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P385

그는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 책은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 P389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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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 P250

 순간적으로 그는 창가에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몸에서 자신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그러니까 그 하얗기만 한 풍경과 나무들과 높은 기둥들과 밤과 저멀리의 별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작고 멀어 보였다. 마치 그것들이 무(無)를 향해 점차 졸아들고 있는 것 같았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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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인간의 아이들이다. 나한테 매달려서 자기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제 아버지들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지. 사내아이는 ‘무지‘ 이고 계집아이는 ‘궁핍‘이니라. 이 두 가지를 경계하도록 하라. 이와 유사한 모든 것들을 경계하도록 하라. 하지만 사내아이의 이마 위에 새겨진 글씨가 지워지지 않는 한 무엇보다도 사내아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 아이의 이마 위에 ‘파멸‘이라고 쓰인 것이 내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무지를 물리치도록 해라!"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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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주인공은 누구인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어디인지, 주인공에게 닥친 중요한 사건이 무엇인지,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 네 가지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이야기책을쉽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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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를 잘라낸 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온다. 이처럼 왕성한 시기에 병들어 상처입은 영혼 또한 꿈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마치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어 끊어진 생명의 끈을 다시금 이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 P187

엠마가 말했다. 「너무 무리하진 맙시다」 그러고는 한스에게 방금 마시고 남은, 과즙이 반쯤 담긴 잔을 건네주었다.
이 한 모금이 그에게는 앞서 마셨던 과즙보다 더 진하면서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한스는 잔에 든 과즙을 다 마시고 나서도 더 마시고 싶다는 듯이 빈 잔을 들여다보았다. 왜 심장의 고동이 심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206

하지만 그의 쾌락은 참신한 사랑의 힘, 그리고 생동감이 넘치는 생명에 대한 최초의 예감을 의미했다. 그의 고통은 아침의 평화가 깨어지고, 자신의 영혼이 두 번 다시 찾지못할 어린 시절의 세계를 이미 떠나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난파를 간신히 벗어난 한스의 가벼운 조각배는 이제 새로운 폭풍과 입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는 심연, 그리고 극도로 위험한 암초에 점점 가까이 빠져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올바른 지도를 받아온 젊은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안내자의 도움 없이 자기 자신의 힘으로 여기서 벗어날 수있는 구원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 P212

모든 것이 이상하게도 다르게 변해 있었다.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 P213

이제 한스가 작업장으로 들어가야 할 금요일이 다가왔다. 아버지는 한스에게 아마포(亞麻布)로 만든 푸른 작업복과 반모직(半)의 푸른 모자를 사주었다. 한스는 한 번 입어보았지만, 대장장이의 작업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학교며 교장 선생이나 수학 선생의 사택, 플라이크 아저씨의 일터, 혹은 목사관을 지날 때에 무척이나 비참한 느낌이 들 것만 같았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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