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이야기가 계속 들린다. 늑구는 사람 손을 타서 사냥할 줄도 모르는, 개와 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늑대다. 뉴스 속 늑구는 자그마한 몸에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뽀롱이'를 떠올렸다. 『퓨마의 오랜 밤』은 바로 그 뽀롱이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책이다.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야행성인 퓨마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주행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속 퓨랑이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철창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 열려진 문으로 잠깐 바깥세상에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인간의 공포는 퓨랑이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억새가 "여기는 네 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동물원에서만 살아온 퓨랑이에게 '집'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 없는 퓨랑이가 느꼈을 그 밤을 생각하면 답답함이 밀려왔다.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동물원은, 결국 동물의 본능을 제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냥을 잊은 늑구, 달리지 못한 퓨랑이. 이들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인간은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길들이고, 낯선 존재가 되면 제거하는 것이 과연 보호인지 묻고 싶어졌다.늑구가 이번에는 뽀롱이와 다른 결말을 맞이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