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뒤에 쓴 유서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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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전위적인 글쓰기처럼 보였으나 생각보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완전 무심한 책은 아니었다.
죽음(자살)의 당사자만 주목하기 쉬우나 그 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중요하다. 아버지의 이야기 보다는 화자의 감정이 더 부각되어 있어서, 죽음 뒤 주변인물들을 상기시킨다는 점이 좋았다.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독서에 대한 생각으로 바꾸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소설을 완독한다고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다만 소설로 숨어든 동안에는 기분이 좋다’…라고.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 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쓰지 않 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랜 기간, 아니 매일 그 일에 대해 생각했다. - P9

K는 소설 안에서 서 술자의 솔직함과 가공의 비중을, A는 자전적인 소설이 갖는 효용성을 물었다. 소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다고 해서 긍정적인 함의가 장착되는지, 그 이야기를 과연 누가 궁 금해하는지, 소설가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그러 면 안 되는지, 의미만 찾다가 이 바닥이 이렇게 된 건 아닌지, 의미는 누가 만드는지, 왜 만드는지, 제목을 의미라고 하면 어 떤지, 강변을 따라 걸으며 다시 자기들끼리 언성을 높였고, 나 는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며 그들 뒤에서 멀찍이 걸었다. - P91

소설을 완성한다고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다만 소설로 숨 어든 동안에는 기분이 좋다. 소설이라는 어두운 품에서, 점점 꺼져 가는 모닥불의 도움을 받아 벽화를 그리듯 웃으며 새로 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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