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쏟아내는 하소연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무무 씨가 어떤 사람은 선택하지 않아도 가난해요, 라고 말한 건 내 울음이 잦아들 무렵이었다. 나처럼요. - P34
가난이든 장애든, 혹은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사고마저도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무능이거나 불운일 뿐이라는 세상의 신념-그런 것도 신념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라고 그는 덧붙였다 은 너무도 견고했고 동 준은 그 신념 아닌 신념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그의 패배는 딛고 일어나야 하는 시련도 될 수 없었다. 시련 끝에서 다시 싸움을 시작한대도 애초에 싸울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동준은 구체적인 사람과는 싸울 의향이 없었던 것이다. - P26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돌진하는 불안의 다발이라는 생각에 갇힌 채 시작되면 하루하루••••• - P15
나는 그저 내 쓸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솔직히 고맙기도 했다. 그건, 위축된 마음을 움직 이게 하는 물리적인 고마움에 가까웠다 - P13
끝없이, 끝없이. 애초에 내게는 동준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 를 하며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의 내게 동준은 양심과 평화, 정의의 대리자가 아니라 부모에게서 꾸준히 생활비 를 조달받는 운 좋은 놈에 지나지 않았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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