떠올렸다. 『퓨마의 오랜 밤』은 바로 그 뽀롱이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책이다.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야행성인 퓨마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주행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속 퓨랑이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철창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 열려진 문으로 잠깐 바깥세상에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인간의 공포는 퓨랑이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억새가 "여기는 네 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동물원에서만 살아온 퓨랑이에게 '집'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 없는 퓨랑이가 느꼈을 그 밤을 생각하면 답답함이 밀려왔다.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동물원은, 결국 동물의 본능을 제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냥을 잊은 늑구, 달리지 못한 퓨랑이. 이들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인간은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길들이고, 낯선 존재가 되면 제거하는 것이 과연 보호인지 묻고 싶어졌다.늑구가 이번에는 뽀롱이와 다른 결말을 맞이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