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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누군가 잘못 썼으면 인상이 찌푸려지는 신파가 됐을 내용인데, 픅 빠져들어 버렸고 소설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내의 병을 고치지 못해 떠나보낸 죄책감을 기하의 아토피를 고치려는 노력으로 씻어내려 한다.
받아줄 사람이 곁에 없는 부채감이 제3자를 향해 헌신하려는 마음으로 전향되는 건 참으로 바람직한 호의이다.
결핍되지 않았으면 소중한 것을 모른다. 기하에겐 당연한 아버지의 행동이 재하에겐 특별했고 그게 더 핏줄을 뛰어넘어 친자식보다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기하의 아버지는 재하에게 줄 수 있는 게 많았지만 재하의 엄마는 기하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죄스러움을 안고 기하에게 잘 보이려는 새엄마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결국엔 서로 인연을 아름답게 매듭짓지 못하고 헤어져 아쉬움만 남아놓고도, 잘 풀린 것도 없이 다시 재회한 기하와 재하를 보고 진심을 터놓지 못한 그들의 미련스러움이 답답하면서도 이해되는 것이 먹먹했다.
성해나 작가는 기쎈 여자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소설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모노 읽고난 후보다 더 작가를 열심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도 얼라 때 엄마가 돌아가셔가니 맘 안다. 엄마가 땋아준 머리를 하고 학교에 오는 애들이 제일 부러웠다고, 엄마와 장을 보거나 다투고 화해하는 경험 을 꼭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그녀는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사랑받지 못해 그카나, 주는 것도 이래 어렵다. - P15
어머니는 밑천 없이 새아버지와 합가한 것을 두고두고 죄스러워했고, 새아버지나 기하 형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 못 박곤 했습니다. 어렸지만 저도 어느 정도는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하 형이 보호자로 매주 병원에 동 행하는 것이나 새아버지가 대주는 병원비가 일종의 채무와 같다는 것을요. 혈육 사이라면 자연스러울 어떤 책 임이나 보살핌이 저와 그들 사이에선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요. - P24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 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 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P25
배척과 질투는 이미 옅어질 대로 열어졌고, 묵은 감정들이 사라진 자리에 희미한 부채감만 남아 있었다. - P39
서로 참고 살아가는 거지, 왜 그렇게 이기려드냐.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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