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8
강화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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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집단 내에서도 비교와 차별이 존재한다. 항상 동생한테 지고 살았던, 엄마에게 늘 비교 대상이고 무시를 당했던 지수가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운동을 시작해 ‘자극점’을 깨닫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건 지수뿐이 아니다. 지수의 아빠는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고모부에게 무시를 당하고 할머니도 그 둘을 비교하며 고모부의 행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차별과 억압은 가정에서 제일 만연하게 이루어진다.
운동으로 동기를 찾았다는 부분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평생 운동에는 소질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취미를 찾으며 인생의 관점이 달라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한 것 같다. 누구든 자신과 확신을 찾아내는 일은 좋은 일이니까.

여자는 말했다. 현대인들은 삶에 기대가 너무 많다고. - P18

그래서 어린 시절, 지수는 영애 씨에게 늘 꾸중 을 들었다. 영애 씨도 부모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 을 것이다. 원래 부모는 자식을 통해 이상을 추구 하고, 결핍을 보상받으려 하니까. (그러다 아이들 을 망치는 것 역시 부모의 위대한 숙명이다.) 영애 씨는 잔뜩 화가 난 날이면, 지수의 미래에 대해 험 악한 예언을 늘어놓았다. 정신 안 차려? 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너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해. 형편없 는 인간이 되고 싶니? 미수에 대해서는 달랐다. 미 수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물론, 체육과 음악, 미 술 등등다방면에서 도드라지는 성과를 냈다. - P40

아, 이런 거구나. 우리가 알아서 참고 맞춰주니까,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구나. 무 슨 말을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구나. 저 사람은 우리가 참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 - P65

본래 영애 씨는 누구에게도 신세 지는 사람이 아 니었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부탁만 하고 다니다 떠난 남편 때문인지, 영애 씨는 아쉬운 소리를 하 는 걸 누구보다 끔찍해했다. 동시에 누군가의 호 의를 견디지 못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믿 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 덕에 그녀는 친구들을 하나씩 떠나보냈고, 결국에는 혼자 남았지만 덧없는 신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일은 없 었다. 그녀는 독립적이고 강건한 사람으로 나이 먹었다. (동시에 건조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그녀 는 자신의 그런 상태가 꽤 좋았다. 누군가에게 의 지할 필요 없이 오직 자기 자신만 지키며 살면 되 는 삶. - P79

"나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듣는 사람 아니야. 그건 다 언니 착각이야." 지수는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다들 네 눈치 보느라고 말하지 않은 거겠지. 너는 그런 사람 아니면 옆에 안 두잖아?"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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