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케이크의 맛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혜진 지음, 박혜진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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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글이 써지지않는다고 투덜거리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 다. 지금 네 나이에 어떻게 글이 잘 써지겠느냐고, 나이가 더 들어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어떤 경험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여겼다. 너는 아직 숙련공이 아 니므로 요렁과 노하우를 더 쌓아야 한다는 흔하고 뻔한, 그 래서 다소 맥 빠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더 흐른 뒤 나는 그 말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단순히 실력을 쌓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 간을 감각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 P7

십 년은 긴 시간일까.
수지는 역사 앞에서 미란을 배웅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십 년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P103

희나는 무심하게 대꾸했지만 마음속에서 뿌옇게 자리 잡고 있던 뭔가가 깨끗하게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 간, 어느 때보다 수연의 마음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였다.
자신이 그런 것처럼 수연 안에도 꺼내지 않았던 수많은 말 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그런 말들이란 기다리면 어느새 또 저절로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그 기다림 덕분에 관계가 이 렇게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였다. - P128

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지킬 수 있었던 것,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잃지 않았던 모든 것.
케이크의 맛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응축시켜놓은 것처
럼 아주 진하고 깊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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