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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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들의 고민들.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글을 쓰는 일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마냥 술술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까.

오로지 고인이 된 의사를 추도하려는 목적으로 소환되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관심 또 한 잃지 않는 자아_바로 여기가 기발한 지점이었다. - P8

작가의 민낯이라는 원료로 만들어지는 서술자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 P8

사회적 책임과 예술적 책임을 혼동하여 예술적 진리를 저항과 정치적 선전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 - P9

복잡한 감정. 먼저, 그런 감정이 있음을 이해한다. 다음엔, 그 감정을 시인한다. 그리고 이를 통로 삼아 경험으 로 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이 곧 경험임을 깨닫는다. 이제 그는 쓰기 시작한다. - P9

출세욕의 병적인 성질 - P12

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조의 목소리를 찾아야 했다. 징징거리고, 짜증스럽고, 닦아세우는 목소리로는, 특히 닦아세우는 평소의 목소리로는 부족할 터였다. 그리고 문장 구조의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일 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장 파편적이고, 불쑥 끼어들고, 뒤엎는 문장 역시 먹히지 않을 테니 바꾸고, 조절하 고, 억눌러야 했다. 그러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이야기가 숨통을 열고 스스로 나아가게 하려면 이 사람들과 사건들에서 멀찍이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간단히 말해, 내 이야기에 더 자유로운 연상을 허용 해줄 유용한 관점이 필요했다.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놓쳤던 점은,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닌 서술자에게서 만 이런 관점이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 P16

독자들은 유기적인 완전체로서의 서술자를 믿음직하게 여긴다. 우리와 여정을 함께하고, 글을 완성시키고, 우 리의 시야를 전보다 넓혀주리라 믿을 수 있는 서술자. - P17

작가가한 조각의 경험을 구조화하기 위해 자신의 불안하고 지루한 자아에서 뽑아내는 서술자 - P18

이 글들은 에세이와 가장 깊은 차원의 관계를 맺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에세이라는 형식 자체 덕분에 작가의 깊숙한 내면으로 과감히 파고들었다. 이 글들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설명을 이어가거나, 사유와는 무관한 이 미지들을 전개하거나, 서정적인 사색에 빠지거나 하며 지면 위를 방황하지 않는다. - P20

인생이란 ..... 점들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흐름이다 - P21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든 일을 떠맡는다. 누군가는 작가의 의향을, 누군가는 반대편의 생각을 전한다.
즉 누군가는 자아의 생각을, 누군가는 대치하는 타자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들 모두에게 발언권을 줌으로써 작가는 역동성을 얻는다. 논픽션 작가는 협업할 사람이 오로지 자기밖에 없다. 그러므로 작가가 움직임을 만 들어내고 역동성을 얻기 위해 찾고 구해야 할 것은 자기 안의 타자이다. 결국, 서술자가 고백이 아닌 이런 종 류의 자기 연구, 즉 움직임과 목적과 극적 긴장을 안겨줄 자기 연구에 몰두할 때 비로소 작품이 구축된다. 여 기서 필요한 요소는 적나라한 자기 폭로이다. 자신이 상황에 일조한 부분 즉 자신의 두려움이나 비겁함이나 자기기만_을 이해해야 역동성이 만들어진다. - P22

이 에세이는 한 작가가자신의 지혜를 전하기 위해 위기감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의미와 가치가 있다. 크루스는 서서히 인생에서도 그랬듯-그 지혜에 닿을 수 있었다. 에세이를 거울삼아, 인정하기 두렵고 창피한 일을 마주하는 어려움을 비춤으로써 서서히 더 깊은 통찰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니까, 누구나 자기 이 해에 도달하기를 꺼린다는 진실 말이다. - P28

미혼이었을 때 나는 결혼을 익사와 동의어로 생각했다. 내 정체성이 사라지고, 사생활을 침범당하고, 내 자야 는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리라 생각했다. 결혼 후 내 생각이 옳았음을 알았다. 내가 물속에서도 이렇게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걸 미처 몰랐을 뿐. - P40

우리는 결혼 생활을 더 좋게 만들 수 없고, 그저 극복해낸다. - P40

원하는 것을 위해 옳지 못한 일을 하기로 동의하는 것을 파우스트적 거래라고 한다 - P68

일생의 막바지에 이르면 자기 자신보다 남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법은 터득하지만, 외로움에 맞서 싸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지켜보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카드를 섞거나 개 를 돌보며 자신을 회피한다. - P76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 리처드 파워스Richard Powers, 돈 드릴로Don DeLillo 같은 동시대 소설 가들이 언어에 도취하여 원대하게 수행하고 있는 신화적 추상화 작업으로부터 문학이 허용하는 한 멀찍이 떨 어진 채 서술하는 자아로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비평가들은 우리의 유일무이한 삶을 느끼게 하는 힘, 요즘 소설가들은 거의 가지지 못한 이런 힘이 회고록 작가 진실을 말하는 논픽션 서술자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회고록 작가들은 우리 모두가 처한 상황으로 들어와, 우 리가 지금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P84

여느 평범한 독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작품에 접근하는 것은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왜 쓰고 있느냐를 아 는 일이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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